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알리페이'가 세계 1위 된 건 中정부가 길 터 준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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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9.14 10:06

      [Cover Story] 은행의 미래… 美·中·日 전문가가 말한다

      中 SAIF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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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정 기자
      "'알리페이'가 세계 1위 핀테크 업체로 성장하게 된 건 정부가 혁신의 공간을 터줬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상하이교통대 상하이고급금융학원(SAIF)에서 만난 옌훙(嚴弘·53) SAIF 부원장은 정부가 금융사에 기술 혁신을 하라고 말로만 채근하기 전에 혁신 기업들이 탄생해 무럭무럭 자랄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알리페이는 지급·결제 서비스의 일종이지만, 사실상 금융 당국 규제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혁신적인 서비스를 앞세워 전통 은행들을 위협하는 강자가 됐다"고 말했다.

      SAIF는 중국의 금융 중심지인 상하이시(市)가 금융 인재를 기르기 위해 2009년 설립한 금융 학원으로, 영국과 미국 등 해외에 나가 있던 금융 연구자들이 자국으로 돌아와 연구 활동을 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비금융회사의 금융 서비스 급증

      ―세계가 중국의 핀테크 발전을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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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30일 중국 상하이 주장로에 위치한 중국건설은행 무인(無人) 지점에서 로봇이 고객에게 은행 업무를 안내하고 있다. 지난달 4월 문을 연 이곳은 은행원이 한 명도 없는 중국 최초의 무인 은행이다. 얼굴 인식으로 신분을 확인한 뒤 계좌 개설, 입출금, 외환 거래, 은행 카드 발급 등을 할 수 있다. / 김민정 기자

      "중국의 핀테크는 최근 3~5년 사이 급격한 속도로 발전했다. 가장 대표적인 분야는 모바일 결제 분야다. 중국 내에서 핀테크가 확고한 위상을 갖게 된 건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가 나오면서부터이다. 지금 중국에서는 식당, 카페 등 어딜 가더라도 현금과 신용카드를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고, '알리페이'나 '위챗페이'를 이용해 휴대폰으로 모두 결제가 가능하다. P2P(Peer to Peer) 대출도 빠른 속도로 몸집이 커졌으며,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자산 운용, 온라인 보험 등의 영역으로도 핀테크가 발전하는 추세다."

      ―핀테크가 발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핀테크는 서민에게 과거보다 다양한 금융 활동의 '종류'와 '방식'을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알리페이에 충전된 금액은 알리바바의 머니마켓펀드 상품인 '위어바오'에 수시로 입출금할 수 있는데, 고객은 결제 후 남은 잔액을 위어바오에 넣어 수익을 얻을 수 있다. 하루만 넣어놔도 이자가 붙은 걸 확인할 수 있고 바로 사용도 한다. 은행의 예·적금 기능과 비슷하지만 훨씬 편리하게 소액을 관리할 수 있다."

      ―모바일 결제, P2P 대출이 발전한 이유는.

      "그동안 모바일 결제와 P2P 대출은 사실상 규제를 받지 않아 발전할 공간이 많고 발전이 빨랐다. 중국에는 은행·증권·보험 감독관리위원회가 금융업을 관리·감독하는데, P2P 대출과 모바일 결제 업체는 금융업으로 분류되지 않아 감독관리위원회의 통제를 받지 않는다. 즉 중국은 '비(非)금융기관'의 금융 서비스가 더욱 발전하고 있는 상태다."

      ―기존 금융 회사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나.

      "알리페이, 위챗페이 등은 전통 은행들에 충격을 주고 있다. 위어바오의 경우엔 서비스 출시와 동시에 2조위안의 자금이 유입됐다. 이 자금이 어디에서 나왔을까? 바로 은행이다. 알리페이, 위챗페이 등은 모바일 결제에만 그치지 않고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파생시켜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전기료, 주차료 등 각종 생활 비용도 이 플랫폼에서 낼 수 있어 큰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자 기존 은행들도 고객을 뺏기지 않기 위해 각자 기술 혁신에 나서고 있으며 더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좋은 경쟁 구도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본다."

      간섭이 적어야 혁신 기업 탄생

      ―어떻게 해야 알리페이 같은 혁신 기업이 많이 나올 수 있나.

      "중국의 '알리바바'와 '텐센트' 같은 기업들은 기본적으로 시장에서 자체 탄생한 것이다. 국가는 많은 돈을 투자하지 않았다. 국가는 단지 그들에게 발전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주었을 뿐이다. 기술 혁신은 연구소나 대학이 아닌 시장을 통해 더욱 빠르게 일어날 수 있다. 시장에선 기술 혁신에 대한 유인이 크기 때문이다. 한 창업자가 기술과 아이디어로 성공하면 직원들과 함께 하루아침에 벼락부자가 될 수도 있으니 그만큼 동기 부여가 크다는 것이다. 대학이나 연구소에서는 장기적인 연구가 필요한 기초적인 기술을 연구하도록 하고, 창조적인 연구는 기업에 맡겨, 그들의 발전을 지원해주면 된다."

      ―중국은 '발전의 공간'을 어떻게 열어주고 있나.

      "국가는 과학 기술의 미래를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관리·감독을 할 때 기업들의 혁신을 저해하지 않도록 장려해야 한다. 불확실한 것에 대한 섣부른 위험 통제가 혁신의 싹을 자르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 것이 필요하다. 중국은 일단 새로운 산업이 나오면 2~3년 정도 '해볼 만큼 해봐라' 식으로 놔둔다. 그동안 다양한 문제점과 피해 사례가 쌓이고 나면 그때 규제를 만들어가는 식이다. 이렇게 혁신의 공간을 터준 뒤엔 펀드를 조성, 활성화해 신흥 산업에 돈이 흘러가도록 환경을 조성한다. 자금줄이 있어야 이들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위험 통제가 약하면 소비자의 불만은 없나.

      "당연히 있다. 한국처럼 시위도 일어난다. P2P 대출 회사가 투자자들에게 돈을 상환하지 못하고 문을 닫아 많은 투자자가 손실을 보기도 했다. 당연히 그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불만이 제기된다. 이런 문제가 생긴 뒤에야 여러 사례를 바탕으로 P2P 대출 감독을 강화해가고 있다. 그러나 '규제와 혁신 사이의 밸런스'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