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한국 100년 기업, 두산·동화약품·몽고식품 등 10곳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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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10.19 03:00

      [Cover Story] 장수 가족의 기업 동아리 '에노키안협회'

      국내 最古 기업은 1896년 박승직 상점… 훗날 두산으로 성장

      [Cover Story] 장수 가족의 기업 동아리 '에노키안협회'
      1896년 8월 1일 개장한 두산의 전신 박승직상점. / 두산

      에노키안협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전 세계에 창립 1000년이 넘은 '초(超)장수 기업'은 16곳이다. 이 가운데 11곳이 여관이나 술집, 음·식료품점이다. 오래 살아남으려면 불황이나 호황에 관계없이 언제나 잘 팔리는 의식주 관련 기업이 유리하다는 얘기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으로 꼽히는 두산도 옷감을 팔던 포목상이 모태다. 1896년 문을 연 두산의 전신 박승직 상점은 1945년 광복과 동시에 잠시 문을 닫았다가, 1946년 두산상사로 재출범해 오늘에 이르렀다. 둘째로 오래된 동화약품 역시 마실 거리가 대표 상품이다. 1897년 9월 동화약방이라는 이름으로 첫선을 보여 '생명을 살리는 물'이란 '활명수(活命水)'를 간판 상품으로 내걸면서 성장했다. 이 제품은 12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동화약품 주력으로 활약 중이다. 몽고식품(1905년), 경방(1919년) 또한 장(醬)과 옷감을 만들던 작은 가게에서 시작했다.

      두산·동화약품·몽고식품 등 10곳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의식주 기업은 아니지만 국내 금융업계에서 100년 넘게 살아남았다. 경기에 민감하고, 규모가 곧 경쟁력으로 여겨지는 금융업 특성상 이들은 수차례 인수와 합병을 거듭하며 살아남았다. 신한은행은 1897년 세워진 한성은행에 뿌리를 두고 있다. 2004년 한성은행 후신인 조흥은행을 흡수합병하면서 형식상 합병 주체로 자사가 아닌 조흥은행을 내세울 만큼 그 역사를 그대로 계승하는 데 공을 들였다. 우리은행도 1899년 시작한 대한천일은행(상업은행)과 1932년 설립한 조선신탁주식회사(한일은행)를 근간으로 한다. 1998년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합병하면서 한빛은행이 탄생했다가 2001년 평화은행까지 흡수하면서 2002년 우리은행으로 이름을 바꿨다.

      한국의 100년 기업

      중소기업연구원이 한국신용정보 등에 올라 있는 기업 정보를 토대로 조사한 결과, 100년 넘은 국내 장수 기업은 10곳이었다. 목재를 팔던 성창기업지주나 피혁을 가공하던 KR모터스, 광장시장, 인쇄 업체 보진재까지 모두 합친 결과다.

      전문가들은 가깝게는 한국전쟁부터 멀게는 임진왜란·병자호란까지 크고 작은 전쟁과 외침을 수차례 겪다 보니 실생활에 밀접한 의식주 기업이라도 오래 버티기 힘들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란이 이어지는 상황에선 선대 경영 방식과 제조 비법을 이어가거나, 안정적인 소비 시장을 창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장수 기업 천국인 일본은 1603년 에도 막부 통치 이후 1945년 원폭 투하 이전까지 본토에선 대규모 전쟁이나 외침을 겪지 않았다. 그 결과, 중소규모 의식주 기업이 살아남을 터전이 생겼다. 1000년 넘은 전 세계 초장수 기업 16곳 중 일본에만 8곳이 있다.

      사실 일본 니시야마 온천, 오스트리아 스티프츠켈러 레스토랑, 영국 빙리암스 펍까지 1000년 넘은 대표적인 초장수 기업은 회사라기보다는 가문이 대대로 종사하는 노포(老鋪·오래된 상점)에 가깝다. 일본에서도 창립 100년 이상 기업 중 90%는 종업원 300명 미만 중소기업으로 규모가 작다. 국내에도 오랜 기간 가업을 이어가는 기업이 적지 않다. 하지만 장수 기업이 상대적으로 드문 이유는 외적인 환경 요인뿐 아니라, 사업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몸집을 불리고 외형을 키우려는 관행이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여기에 뿌리 깊은 사농공상(士農工商) 문화 역시 기업이 장수하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Knowledge Keyword : 에노키안협회(Les Hénokiens)

      세계적으로 '장수(長壽) 기업'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없다. 다만 비교를 할 때 쓰이는 장수 기업 통계는 대부분 '200년 이상'을 기준으로 삼는다. 1981년 시작한 장수 기업 모임 '에노키안 협회(The Henokiens Association of Family and Bicentenary Companies)'도 200년 이상 존속한 기업에 가입 자격을 준다. 에노키안은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노아의 증조부 '에녹(Henok·영어로 Enoch)'이 365년을 살고 죽지 않은 채 천국에 갔다는 내용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에녹의 아들 므두셀라는 969세에 세상을 떠나 성서에 나오는 인물 중 가장 오래 산 걸로 유명하다.

      에노키안협회 회원사가 되려면 창업한 지 200년 이상이면서 창업자 자손이 현재 경영자이거나 임원이어야 한다. 대주주 역시 창업자 가족이고 사회적으로 건전하고 존경받는 경영을 해야 한다. 회원사는 2018년 현재 48곳. 유럽이 본부이다 보니 프랑스(14곳), 이탈리아(12곳), 독일(4곳), 스위스(3곳) 등 유럽 기업이 대부분이고,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9개 기업을 회원사로 두고 있다. 업종별로는 와인이나 사케(일본 술), 위스키, 차, 양갱, 사탕 등 음식료 기업이 11곳으로 가장 많다. 다음으로 캐시미어와 실크 등 의류·생활용품 제조 회사, 프라이빗 뱅킹 업무를 담당하는 소규모 은행이 자리한다. 회원들은 매년 한 번씩 회원국을 돌며 경영 비법을 서로 나눈다. 본부는 프랑스 파리에 있고, 협회장 임기는 3년. 올해 일본 오카야코우키의 오카야 도쿠이치 사장이 협회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