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세상은 은행 아닌 은행 서비스를 필요로 해"… 中 텐센트 '위뱅크' 대출 심사에 단 2.4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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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9.14 10:06

      [Cover Story] 세계 주요 인터넷뱅크 현황

      "세상에는 은행이 필요한 게 아니라 은행 서비스가 필요한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20년 전에 했던 말이 현실이 되고 있다. 인터넷 전문 은행은 국내에서 출범 1년을 갓 넘겼지만 해외에선 활발한 움직임을 보인 지 오래다.

      日, 스마트폰 개통 때 계좌 만들면 우대 금리

      특히 은산 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 제한) 규제가 약한 일본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현재 8개의 인터넷 은행 가운데 6개가 산업자본의 주도로 세워졌다. 일본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라쿠텐이 지분 100%를 소유한 라쿠텐은행이 대표적이다. 라쿠텐은행은 온라인 쇼핑으로 얻은 포인트를 은행 수수료에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등 계열사를 적극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고 있다. 고객의 구매 내역과 카드 포인트, 쿠폰 사용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며 설립 이후 연평균 44.7%의 성장률을 이어가고 있다.

      유통 업체 세븐일레븐이 주요 주주로 있는 세븐은행은 제휴를 맺은 수백개의 금융회사로부터 편의점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사용료와 수수료를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거두고 있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모기업의 장점을 최대한 살린 것이다. 일본 통신사 KDDI와 미쓰비시도쿄UFJ은행이 설립한 지분은행은 휴대전화 매장에서 새 스마트폰을 개통하면서 지분은행 계좌를 만들면 요금 혜택 및 금리 우대를 주는 것으로 고객을 유치했다.

      일본 대형 마트인 이온이 모기업인 이온은행은 '이온 신용카드'로 결제할 경우 고객에게 할인 혜택을 준다. 또 이온몰에서 현금처럼 사용 가능한 전자화폐 '와온'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지난 6년간 총자산이 3배, 당기순이익 역시 2배가량 증가했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8년 3월 말까지 6년간 일본 인터넷 은행의 총자산은 120%, 당기순이익은 38%, 계좌 수와 대출액은 각각 92%, 280% 증가했다. 직원 수 역시 같은 기간 2617명에서 5054명으로 늘어나는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연평균 일자리가 11%씩 증가한 셈이다.

      위뱅크, SNS 이용자 17억명이 잠재 고객

      중국도 민영은행에 대한 유연한 규제 정책을 발판으로 텐센트, 알리바바 등 IT 대기업 자본들이 인터넷 은행에 뛰어들었다. '인터넷 공룡' 텐센트가 설립한 중국 인터넷 전문 은행 1호 위뱅크(웨이중은행)는 텐센트의 다양한 SNS 이용자 17억명을 잠재 고객으로 확보하고 간편한 대출 시스템을 제공하면서 지난해 순익이 3.5배 훌쩍 뛰었다. 같은 기간 중국 국유은행인 중국은행·교통은행·공상은행이 모두 2.8~4.7% 순익 증가세를 보인 것과 비교된다.

      위뱅크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67억4800만위안(약 1조1045억원)으로 전년과 대비해 176% 늘었다. 같은 기간 순익은 14억4800만위안으로 261% 급증했다. 이러한 기세를 몰아 위뱅크는 오는 2020년까지 매출과 순익을 각각 302억위안, 127억위안까지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위뱅크가 영업을 시작한 2015년 매출이 2억2600만위안에 불과하고 5억8400만위안의 적자를 낸 것과 비교하면 큰 발전이다.

      위뱅크의 주력 상품은 2015년 5월 출시한 개인 대상 소액 신용 대출 '웨이리다이'다. 웨이리다이는 위챗을 통해 대출을 신청하면 2.4초 만에 심사를 마치고 40초 만에 입금된다. 무담보·무저당으로 최대 20만위안(약 3274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으며, 대출 상환도 수시로 가능하다. 하루 대출 이자율은 사용자의 신용 등급에 따라 다르지만 일일 평균 0.05%이다. 출시된 지 약 1년 반 만에 전국 529개 도시의 2400만명에게 대출을 제공, 웨이리다이 누적 대출액은 1600억위안, 대출 건수는 2000만건에 달했다.

      美 GM, 자동차 구매자 타깃해 성공

      연방정부에서 원칙적으로 대기업의 은행 소유를 금지하는 등 은산 분리 규제가 비교적 보수적인 미국은 어떨까. 기존 은행과 다른 차별화된 수익 모델을 확보했느냐가 성패를 갈랐다. 미국의 1세대 인터넷 은행인 넷뱅크는 설립 10년 만인 2007년 문을 닫았다. 넷뱅크는 2001년부터 주택 담보대출 회사들을 인수하면서 주택 담보대출에 집중했지만 경기 악화로 손실이 커졌다.

      반면 2000년 이후 모바일 금융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인터넷 은행 시장도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특히 든든한 모회사를 둔 인터넷 은행은 성공 가도를 달렸다. 앨리뱅크가 대표적인 예다. 미국의 대표적 자동차 기업인 GM이 2004년 출자한 앨리뱅크는 자동차 딜러나 구매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자동차 할부 상품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앨리뱅크는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자 초기 인터넷 은행의 실패 원인 중 하나로 꼽힌 마케팅 비용을 절약하는 대신 자동차를 구입하는 고객들을 주요 목표로 삼고 리스나 오토론(차량 구입 자금 대출)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