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은행은 잊어라… 잡스의 아이폰처럼 완전히 새 뱅크 창조하라

입력 2018.09.14 10:06

[Cover Story] 은행의 미래… 美·中·日 전문가가 말한다

美 베스트셀러 '뱅크 3.0' 저자 브렛 킹


[Cover Story] 美 베스트셀러 '뱅크 3.0' 저자 브렛 킹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은행의 개념은 모두 잊어라. 금융은 새로운 기술, 정책, 환경에 맞는 완전히 새로운 형태로 재정의되어야 한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뱅크 3.0'의 저자 브렛 킹(King)은 WEEKLY BIZ 인터뷰에서 기존 은행을 어떻게 바꾸고, 서비스를 개선할지 고민할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처음부터 새롭게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은행 지점, 대출 절차 등은 이제 필요 없어질 것"이라며 "1900년대 처음 은행을 설립할 때처럼 완전히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마음으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바일 앱을 만들고, 핀테크 부서를 개설하는 등 생색 내기 정책만으로는 변화의 흐름을 따라가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금융 분야 미래학자인 킹은 2006년 HSBC의 의뢰를 받아 '은행의 미래 전망 보고서'를 작성하다가 '핀테크 전도사'로 유명세를 얻었다. 그는 2011년 뉴욕에서 인터넷 은행인 모벤(Moven)을 창업해 운영하고 있다. 뉴욕 미드타운에 있는 모벤 사무실에서 킹을 만났다.

은행은 더 이상 '장소'가 아니다

―저서 '뱅크 3.0'의 부제를 '은행은 우리가 가야 할 장소가 아니라 해야 할 일'이라고 단 점이 인상적이다.

"그렇다. 은행이 인공지능(AI), 증강현실 등 화려한 기술로 무장해야 한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더 큰 변화다. 은행업의 정의 자체가 달라져야 한다. 집보다 안전한 은행에 돈을 맡기던 '뱅크 1.0' 시대는 단순했다. 이후 고객이 늘자 전산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계좌번호가 등장했고, 접근성을 위해 ATM(현금자동입출금기)이 생겼다. 현재는 디지털의 발달로 은행이 돈을 보관하는 '안전한 장소'에서 '안전한 기술 플랫폼'으로 바뀌고 있는 단계다."

―은행이 기술 플랫폼으로 변한다는 게 무슨 의미인가.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머니마켓펀드(MMF) 위어바오(餘額寶)를 봐라. 위어바오는 지난 몇년간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투자·저축 상품이다. 2013년 출시 8개월 만에 930억달러(약 104조원)의 예금을 유치했다. 중국의 어떤 은행도 달성하지 못한 성과다. 위어바오는 지점도, 영업 직원도 하나 없다. 몇 년 전만 해도 지점 창구에 고객과 마주 앉아 설득하는 직원이 없다면 어떻게 저축 상품을 팔 수 있겠냐며 의구심을 가졌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가장 성공적인 금융상품은 지점이 필요없는 자동화로 유통되는 구조다. 텐센트의 위챗페이도 마찬가지다. 신용카드를 만들기 위해 지점을 방문하던 기존 관행을 없애고 QR 코드를 활용했다."

규제가 심하면 전통 은행과 협업하라

―그렇다면 은행이 변화의 흐름을 주도할 수 있는 '혁신적 사고'는 무엇인가.

"역사적으로 가장 큰 기술적 변화는 원칙을 깨는 것에서 시작됐다. 신기술이 과거의 패턴을 모두 바꾸기 때문에 아예 제로(0)에서 다시 시작하는 사고를 해야 한다. 자동차가 그런 예다. 뉴욕에서 말(馬)을 타고 다니다가 자동차가 등장했을 때 일부 사람들은 '더 빠른 말'이 등장했다는 단순한 생각을 했을 것이다. 자동차가 가져온 변화 중 '빠른 이동'은 빙산의 일각 아닌가. 자동차는 제조업의 대량생산을 가져왔고, 고용 형태를 바꾸었다. 이후 제조업에 종사하는 중산층이 생겼고, 미국 정치 지형을 바꿨다. 도로·신호등 등 도시 모습이 바뀐 것은 물론이다.

다른 예를 들자면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만들 때 모토롤라, 블랙베리 제품을 개선하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 아니다. 그는 '터치 스크린, 모바일폰, 인터넷, 소프트웨어 앱을 하나의 기기에 합치면 어떨까'라고 생각했다. 이것이 바로 혁신적 사고다."

―한국은 금융 규제가 보수적이라 혁신적인 핀테크 기업이 나오기 어려운 구조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인터넷 은행 모벤을 설립할 때 가장 큰 장애물은 최소한 하나의 지점은 만들어야 한다는 규제였다. 고객의 서명을 받아야만 계좌 개설이 가능한 규정도 있었다. 따라서 전통적인 은행과 협력하며 방법을 모색했다. 이미 강력한 고객 기반을 가지고 있는 은행과 파트너십을 구축해 결제 시스템 구축에 집중했다. 규제가 강력한 국가에서 핀테크 기업은 기존 은행과의 협력이 중요하다."

중국, 미국보다 10여 년 앞서

―세계 주요국에서의 핀테크나 은행은 어떻게 발전하고 있나.

"중국이 가장 앞서가고 있다. 심지어 미국보다 10년 정도 앞서고 있다. 중국에는 모바일로 금융을 처음 접한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은행을 경험하지 못한 저소득 계층이 아직도 상당수 존재하기 때문에 이들이 모두 중국 핀테크 기업의 잠재 고객이다. 중국에서는 이미 모바일을 통해 예금하는 사람의 비중이 굉장히 크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2030년 세계에서 가장 큰 금융사는 중국 알리바바의 자회사 앤트파이낸셜로 한국·인도 등 세계 100여 개국에서 최소 30억명의 고객을 보유할 것이다.

미국은 규제가 비교적 까다로워서 많은 합의가 필요하다. 주정부와 연방정부, 은행들의 입장도 각각 다르다. 이 때문에 간편 결제와 관련해 미국은 아마 전 세계 40위 정도 될 것이다. 충격적이다. 유럽의 경우 런던 등이 핀테크 중심지로 떠오르면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앞으로 금융 서비스의 모습이 또 어떻게 변할 것으로 예측하나.

"음성 인식 AI 기기, 사물인터넷(IoT), 증강현실 등의 기술이 우리 생활 속 깊숙이 침투하면 은행 개념이 또다시 달라질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어떤 상품, 채널이 각광받을지가 아니라 금융이 어떻게 소비될지 여부다. 예컨대 아마존의 알렉사는 이미 금융사 캐피털원과 협력해 음성 인식만으로 신용카드 결제금을 내도록 하고 있다. 여기서 더 혁신적인 사고를 한다면 앞으로 신용카드 16자릿수 번호를 기억할 필요도 없다. 목소리 자체가 훌륭한 신원 인식 매개체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미래에 우리는 알렉사에 재테크를 문의할 것이다. '오늘밤 외식할 돈이 충분할까' '아들 대학 자금을 위해 매주 얼마를 저금해야 하나' 등의 질문을 집에서 스마트 기기에 던질 수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라고 부르는 AI 투자 자문 서비스는 이미 지난해 처음 인간 투자자문사와 동등한 수익률을 내기 시작했다. 2030년 로보어드바이저가 운용하는 자금은 100조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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