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핀테크 스타트업들 거센 도전 100년 금융 장벽 무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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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9.14 10:06

      [Cover Story]

      "핀테크 업체가 침투할 수 있는 분야는 제한돼 있다." 2000년대 금융(finance)에 IT 기술(technology)을 결합한 '핀테크(Fintech)' 회사들이 등장하자 전통 금융사들이 보인 반응이다. 역사가 일천한 핀테크 스타트업이 100여년 전통을 지닌 금융사들을 위협할 것이라는 전망은 과도한 우려라는 자신감에서 나온 표현이었다. 10여년이 흐른 지금은 어떨까. 한국은 물론 글로벌 금융사 CEO가 핀테크 도입과 기술 혁신을 최대 경영 과제로 꼽지 않는 경우가 드물다. 핀테크 업체들은 모바일 결제, 송금, 환전, 담보 대출와 신용대출, 신용평가, 자산운용 등 전방위로 보폭을 넓히며 기존 금융사들을 압박하고 있다. 기존 금융사들도 IT 업체들과 손잡거나 AI(인공지능) 기능을 도입하는 등 변신을 꾀하고 있다.

      ① 모바일 결제·송금

      가장 많이 이용되고 있는 핀테크 서비스는 모바일 결제다. 스마트폰에 신용카드·직불카드 정보를 저장해 상점 등에서 현금이나 카드 없이 결제할 수 있다. 모바일 결제는 특히 중국이 앞서가고 있다. 중국에선 노점에서도 모바일 결제가 가능하다. 고객이 노점상에 붙어 있는 QR 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읽은 뒤 '알리페이' '위챗페이' 등 스마트론 앱으로 대금을 지불하면 된다.

      2004년 출시된 알리페이는 중국인 가입자만 5억2000만명, 전 세계 사용자가 9억명을 돌파했다. 결제 금액 기준 세계 최대 모바일 결제 서비스다. 위챗페이는 알리페이보다 10년 늦게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모바일 메신저인 위챗을 기반으로 가입자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월간 사용자 수가 10억명에 달한다. 중국 다음으로 모바일 결제 시장이 발전한 곳은 미국이다. '애플페이'와 구글의 '안드로이드페이' '삼성페이' '페이팔' 등이 나눠 갖고 있다.

      모바일 송금 서비스도 금융 생활을 혁신하고 있다. 영국의 핀테크 업체 '트랜스퍼와이즈'는 외환 송금에 특화돼 있다. 여러 나라 개인 외화 송금 수요를 연결한다. A나라 돈을 B나라 돈으로 환전하려는 사람과 반대로 B나라 돈을 A나라 돈으로 바꾸려는 사람을 매칭해 은행의 10분의 1 수준 수수료로 환전을 할 수 있게 한다. 핀테크업체들이 은행의 가장 기본 기능인 결제와 송금 영역을 뚫고 들어오자 기존 대형 은행들도 모바일 뱅킹 시스템을 가동해 대응하고 있다. 영국계 글로벌 은행인 HSBC는 모바일 뱅킹을 할 때 음성으로 잔액을 확인하고 송금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했다.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도 고객이 음성과 동작만으로 모바일 결제·송금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AI 금융비서 '에리카'를 도입했다. 은행들은 또 외환 송금 수수료를 획기적으로 낮추기 위해 블록체인 기법을 도입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② P2P대출

      P2P(Peer to Peer) 대출은 온라인 플랫폼상에서 돈이 필요한 사람과 투자자를 연결해 5~10% 초반대 중금리로 대출을 해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불특정 다수 투자자가 P2P 플랫폼 업체에 올라온 대출 희망자 중에 골라서 투자를 할 수도 있고 P2P 업체가 투자 자금을 받아 여러 대출 희망자에게 분산 투자를 해주기도 한다. 투자자들은 은행이 판매하는 예금이나 투자 상품에 비해 높은 수익을 얻고, 차입자는 은행보다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업체는 중개 수수료와 차입자 신용평가 수수료를 받는다.

