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놀랍다, 미래 농식품 인류 먹거리 고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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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10.19 03:00

      세상을 바꾸는 '푸드테크' 6대 트렌드

      조류로 만든 새우·참치 오메가3 영양제 환경오염까지 막아
      먹다남은 찌꺼기에도 추출되는 DNA 바코드 단 몇 분내 유통 추적

      음식 주문· 배달에 집중됐던 투자액 푸드테크로 급속 이동
      미국 식품 벤처들 혁신의 선두에

      조류(藻類)로 만든 '가짜 새우'와 채식주의자도 먹을 수 있는 '오메가3 영양제', 뿌리기만 하면 과일을 오랫동안 썩지 않게 해주는 식용 코팅제, 식재료가 어떤 경로로 식탁까지 왔는지 파악하게 해주는 뿌리는 DNA 바코드 등…. 식품업계가 첨단 기술과 결합하며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선 '푸드 테크(food tech)' 스타트업들이 앞다퉈 등장하며 기존 농식품업의 한계를 넘는 혁신적 기술을 내놓고 있다.

      미 투자 분석업체인 피치북은 올해 푸드 테크 기업들에 대한 벤처 투자자들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으며 투자액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작년 전체 투자액은 연간 15억달러 규모였지만 올해는 9월 중순까지 20억달러(약 2조2540억원) 이상이 푸드 테크 분야로 투입됐다. 피치북은 "그동안은 주로 음식 주문·배달 애플리케이션 기술이나 온라인 식료품 업체들에 투자가 이뤄졌지만, 앞으로는 '푸드 테크' 분야가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좀 더 건강한 음식, 환경을 고려한 지속 가능한 식품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높아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주로 미국의 식품·농업 벤처가 주도하고 있는 푸드 테크의 새로운 트렌드는 어떤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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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내추럴 머신의 음식 3D프린터 ‘푸디니’로 만든 디저트. 2 조류(藻類) 단백질로 만든 뉴 웨이브 푸드의 가짜 새우.
      ①조류로 만드는 가짜 새우·참치

      조류라고 하면 연못이나 강에 떠있는 미끌미끌한 녹조를 먼저 떠올릴 수 있다. 그러나 식품업계에선 조류를 향후 식량 부족 문제와 식량 생산으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주목하고 있다. 미 텍사스에 있는 퀄리타스 헬스(Qualitas health) 농장에선 거대한 물 웅덩이에 다양한 조류를 대량생산한다. 약 4㎡ 공간에 비커 한 컵 분량의 종자를 뿌려놓으면 연간 1만~1만5000㎏ 분량으로 번식할 만큼 생산성이 좋다. 퀄리타스 헬스는 조류에서 오메가3 지방산을 추출해 영양제를 만든다. 생선이 아닌 식물에서 추출해 만들었기 때문에 채식주의자들에게 크게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에서 연간 약 45만t이 소비되는 인기 식품인 새우를 조류로 대체하려는 기업도 등장했다.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뉴 웨이브 푸드(New Wave Foods)는 조류에서 추출한 단백질을 주원료로 '가짜 새우(fake shrimp)'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회사 설립자이자 CEO인 도미니크 반스는 "새우 양식이 물을 오염시키고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것에 비해 조류 양식은 환경 친화적이고 노동력이 적게 들어 훨씬 지속 가능하다"고 밝혔다.

      앨가머(Algama)는 조류로 만든 채식주의자용 마요네즈를 개발했으며, 굿 캐치(Good Catch)는 조류와 콩 등을 원료로 한 '가짜 참치'를 내년부터 판매할 계획이다. 맛뿐만 아니라 영양 성분 역시 참치와 비슷하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조류 양식은 신선한 물이나 많은 햇빛이 필요하지 않기에 유휴지를 활용해 식량 부족 문제를 푸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②농산물 수명 늘려주는 코팅제

      남부 캘리포니아에 있는 푸드 테크 스타트업 어필 사이언스(Apeel Sciences)는 농산물 표면을 코팅해 부패를 늦추는 기술을 개발해 상용화에 나서고 있다. 포도 껍질, 브로콜리 등 식물에서 추출해 만든 '식용 코팅제'를 사과·아보카도 등 농산물 표면에 발라 일종의 장벽을 형성하는 방식이다. 코팅된 장벽이 산소 등 가스와 수분이 들어가고 나가는 속도를 제어하기 때문에 농산물의 부패를 늦출 수 있다. 아보카도에 이 코팅제를 바르면 최장 30일 더 신선하게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어필 사이언스는 코팅을 입힌 아보카도를 지난 6월부터 미국 내 유통업체 100여 곳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음식 쓰레기가 줄어들며, 배송 중 부패해 버리는 농산품이 줄어 소비자 가격도 낮추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농산품을 냉장 배송·저장할 필요가 줄기 때문에 환경오염도 줄일 수 있다. 창업자이자 CEO인 제임스 로저스는 "장벽이 해충과 세균 감염 등도 막기 때문에 살충제 사용량도 줄어든다"고 말했다. 원래 이 기술은 로저스 CEO가 박사과정에 있을 때 식량난을 겪는 아프리카를 돕기 위해 개발한 것이다. 태양전지 수명을 늘리는 코팅제를 연구하던 중 농산품도 코팅으로 수명을 늘릴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를 얻었다. 어필 사이언스는 아프리카 소규모 농민들에게도 코팅제를 보급해 현지 주식인 카사바를 더욱 오래 저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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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세이프 트레이스 CEO 앤서니 조그라포스가 사과에 ‘DNA 바코드’를 분사하는 모습. 4 어필 사이언스의 코팅제를 입힌 딸기(아래)와 일반 딸기(위)의 5일이 지난 뒤 모습. 더 신선하게 유지됐다.
      ③'DNA 바코드'로 유통 경로 추적

