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뜨거운 맛을 보여주마"… 코카콜라, 커피시장에 뛰어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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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9.14 10:06

      탄산음료 비판 여론에 6년연속 매출 내리막 퀸시 CEO의 승부수

      "130년전 카페서 팔던 '소다 분수' 시절로 돌아가자"…
      영국의 스타벅스인 코스타 체인 인수

      콜라는 코스타 유통망 코스타 커피는 콜라 유통망 통해 커피 팔고 콜라 팔고

      제임스 퀸시
      손에 꼭 들어맞는 곡선으로 유명한 '코카콜라' 병은 20세기 최고의 상품 포장재이자 소비재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병 디자인으로 꼽힌다. 코카콜라는 이 병이 첫선을 보인 1915년 이후, 약 100년간 총 3000억병을 넘게 팔았다. 그럼 1886년 처음 등장한 코카콜라는 이 병이 나타나기 전까지 30년간 어떻게 콜라를 팔았을까.

      1890년대부터 1920년대까지 미국에서 콜라를 마시려면 '소다 분수(soda fountain)'라는 가게를 찾아가야 했다. 번화가에 자리 잡은 소다 분수 가게는 말하자면 오늘날 서양식 카페에 가깝다. 바텐더를 둘러싼 기역(ㄱ) 자 모양의 바에 앉으면 바리스타가 커피를 내려주듯 바텐더가 즉석에서 차가운 콜라를 뽑아줬다. 콜라를 포함한 탄산음료가 바 밑에서 분수처럼 뿜어져 나온다 해 이름에 '분수'가 들어갔다. 호프집에서 생 맥주를 서빙하듯, 길다란 음료 꼭지에서 방금 나온 시원한 콜라는 미국인들에게 두루 사랑받았다.

      제임싀 퀸시

      그러나 소다 분수의 전성기는 오래 가지 않았다. 두꺼운 유리를 다루는 기술이 발달하고, 그 안에 탄산의 기포감을 오래 유지할 수 있도록 압력을 넣는 가공법이 나타나면서 소다 분수에서나 팔던 탄산음료들은 일반 소매점 진열대에 놓이기 시작했다. 어디서든 탄산음료를 즐기는 소비자가 늘면서 코카콜라의 판매량과 매출은 치솟았지만, 역설적으로 '미국식 사랑방' 역할을 하던 소다 분수 가게는 자취를 감췄다. 이 소다 분수 가게의 개념을 제임스 퀸시 코카콜라 최고경영자(CEO)가 다시 들고 나왔다. 최근 수년간의 경영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영국의 스타벅스'로 불리는 커피체인점 '코스타(Costa)'를 인수하는 형태이다. 21년간 코카콜라에서 잔뼈가 굵은 퀸시 CEO의 전략은 무엇일까.

      '콜라 파는 카페'로 돌아가다

      지난 100년 가까이 소다 분수 가게가 없어도 승승장구했던 코카콜라는 최근 창립 이후 가장 심각하다고 할 만한 위기를 만났다. 탄산음료가 비만과 당뇨의 주범으로 몰리며 외면을 받고 있고, 각국 정부도 설탕 사용 규제에 나서면서 2012년 이후 작년까지 6년 연속 매출이 줄었다. 2012년 480억달러였던 매출은 지난해 354억달러(약 39조9500억원)로 6년 새 26% 감소했다. 지난해 5월 코카콜라의 '구원 투수'로 나타난 제임스 퀸시 최고경영자(CEO)는 새 사령탑 자리에 오르자마자 미국 조지아주(州) 애틀랜타 본사 직원 20%에 해당하는 1200명을 정리해고했다

      '소다 분수에서 콜라를 팔던 그때로 돌아가자.' 퀸시 CEO 가 뼈를 깎는 구조조정 이후 내놓은 두 번째 생존 대책이다. 코카콜라는 지난달 31일 영국 커피체인점 '코스타'를 39억파운드(약 5조6500억원)에 사들이며 커피 체인 사업에 진출했다. 코카콜라 창립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코스타는 현재 세계 32개국에 4000여개 매장을 보유한 대형 커피 체인이다. 퀸시 CEO의 이번 인수 결정으로 코카콜라는 단숨에 스타벅스, 맥도날드에 이어 셋째로 큰 커피 체인 자리에 올랐다. 코카콜라는 자사의 여러 음료를 전 세계 코스타 매장에서 두루 판매할 방침이다. 100년 전 소다 분수가 현대적인 방식으로 재현되는 셈이다.

