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97년 日정부 규제 없어진 후 은행업 진출… 쇼핑객 9000만명이 고스란히 고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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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9.14 10:06

      [Cover Story] 은행의 미래… 美·中·日 전문가가 말한다

      日 인터넷뱅크 '라쿠텐은행' 나가이 히로유키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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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위재 기자

      일본 도쿄 도마카와에 있는 온라인 쇼핑몰업체 라쿠텐그룹 본사. '크림슨하우스(crimson house)'로 불리는 초고층 건물이다. 크림슨(빨간색)은 라쿠텐을 상징하는 색. 라쿠텐그룹 미키타니 히로시(53) 회장이 나온 하버드대(경영대학원) 상징색이기도 하다. 이 건물에 라쿠텐이 100% 출자한 라쿠텐은행 본사가 함께 자리 잡고 있다. 건물 입구에 들어서니 라쿠텐이 후원하는 축구팀 FC바르셀로나와 농구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선전물이 방문객들을 반겼다.

      나가이 히로유키 라쿠텐은행 최고경영자(CEO)는 공손하게 취재진을 맞았다. 라쿠텐은행 전신은 e뱅크. 2001년 벤처기업들이 힘을 합쳐 세운 인터넷은행인데 라쿠텐이 2009년 인수했다. 인수 직후 라쿠텐은행은 흑자로 돌아섰고, 현재 자산 2조3535억엔으로 비금융권 인터넷은행 중에선 이온(Aeon)은행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라쿠텐 쇼핑객 9000만명이 1차 고객

      ―유통업만 하던 라쿠텐에 은행업은 완전히 생소한 분야였을 텐데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했나.

      "금융업에서도 리스크 관리란 게 있지만 기업과는 다른 차원이다. 요구하는 개념이나 기준이 다르다. 인재를 유치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었다. 새로 뛰어드는 사업인 만큼 기존 은행 경험이 있는 직원이 필요했다. 그럼에도 원활하게 정착할 수 있었던 건 라쿠텐이 갖고 있는 기존 고객·사업 인프라를 잘 활용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1997년 산업자본이 은행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를 은행 지분의 20% 이내로 제한하는 규정을 폐지했다. 그 뒤 라쿠텐을 비롯, 소니와 세븐일레븐, 전기통신사업자 KDDI 등 비금융 기업들이 하나둘 은행업에 뛰어들었다.

      ―금융청(한국의 금융위원회)이 우려하지 않았나

      "우려했을 수 있지만 아예 제도적으로 제한한다는 건 난센스다. 감독 규정을 만들어 잘못을 저질렀을 때 바로잡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일본에선 개별적으로 각 기업이 금융청과 협의해서 제한 규정을 정했다. 라쿠텐은행만 해도 비금융 산업자본이 100% 지분을 소유하는 곳인데, 은행 내 이사회를 라쿠텐과 상관없는 인사들로 절반가량을 채우고, 조직 내에 변호사, 회계사 등으로 이뤄진 특별감시위원회를 둬 일탈을 차단한다. 원래 은행업을 했다고 해서 대출 관련 문제가 없고,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라고 해서 사고가 생길 가능성이 더 높다고 단정하는 건 비합리적인 사고방식이다. 제도가 있고 감독을 철저히 한다면 은행업을 하는 주체가 누군지와 무관하게 잘 운영할 수 있다."

      ―라쿠텐은 기존 핵심 사업을 보완하고 시너지 효과를 하는 차원에서 발전했다.

      "라쿠텐은행 고객이 라쿠텐 쇼핑몰에서 결제하면 수수료를 깎아준다. 결제 절차도 더 간단하다. 라쿠텐이 보유한 9000만명 고객 정보를 적절하게 분석하고 활용했다. 기존 대형 은행과는 접근법이 달랐다. 고객 입장에선 어느 은행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서비스인지가 중요하다. 은행 고객 입장에서는 쇼핑, 여행, 증권, 생명보험, 휴대전화 서비스 등 라쿠텐이 제공하는 폭넓은 서비스를 더 편하고 싸게 제공받을 수 있다는 게 매력이다. 쇼핑몰 포인트를 은행 수수료로 쓸 수 있고, 메일 주소만으로도 송금할 수 있다. 메신저 바이버(Viber)나 페이스북에서도 송금할 수 있으며, 은행이나 증권·투자신탁 등 다양한 자산을 일목요연하게 통합 관리할 수 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이런 서비스 융합은 더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다."

      '더 싸게, 더 편리하게' 2가지 추구

      ―인터넷은행이 성공하려면 어떤 요소가 가장 뒷받침되어야 할까.

      "은행업에 요구되는 수준의 리스크 관리와 법규 준수(compliance)를 제대로 실현하는 일이 가장 기초적인 부분이다. 이런 핵심 기능을 원만하게 수행한다면 정부 규제와 상관없이 성장할 수 있다. 이런 전제 아래 다양한 업종 기업들이 금융업에 뛰어드는 건 좋은 일이라고 본다."

      ―시중 은행에서 인터넷 은행으로 옮겼는데 어떤 차이가 있는가.

      "해야 할 일은 같지만 하고 있는 일은 다르다. 우리는 고객이 중심이란 생각을 기반으로 더 편리하고 더 저렴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새롭고 다양한 시도를 통해 실패하고 다시 시도하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물론 고객에게 손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 기존 은행은 도전하지 않는다. 이 부분이 명확하다. 해야 할 일은 똑같지만 결국 하는 업무 양상이 다르다."

      ―기존 은행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그들은 사실 현실에 안주하고 있다. 모험을 하지 않아도 수익이 나오는데 왜 굳이 생소한 분야에 뛰어들겠는가. 앞으로 은행 신구세력 간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것이다."

      ―라쿠텐은행은 어떤 목표를 갖고 있는가.

      "'더 싸게 더 편리하게' 두 가지다. 직원들에게 고객들이 더 싸고 더 편리한 은행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당부한다. 그러다 보면 지금까지 없었던 창의적인 서비스가 나온다. 사업을 하는 처지에선 이익을 내야 한다. 그런 바탕 아래 서비스 사용료를 계속 낮춰가는 게 중요하다. 오프라인 은행 점포를 운영하지 않기 때문에 비용 감축분을 더 좋은 서비스로 고객들에게 돌려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