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AR·AI·IoT·CFC·블록체인… 유통업계 지진이 일어나고 있다

    • 변준영 EY 산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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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10.19 03:00

      아마존·월마트·테스코·와인업체… 디지털 기술 속속 도입

      변준영 EY 산업연구원장
      변준영 EY 산업연구원장
      사물인터넷, 블록체인, 로봇공학, 로봇자동화(RPA)가 유통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아마존에서 월마트, 테스코, 이탈리아 와인업체까지 최신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유통 혁신에 전력투구하는 양상이다. 인간이 맡던 사무업무를 프로그램화해 로봇이 실행하면서 효율성이 높아졌다.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이라 부르는 개념이다.

      ①큐레이션 3.0: AI 기반 상품 추천

      과거 소비자들은 매장과 진열대에 놓인 상품을 보고 골라야 했다. 하지만 인터넷 시대엔 사이버 공간에 무한대로 펼쳐진 매장과 진열대가 있어 선택의 폭이 엄청나게 커졌다. 오프라인 매장 시대엔 MD(상품 판매 담당자)가 최고였다. 이들이 고객이 원할 만한 상품들을 잘 섞어 진열하고, 특정 제품을 묶어 기획 전시를 벌이면서 유행을 유도했다. 여름이면 면도기 옆에 여성 해변용품 특별 코너를 만들어 제모 용품과 피부 관리 제품 등을 함께 팔면서 매출 확대를 노리는 식이다. 이를 '큐레이션 1.0' 시대로 부른다.'큐레이션 2.0'은 온라인에서 모은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소비자 개인에게 맞춤형 추천을 해주는 것이다. 등산복을 산 소비자에게 등산화, 등산 스틱, 등산용 가방 등을 추천하거나, 특정 명품 브랜드 쇼핑몰에서 가방을 여러 번 구경한 이용자에게 비슷한 가격대 유사 브랜드 가방을 추천해준다.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이 확산하면서 나타난 건 '큐레이션 3.0' 시대. 아마존은 'A9'이란 추천 알고리즘 시스템을 개발했다. AI가 IoT 기기를 통해 받은 구매 양상, 취향 정보에 재고·결제·배송 등 내부 운영시스템 데이터까지 취합해 개인에게 거의 실시간으로 그 순간 가장 최적 상품을 제안하는 구조다. 여기에 AI 스피커 '알렉사'까지 결합, 음성 인식 쇼핑 분야도 강화하고 있다.

      ②오프라인 매장에 VR·AR 접목

      오프라인 매장은 온라인과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가격과 서비스, 제품 정보 모두 만족스럽지 못하다. 온라인처럼 자기 취향 정보 분석과 상품 후기 등을 볼 수 없으며 실시간 가격 비교도 어렵다.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으로 자란 신세대들에겐 오프라인 매장은 불편한 구닥다리일 뿐이다.

      이에 오프라인 매장도 디지털 신기술을 입혀 새롭게 단장하면서 변신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아마존이 선보인 오프라인 매장 아마존고(Amazon Go)에선 고객 움직임을 관찰하기 위해 RFID(무선정보인식표), 동작 감지 센서, 음성 인식 센서, 선반 무게 센서 등을 곳곳에 설치했다. 고객이 제품을 샀는지, 아니면 그냥 들었다 내려놨는지, 관심만 살짝 보였는지 등 데이터를 수집해서 분석하려는 목적이다. 관련 특허만 1000여 건 등록했을 정도다.

      자동차 제조업체 BMW는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을 활용한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시승하기 어려운 최신형 차량이나 미래형 차량을 VR·AR기기로 시승할 수 있도록 한다. 신차를 사기 전 내외장 부품 자재 옵션을 VR 기기로 선택해 미리 느껴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첨단 디지털 인프라를 강화하면서 고객이 전시장에 오래 머무르고 계약 성공률도 상승했다.

      ③블록체인으로 상품 정보 관리

      신선 식품은 원산지에서 소비자까지 수많은 중간 사업자들을 거친다. 그 과정에서 비용이 증가하고 제대로 관리되는지 안심할 수도 없다. 이를 '블록체인'으로 풀어보려는 사례가 늘고 있다.

      IoT 기술을 바탕으로 복잡한 프로세스 안에서도 다양한 제품이 어떻게 이동하고 유지되는지 파악할 수 있다. 이렇게 수집한 공급망 관리 데이터를 디지털화한 후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분산 원장을 만든다. 이 유통 정보를 여러 당사자가 공동으로 보유하면서 정보 위·변조를 막는 것이다. 보증인 역할을 하는 중개인 없이 거래 투명성도 높일 수 있다. 신선식품에 특히 유용하다. 신선식품은 유통 기한이 짧고 신선도에 따라 가치가 다르다.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배송 경로, 이 배송 경로를 추적하면서 물품 상태까지 파악하는 작업은 손이 많이 간다. 그런데 블록체인 기술이 불편을 덜어주고 있다.

      월마트는 미국 내 매장에서 판매하는 망고와 중국 시장에 들어가는 돼지고기 등 일부 식품 공급망 관리에 블록체인을 도입했다. 물류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원산지 위·변조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때문에 식품 안전성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 도입 전에는 물류 과정 추적에 2주 걸렸는데, 지금은 2.2초 만에 파악이 된다.

      이탈리아 와인업체 칸티나 볼포네(Cantina Volphone)는 와인 제조 공정 전체에 블록체인을 도입해 포도 재배, 포도주 생산, 병입과 유통까지 정보를 관리하기로 했다. 세계 최초로 와인 인증 플랫폼을 도입한 것이다. 기술 도입 후 와인 제품에 대한 투명성과 신뢰성이 높아져 고객 만족도가 올라가면서 매출은 30%, 홈페이지 방문은 580% 증가했다.

      ④자동 중앙물류센터 '다크 스토어'

      온라인 판매 시장은 급증하고 있다. 그 물량을 감당하기 위해 대규모 물류센터는 필수다. 특히 자동화한 '중앙물류센터(CFC·Central Fulfillment Center)' 확보가 유통업체로선 지상 과제다.

      과거엔 온라인 주문이 그렇게 많지 않아 배송 기사가 개별 매장에서 온라인용 주문 상품을 골라 화물차에 밀어넣곤 했다. 영국 테스코가 그랬다. 이른바 '인스토어(In-store)' 모델. 그러나 온라인 주문량이 매장 전체 판매량의 15%까지 증가하자, 배송 기사가 매장을 직접 돌아다니며 온라인 주문 제품을 집어오는 방식은 비효율을 초래했다. 시간도 걸리고 매장 고객의 불편을 초래한 것. 고심 끝에 테스코는 2009년 '다크 스토어(dark store)' 모델을 도입한다. 일반 매장과 비슷한 형태로 물품들이 품목별로 놓여 있지만 일반 고객은 받지 않고 배송 기사만 방문하는 초대형 매장형 물류센터다.2000년 창업한 온라인 신선식품 전문 리테일러 '오카도(Ocado)'는 대형 부지를 마련하고 한층 발전한 다크 스토어를 건립했다. 오카도의 CFC는 축구장 3개 크기에 직원은 거의 보이지 않고 로봇과 운송벨트가 움직이면서 물건을 쉴 새 없이 나른다. 오카도 로보틱스 적용률은 70~100% 수준이다. 이를 통해 주문 정확도 98.8%, 배송 시간 정확도 95%, 제품 폐기율 0.7%라는 성과를 달성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