      미국의 세이프 트레이스(Safe Traces)가 생산하는 '뿌리는 DNA 바코드'인 'DNA트랙스'는 식품 안전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왔다. 지금까지 바코드는 식품 포장재에 찍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러나 DNA트랙스는 물과 섞거나 가루 상태로 식품에 바로 분사한다. 고유한 DNA를 식품에 입혀 바코드 역할을 하게 하는 것이다. 식품을 조리해 섭취한 뒤 식중독 등 문제가 생겼을 경우, 먹고 남은 식재료 조각만 있다면 여기에서 DNA바코드를 검출할 수 있다. 단 몇 분 만에 해당 식품이 어디서 재배돼 어떤 경로로 유통됐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지난해 유럽과 우리나라 등에서 발생한 '살충제 계란' 파동 때처럼 시중으로 문제가 있는 식품이 유통됐을 경우 이를 찾아내는 데에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DNA트랙스는 심해에 사는 해조류의 100가지 DNA를 조합해 제조되는데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DNA 조합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인체에 무해하며 맛과 색깔도 없다. 현재 미국의 일부 농장과 식품 포장업체 등이 이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④음식 인쇄하는 '3D프린터'

      푸드 3D프린터를 이용해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음식을 찍어내는 것도 현실화하고 있다. 미국의 식품 기계 제조업체인 내추럴 머신(Natural Machines)은 '푸디니(Foodini)'라는 음식 3D프린터를 개발해 현재 레스토랑 등 상업용으로 1대당 4000달러에 판매하고 있다. 가정용 기계도 2년 내 출시될 예정이다. 치킨 너겟을 만든다고 가정할 경우, 푸디니의 재료 통에 닭고기와 빵가루를 채운 뒤 푸디니 전면에 설치된 화면을 통해 공룡이나 별 등 원하는 모양을 입력하면 된다. 그럼 푸디니가 그대로 치킨 너겟을 만들어 요리해 준다. 일부 레스토랑에선 푸디니를 이용해 정교한 모양의 디저트와 음식 장식물 등을 만들고 있다.

      작년 오하이오주의 스타트업 비헥스(BeeHex)도 6분 만에 원하는 모양과 재료로 피자를 만들어주는 '셰프3D(Chef 3D)'라는 기계를 발명했다. 반죽과 소스, 치즈 종류 등까지 애플리케이션으로 지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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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소의 얼굴을 인식해 사료·물 섭취량, 건강상태 등을 체크해주는 케인더스의 소프트웨어. 6 MIT대에 설치된 실내 농장. 칼렙 하퍼 교수가 개발한 ‘푸드 컴퓨터’가 최적의 재배 환경을 조성한다. /각 사
      ⑤소 안면 인식 기술로 생산성 높여

      낙농가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돼 인력 부족을 해결하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케인더스(Cainthus)가 개발한 소프트웨어는 축사에 있는 소 얼굴들을 카메라로 인식해 각 소가 오늘 사료와 물을 얼마나 섭취했는지, 건강 상태는 어떤지를 체크해준다. 소를 향해 카메라를 켜두면 여러 소 얼굴이 동시에 인식되며, 각 소가 사료를 씹고 있는 시간을 측정해 섭취량을 분석한다. 이상 행동은 없는지, 체온이 정상 수치에서 벗어나지 않았는지 등도 모니터링할 수 있다. 케인더스는 "언제 사료를 주는 것이 효율적인지, 사료를 얼마나 주어야 젖소의 착유(搾乳)량이 증가하는지 등을 분석할 수 있기 때문에 낙농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소프트웨어는 현재 북아메리카와 유럽 등에서 소 1만4000여 마리에게 적용되고 있으며, 돼지와 닭 등 다른 가축에게도 활용될 예정이다.

      ⑥토양과 햇빛 없이도 농작물 재배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작물 재배 환경을 미국으로 그대로 옮겨와 토마토를 생산할 수 있다면? 미국 MIT(매사추세츠공과대)의 칼렙 하퍼 교수는 이상적 기후와 환경을 인공으로 조작해 실내에서 최상의 농작물을 수확할 수 있는 '푸드 컴퓨터'를 개발했다. 세계 곳곳 대표 유명 산지의 재배 환경을 데이터로 축적하고 이를 실내 공간에 재현하는 것이 핵심이다. 푸드 컴퓨터는 빛 노출, 온도, 습도, 이산화탄소 농도, 영양분 종류와 공급량까지 미세하게 조정할 수 있다. 흙에 심지 않고 뿌리에 영양분 등을 직접 주입한다. 푸드 컴퓨터를 이용하면 농사일을 단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도 '베테랑 농부'가 될 수 있는 셈이다. 하퍼 교수는 "앞으로 융합 기술을 바탕으로 농식품업에 근본적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