'혁신도시 정책'을 혁신하라

    • 전창록 IMG세계경영연구원 교수

입력 2018.10.19 03:00

[On the Policy]

전창록 IMG세계경영연구원 교수
전창록 IMG세계경영연구원 교수
정부가 얼마 전 '혁신도시 시즌 2'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2007년 혁신도시 지정을 시작으로 10개 혁신도시에 115개 공공기관이 이전을 완료했지만, 지역의 혁신 역량 제고, 경제 활성화 같은 효과는 아직 나타나고 있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혁신도시 시즌 2를 실시해 공공기관 이전이 아닌 혁신도시 자체 지원을 강화해서 본래 의도를 살리겠다고 했다. 여기에 최근 집권 여당 대표로 선출된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추가로 122개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정부와 협의하겠다고 하면서 혁신도시 시즌 2에 다시 불이 붙는 느낌이다. 그런데 성공한 드라마의 시즌 2도 흥행이 불확실한 경우가 많은데, 혁신도시 시즌 2는 과연 성공할까?

먼저 혁신도시 시즌 1에 대해 평가해 보자. 혁신 역량 자체에 대한 수치적인 지표가 없어 조심스럽지만 혁신도시 시즌 1에 대한 평가는 박하다. 공공기관 이전과 연계되어 지역에서 창업하거나 지역에 새로 입주한 기업은 2018년 기준으로 총 232개이다. 이전한 공공기관의 수가 115개에 달하는 점을 고려해 보면 매우 적은 숫자다. 지역 경제 활성화의 측면에서 보면 가족 동반 이주율은 현재 58%를 기록, 매년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 낮은 수준이다.

효과 부진한 공기업 지방 이전

이렇듯 시즌 1이 성공적이지 못하다면 시즌 2는 목표, 방법, 주체의 세 가지 관점에서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첫째는 목표다.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혁신과 기업가 정신'이라는 저서에서 '혁신은 고객 만족을 위한 완전히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것'이라고 그 지향점을 분명히 했다. 애플이 휴대폰 시장에서 모바일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가치 창조를 통해 휴대폰 패러다임을, 테슬라가 전기차 시장 패러다임을 바꾼 것을 우리는 혁신했다고 한다. 정부는 2기 혁신도시의 목표로 입주·창업 기업 1000개, 가족 정주율 75%를 제시했다. 과연 시즌 2의 이 목표는 시즌 1보다 얼마나 참신하고 혁신적인가?

둘째는 방법이다. 영어로 혁신(innovation)은 '안에서부터 시작해(in) 새롭게 한다(nova)'는 뜻이다. 머리 안에 있는 생각의 혁신이 먼저라는 의미가 혁신이라는 단어 안에 담겨 있는 것이다. 혁신도시 시즌 1이 공공기관 이전이라는 하드웨어에 치중했다면 혁신도시 시즌 2는 생각의 혁신, 규제의 혁신이 먼저이다. 도시별 규제 프리존, 규제 샌드박스를 만들어 규제를 혁파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제주도를 블록체인, 경북을 스마트 모빌리티, 충북을 헬스 케어의 혁신도시 등으로 만든다고 할 때 혁신도시 시즌 2는 과연 얼마나 발상을 '창조적 파괴'하고 규제를 혁파할 수 있을까.

셋째는 주체다. 혁신이라는 단어를 살펴보면 가죽 혁(革)에 새로울 신(新)으로 이루어져 있다. 직역하면 가죽을 벗겨서 새롭게 한다는 의미로 그 과정은 정말 생각만 해도 고통스럽고 끔찍하다. 그런 만큼 혁신의 주체가 절실하지 않으면 혁신의 지난한 과정은 앞으로 나가기 어렵다. 택시업계와 카풀업계 간 스마트 모빌리티 혁신도 해결 주체가 없어서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혁신도시 시즌 1은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절실한 주체가 명확하지 않았다. 시즌 2는 누가 가장 절실한지, 그래서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지 주체부터 분명히 정립해야 한다.

혁신도시 시즌 1이 성공하지 못했다면 우리가 무엇을 혁신하려고 했고, 그 출발점에서 우리 사고는 바뀌었는지, 절실한 주체는 있었는지 점검해봐야 한다. 혁신도시 시즌 2는 이처럼 누가, 무엇을, 어떻게 혁신하려 하는지 가장 기본적이고 쉬운 질문에 대한 답에서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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