      음료 유통업에 카페 서비스업 접목

      코카콜라
      그간 코카콜라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제품을 만들어, 수퍼마켓에 일사불란하게 제품을 공급하고, 다양한 마케팅 수단을 동원해 음료를 판매하는 유통업의 강자였다. 그러나 사람과 사람이 얼굴을 맞대는 서비스업에는 손을 대본 적이 없다. 커피와 콜라는 같은 음료이자 기호식품이지만, 바리스타가 커피를 직접 내려 소비자 손에 바로 전달하는 코스타의 방식은 코카콜라에 생소하다. 이번 인수로 코카콜라는 1971년 문을 연 코스타의 접객 노하우를 함께 품었다. 자사 제품을 코스타 체인에 공급하는 것만으로도 코카콜라는 이전에 누리지 못했던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다. 카페의 선반에 올린 제품은 수퍼마켓 진열대에 놓인 제품보다 비싼 값을 받을 수 있다. '프리미엄 제품'이라는 이미지는 덤이다.

      반대로 코스타 커피를 코카콜라 유통망을 통해 판매하는 것도 가능하다. 코카콜라는 현재 '조지아(Geogia)'라는 브랜드로 일본, 한국 등 일부 지역에서만 따서 바로 마실 수 있는 형태의 저렴한 커피 완제품을 팔고 있다. 여기에 영국과 동유럽 인근에서 인기가 많은 코스타 커피 브랜드 신제품을 개발해 코카콜라의 브랜드 인지도와 마케팅 역량을 더하면 만만치 않은 시너지를 거둘 가능성이 크다.

      퀸시 CEO는 이번 인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코스타가) 커피 브랜드라기보다 훌륭한 공급망과 강력한 소비 채널을 동시에 갖춘 '플랫폼'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며 "코카콜라의 시스템을 접목해 전 세계적에서 코스타를 성장시킬 기회를 만들어 내겠다"고 말했다.

      "콜라 넘어 총체적 음료기업 돼야"

      코카콜라는 매출 70%가 탄산음료다. 코카콜라는 2015년부터 중국 곡류음료업체 '쿠리앙왕', 나이지리아 최대 주스업체 '치를', 유니레버의 대두 음료 브랜드인 '아데스'를 부지런히 사들였지만 아직 사업 다변화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경쟁사인 펩시는 매출의 20%만이 탄산음료다. 한발 앞선 사업 다각화로 스낵업체인 프리토레이, 시리얼업체인 퀘이커오츠 등을 보유하고 있다. 2011년 핀란드에서 시작한 '설탕세(稅)'가 유럽에 이어 미국·남미로 퍼지는 마당에 높은 탄산음료 의존도는 악재(惡材)다. 하지만 여전히 생수·스포츠음료·과일주스를 압도하는 시장이라 당장 포기할 수는 없다. 천천히 탄산음료 의존도를 낮출 대체제가 필요하다. 퀸시는 2015년 최고운영책임자(COO)에 오른 이후부터 줄곧 코카콜라가 탄산음료에 한정하지 않은 '총체적인 음료기업'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커피는 '탈(脫)탄산음료'를 위한 최적의 상품이다. 미국의 시장조사·컨설팅기관 얼라이드마켓리서치는 세계 커피 원두 시장이 2018~2024년 연평균 6.1%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과 인도를 비롯한 신흥국에서 폭발적으로 수요가 늘고 있는 것은 물론, '이미 클 만큼 컸다'고 여겨졌던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도 스페셜티 커피(향미·맛이 특별히 뛰어난 생두로 만든 커피)가 인기를 얻으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코스타는 중국에서 459개 매장을 운영하는 제4의 커피 체인이다. 퀸시 CEO는 "뜨거운 음료는 코카콜라가 세계적인 브랜드를 갖고 있지 않은 몇 안 되는 영역 중 하나"라며 코스타가 사업 다각화에 큰 도움을 주길 기대하고 있다.

      코스타에 브랜드 1위 부활 승부수

      영국 컨설팅회사 브랜드파이낸스는 2007년 미국의 코카콜라를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브랜드로 선정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난해 코카콜라 브랜드 가치는 같은 조사에서 27위로 추락했다. 대신 애플, 구글, 아마존이 코카콜라 앞자리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퀸시 CEO의 이번 인수 결정이 '1위 자리를 탈환하기 위한 코카콜라 역사상 가장 극적인 전략적 변화'라고 평가한다. 창업 132년 만에 가장 많은 돈을 투자해서 이전에 팔지 않았던 따뜻한 음료를, 해본 적 없는 서비스업 형태로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퀸시 CEO는 지난해 취임과 함께 "코카콜라가 이름값에 갇혀 변화가 필요할 때 지나치게 신중했다"며 "우리가 실수하지 않는다는 것은 열심히 노력하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퀸시 CEO의 코카콜라 부활 전략의 성패가 코스타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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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15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더럼시 중심가의 ‘소다 분수(soda fountain)’ 가게. 천장에는 코카콜라 로고로 장식된 조명이 반짝이고 있다. /코카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