      P2P 업체들을 찾는 개인 신용 대출 희망자들은 대부분 기존 1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지 못한 중저 신용자들이다. 업체는 이들 상환 능력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소셜네트워킹서비스 데이터나 차입자 심리·행동 평가 등을 통해 좀 더 정교화된 심사를 하고 있다.

      파운데이션 캐피털·리서치앤드마켓에 따르면 세계 P2P 대출 시장 규모는 대출 잔액 기준 2012년 12억달러에서 2016년 640억달러로 급성장했으며, 2025년에는 1조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미국에선 '렌딩클럽' '프로스퍼' '페이오프' 등 P2P 업체들이 온라인 대출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중국에선 '앤트파이낸셜'이 올해 P2P 대출 잔액 6000억위안을 돌파했다. 중국 국유 상업은행인 건설은행 개인 대출 규모의 3.7배에 달하는 수치다.

      마이크로 금융 시장은 전통 금융회사들에도 놓칠 수 없는 새로운 시장이다. 도매금융 전문이던 골드만삭스는 1달러 예금을 받는 인터넷 소매금융을 시작했다. 소액 예금을 받아 소액 대출을 해주는 인터넷 은행 사업은 '공룡' 골드만삭스에 전에는 상상도 하기 힘든 일이었지만 지금은 당당히 신사업 분야로 자리잡았다.

      ③ 빅데이터 기반 신용평가

      신용평가를 전문으로 하는 핀테크 업체들도 등장하고 있다. 케냐의 핀테크 업체 '탈라'는 2014년 사용자의 신용 정보를 측정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앱을 개발했다. 이 앱은 휴대전화에 저장된 개인 정보 1만개를 5초 만에 수집해 신용등급을 매긴다. 탈라는 이 등급에 따라 10달러에서 500달러까지 대출해준다. 문자메시지의 맞춤법, 띄어쓰기 등이 등급을 매기는 자료가 된다. 시바니 시로야(Siroya) 탈라 설립자는 "분석 결과 연락처의 40% 이상에 이름과 성을 모두 기재한 사람은 대출금을 잘 갚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 '크레디테크'는 대출 신청자의 금융 거래 정보 외에 소셜네트워크, 온라인 쇼핑물 등에서 보이는 행동 패턴을 분석해 신용 평가에 활용하고 있다.

      P2P 대출 업체들도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용평가 모델을 자체적으로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 중국의 3대 P2P 대출 업체인 '쥐바오휘'는 지난해부터 위챗·웨이보 활동 내역 등 개인 정보를 활용해 신용도를 평가하고 있다. 대출을 원하는 사람이 위챗 계정이나 웨이보의 접근 권한을 대출 담당자에게 제공해 신용평가에 활용하도록 동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기존 금융회사들도 빅데이터 활용을 서두르고 있다. 독일 보험사 알리안츠는 중국 인터넷 포털업체인 바이두와 합작보험사를 설립, 바이두 이용자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취향에 맞는 보험 상품을 개발해 제공하고 있다.

      ④ AI 자산운용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과 '투자전문가(advisor)'의 합성어다. 인터넷 사이트나 모바일 앱을 이용해 투자 성향과 투자 금액, 기간 등을 입력하면 AI(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자동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준다. 이후에도 24시간 시황 모니터링과 주기적인 리밸런싱(자산 재조정)을 통해 운용을 돕는다.

      2008년 세계 최초로 로보어드바이저를 도입한 미국에는 '웰스프론트' '베터먼트' 등 200개가 넘는 로보어드바이저 자산운용사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AT커니에 따르면 미국에서 로보어드바이저가 운용하는 자산 규모는 2016년 3000억달러에서 2020년에는 2조2000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운용할 수 있는 금액 기준이 없거나 매우 낮고, 수수료도 저렴하다. 미국의 경우, 수수료가 0.25~0.35% 수준으로 자산관리 전문 인력을 이용했을 때 드는 1%대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자산운용사 블랙록과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펀드매니저를 로보어드바이저로 대체하고 있으며, 상장지수펀드 전문운용사인 뱅가드는 로보어드바이저와 자문 인력이 공동으로 자산을 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