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마윈이 은퇴한 진짜 이유

    • 니샤 고팔란 월스트리트저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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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9.14 10:06

      [On the China]

      '중국에서 사업을 하고 싶다면 너무 몸집이 불어나선 안 된다' 미리 보여준 것일까

      니샤 고팔란 월스트리트저널 에디터
      미국인들은 부(富)를 선망한다. 반면 중국인들은 부자를 썩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잘나가던 알리바바그룹의 공동 창업자 마윈(馬雲)이 10일 은퇴를 선언한 이유다. 알리바바보다 먼저 거대 기업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던 하이항(海航·HNA) 그룹이나 중국 최대 부동산 재벌 다롄완다(大連萬達)가 하루아침에 몰락한 원인이기도 하다.

      마윈은 "창업 20주년인 내년에 알리바바 회장에서 물러나 교육 사업에 헌신하겠다"고 밝혔다. 2013년부터 알리바바 경영을 총괄해온 장융(張勇) 최고경영자(CEO)가 마윈의 뒤를 이어 알리바바 회장직을 이어받는다. 마 회장은 자신의 알리바바 이사직 임기도 2020년 열리는 연례 주주총회까지만 유지할 계획이다.

      중국에서 마윈의 영향력은 대단히 크다. 시작은 항저우의 일개 영어 강사였지만, 동업자 17명과 세운 알리바바는 중국 전체를 바꿔놨다. 이제 알리바바는 중국 최고의 전자상거래 기업일 뿐 아니라, 간편 결제 플랫폼 '알리페이'로 중국인들의 지갑까지 한 손에 움켜쥐었다. 최근에는 클라우드 컴퓨팅과 자산 관리 분야에도 진출하며 영향력을 날로 불리고 있다. 인도와 동남아에서도 알리바바의 입지는 확고하다. 여러 사업 부문에서 수집한 알짜 빅데이터와 개인 정보는 중국 정부가 부러워할 만한 수준에 이르렀다.

      정부 눈 밖에 나기 전에 자진 은퇴한 듯

      마윈은 현재 중국 최고의 부호다. 바꿔 말하면 상당히 위험한 자리에 앉아있다는 뜻이다. 중국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부호 목록에 오른 중국의 억만장자들은 그들의 사업이 중국 정부의 이익을 침해한다고 여겨질 경우 가차 없이 숙청당했다. 최근 중국 거대 기업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하자 이런 경향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푸싱(復星)그룹이 좋은 예다. '중국의 워런 버핏' 소리를 듣던 궈광창(郭廣昌) 푸싱그룹 회장은 2015년 금융 비리와 관련해 중국 당국의 조사를 받던 도중 잠시 행방불명됐다. 프랑스 리조트 기업 '클럽메드', 포르투갈의 보험회사 '카이사 세구로스' 같은 굵직한 해외 기업들을 사들이며 사세를 키우던 때였다. 완다그룹 왕젠린(王健林) 회장 역시 영국 런던 부동산 매입 계획을 추진했다가 중국 당국으로부터 차입 과다와 관련한 강도 높은 조사를 받은 이후 부동산과 쇼핑몰 사업을 정리하고 있다. 더 안 좋은 사례도 있다.

      덩샤오핑(鄧小平)의 외손녀 사위로 알려진 보험 재벌 우샤오후이(吳小暉) 전 안방(安邦)보험그룹 회장은 사기죄로 18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해외 기업 사냥에 위안화를 아낌없이 쓰기로 유명했던 하이항 그룹 창업자 왕젠(王健) 회장은 지난 7월 프랑스 출장 중 돌연 사망했다. 그의 사망 이후 하이항 그룹은 두 달 만에 보유 자산 170억달러를 처분했다.

      알리바바는 이 기업들처럼 성장에 대한 욕구가 왕성하지만, 그렇다고 무리하게 빚을 내면서 사업을 키우진 않았다. 또 다른 거대 IT 기업 텐센트가 '게임 업계를 규제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고압적 정책에 저자세를 보인 것과 달리, 마윈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서도 '미국에 새 일자리 100만개를 만들겠다'고 공언할 정도로 담대한 태도를 유지했다. 회장 자리를 반납한 것도 알리바바가 중국 정부의 눈 밖에 나기 전에 자진해서 내린 현명한 결단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중국 정부는 민간 기업이 지나치게 커지는 것을 경계한다. 국영기업이 나서기 어려운 부문에 진출해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역할이면 족하다는 것이다. 마윈의 은퇴는 '중국에서 사업하고 싶다면 너무 몸집이 불어나선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