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100년 강소기업'의 성공 DNA 작은 가족 기업이 오래 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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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10.19 03:00

      [Cover Story] 창립 200년 이상 된 가족 기업 모임 '에노키안협회' 회원사들과 유럽·일본 장수 기업 경영자들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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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게티이미지 뱅크 / 그래픽=김현국

      기업에 시장은 전쟁터다. 개인 평균수명 100세 시대에 접어들었지만, 기업들이 한 세기 넘게 살아남을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 신화처럼 불멸(不滅)할 것 같은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인 벤처회사)'도 창업 수년 만에 사멸하곤 한다.

      기존 우량 기업이라고 다르지 않다. 세계 최대 주식시장인 미국 증권시장에 상장한 기업들조차 생존 전망이 불확실할 정도다. 국제 신용 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 따르면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의 시가총액 상위 500대 회사를 묶은 S&P 500지수에 포함된 평균수명은 17년(2017년 기준)에 불과하다. 지난 1920년에는 67년이었다. 지난 100년 동안 대기업 평균수명이 3분의 1로 줄었다는 이야기다. 유망 기업도 창업한 지 10~20년 안에 생사가 갈릴 것이란 계산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창립 이후 수십 년, 수백 년 동안 부도나 인수·합병(M&A) 위기를 넘기며 창업자 정신을 유지한 장수 가족 기업들에는 어떤 특별한 비결이 있을까.

      WEEKLY BIZ는 창립 200년 이상 된 가족 기업들로 구성된 에노키안협회(Les Hénokiens) 회원사와 유럽·일본의 장수 기업을 찾았다. 이 기업 경영자들은 '고객과 신뢰 관계 유지' '가족처럼 단합하는 조직 분위기' '시대에 맞춘 사업 변화' 등 세 가지를 오랜 생존 비결로 꼽았다.

      장수 기업

      ①信: 신뢰감 유지에 사활 걸어라

      독일 파리나1709는 향수 '오 드 콜로뉴'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기업. 나폴레옹이 하루에 두 병씩 사용한 향수로도 유명하다. 창업자 후손들이 대를 이어 비전(秘傳)을 전수하면서 향수를 만든다. 어렸을 때부터 후각을 단련하고 전문 지식을 쌓아 조향사로 육성한다. 요한 마리아 파리나 최고경영자(CEO)는 "300년 넘게 향수의 고유한 향기를 유지한 점이 기업 장수의 핵심 비결"이라고 말했다.

      일본 보석 브랜드 미키모토는 전 세계 최초로 진주 양식에 성공한 기업이다. 창업한 이래로 일정한 수준에 못 미치는 진주는 출하하지 않는 '품질 관리'와 평생 수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후 관리' 기준만큼은 양보하지 않는 경영방침으로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었다. 요시다 히토시 사장은 "이런 노력을 지속한 덕분에 고객들이 미키모토를 성실하고 믿을 수 있는 브랜드로 인식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유럽 최고(最古)의 가족 기업인 프랑스 보석 업체 멜레리오 멜러의 로랑 멜레리오 CEO는 "세상이 바뀌었어도 우린 아직도 고객 한 명 한 명만을 위한 특별한 디자인을 한다. 수 세대 동안 각 고객과 사적이고 개인적이며 은밀한 관계를 갖고 있는데, 우리도 고객도 서로를 신뢰한다"고 말했다.

      ②結: 직원들이 한 몸처럼 일하게 하라

      세계 최고(最古)의 모직 회사 카노니코를 설립한 이탈리아 바르베리스 카노니코 가문. 경쟁사가 더 낮은 인건비를 찾아 중국과 인도로 떠날 때에도 창업한 자리를 지켰다. 355년째 회사를 위해 일해준 직원들을 '동업자'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카노니코 가문에서는 직원들의 업무 능력을 평가하지 않는다. 선대로부터 이어져 온 일종의 불문율이자 동업자에 대한 예의다. 대신 숙련된 기술자들이 앞장서서 경험이 부족한 직원들을 이끌도록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창업자 15대손 프란체스코 바르베리스 카노니코는 "새로 들여오는 방적기에 소음을 줄여주는 장치를 단다고 하니 다른 사람들이 '원래 방직 공장은 시끄러운 것이 정상'이라며 불필요한 투자라고 했지만, 직원들이 서로 대화를 나누며 일할 수 있도록 투자해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지금 내 옆에서 일하는 사람이 바로 내 가족'이라는 전통을 살리기 위해 작업 환경을 개선하는 데 몰두한다는 것이다.

      35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종합상사 그룹인 일본 오카야코우키는 정년퇴직자에게까지 관심을 쏟는다. 해마다 선물을 보내주는 것은 물론, 세상을 떠난 직원의 제사까지 지내준다. 오카야 도쿠이치 사장은 "(정년)퇴직자와 돌아가신 분들까지 소중히 여긴 오카야의 정신이 우리 사원들이 회사를 믿고 열심히 일하도록 만든다"고 말했다.

      ③動: 변화에 맞춰 쉼 없이 움직여라

      네덜란드 건강보조식품 회사인 '반 에그헌 앤 코'의 빌럼 반 에그헌은 "회사가 350년 넘게 살아남은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변화에 열려 있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원래 이 회사는 무역업으로 출발했다. 처음엔 리넨과 울 등 직물을 거래했고 나중엔 대륙을 넘나들며 향신료, 커피, 와인, 설탕 등 식품을 사고팔았다. 1990년대에는 핵심 사업이 건강기능식품이라고 보고, 현재는 건강기능식품 원료를 네슬레 등 식품 대기업에 공급하고 있다.

      오카야코우키의 오카야 도쿠이치 사장도 변화를 강조했다. 그는 기업이 시대와 새로운 환경에 맞춰 사업 구조, 영역 등을 바꿔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력 사업인) 산업재에 관해서는 항상 새로운 분야에 대해 공부하면서 신상품을 찾아 나서고 있다"며 "전체적으로 시대와 함께 조금씩 변화해 나갔다는 점, 항상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실행한 점"을 오카야코우키의 장수 비결 중 하나로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