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125년 역사 시어스 백화점 파산의 교훈

    • 조 노세라 前포천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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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10.19 03:00

      [WEEKLY BIZ Column]

      조 노세라 前포천 편집장
      조 노세라 前포천 편집장
      125년 역사를 지닌 미국 백화점 체인 시어스(Sears)가 파산보호를 신청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30년 만에 뉴욕 브루클린 시어스 점포를 방문했다. 월마트, 베스트바이 등 흔한 유통업체를 상상했는데, 건물 앞에 커다란 예술 조형물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시어스홀딩스 전신인 '시어스, 로벅 앤드 컴퍼니'라고 쓰인 시멘트 조형물은 백화점이 아닌 중세시대 고성(古城) 같은 모습이었다. 시어스가 한때 얼마나 대단한 기업이었는지 느껴졌다. 그러나 내부로 들어서니 몰락의 흔적이 가득했다. 조명부터 엉망이었다. 일부 조명은 너무 어두워 제품 가격표를 겨우 읽는 수준이고 카펫은 얼룩덜룩했다. 천장 타일이 깨져 전선이 노출돼 있었다. 부서지고 뒤틀린 선반 위에는 싸구려 물건들이 가득 찼다. 곳곳에 '나태함'투성이였다.

      시어스의 쇠락은 한참 전인 1980년대에 시작됐다.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판매 방식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다. 시어스가 한창 잘나가던 1960~1970년대 매출 대부분은 카탈로그 비즈니스에서 비롯됐다. 상품 목록을 전국 신청자에게 우편으로 보낸 뒤 우편으로 주문을 받아 물건을 배달해 주던 판매 방식이다. 당시 시어스는 식료품 외에 모든 걸 판다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했다. 전문가들은 시어스를 '무적의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10년 뒤 카탈로그 판매는 인기를 잃기 시작했고, 매출이 감소했다. 이때 시어스는 기존 지점에서 매출을 늘리기보다 새로운 매장을 여는 방식으로 매출 증대를 꾀했고, 이는 실수였다.

      둘째, 다른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시어스 내부에서 임원들 간 사내 정치가 심해졌다. 1973년 시어스는 시카고에 108층 높이 세계 최고층 빌딩을 세울 정도로 사세가 대단했으나, 내부에서는 경영진끼리 매출과 상관없는 싸움을 벌이느라 정신없었다.

      셋째, 시어스는 유통업계에서 경쟁자가 나올 수 없다고 생각했다. 경영대 교수 혹은 언론인이 시어스 경영진에게 가장 두려운 경쟁자를 물을 때 그들은 늘 "아무도 없다"도 답변했다. 하지만 시어스 옆에 케이마트, JC페니 등 할인점이 들어섰고, 가장 중요하게는 월마트가 성장하기 시작했다.

      연방파산법 11조(챕터 11)에 따른 파산보호는 시어스 임직원들에게 고통스러운 일이다. 우리는 미국 자본주의가 이렇게 작동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혹시 월마트, 아마존, 페이스북이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이가 있다면, 시어스를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