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FA-18 3대 날아와 소형 무인기 103대를 날려보내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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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9.14 10:06

      [유용원의 Defenomics] (6) 방위산업에 몰아치는 4차 산업혁명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2016년 10월 미 캘리포니아주 차이나레이크 시험 비행장 상공. FA-18 수퍼 호넷 전투기 3대가 비행하다 소형 무인기 103대를 투하했다. '퍼딕스(Perdix)'라 불리는 길이 16.5㎝에 날개 길이 30㎝, 무게 290g에 불과한 초소형 무인기였다. 미 MIT대 링컨 연구실에서 개발한 제품이다. 퍼딕스는 지상 통제소 조작 없이도 알아서 편대 비행을 제어하는 등 첨단 기술을 선보였다. 이 정도 대규모 무인기들이 자율 군집 비행을 한 건 처음이었다. 이들은 '두뇌'로 불리는 중앙처리장치 명령 체계를 공유하면서 그룹별로 무인기 수를 변경하고 다른 무인기들과 상황에 따라 비행 상태를 조절하는 능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본격적인 AI(인공지능) 무인기 시대를 알린 셈이다.

      미 해군도 군집 무인기 외에 무인 군집 함정을 연구하고 있다. 위험도가 높은 해협 등을 통과할 때는 무인 보트를 대량으로 운용한다는 발상이다. 미 해군은 2014년 8월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무인 보트 13척을 동원해 함정 호위 시험을 했다. 미 해병대는 상륙전에 사용할 무인 군집 상륙돌격장갑차, 미 육군은 자율주행 차량 여러 대로 이뤄지는 지상 군집 로봇을 시험하고 있다.

      중국도 미국 다음으로 가장 활발하게 군집 드론·로봇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무인 보트 56척을 군집으로 운용하는 시험에 성공했다. 미국보다 큰 규모의 무인 보트 운용 능력을 보여준 것이다. 대형 스텔스 무인기 '리젠(利劍)'도 개발을 마치고 시험 비행에 성공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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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A-18 수퍼 호넷 전투기에서 나와 함께 비행하는 소형 무인기 ‘퍼딕스’(왼쪽 위·아래). 퍼딕스가 군집 비행을 통해 방향을 바꿔가며 임무를 수행하는 모습을 레이더가 촬영한 장면(오른쪽). /미 공군·유튜브
      이처럼 AI 군집 드론과 로봇 등은 미래 전장 승패를 좌우하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세계 국방 방산 분야에도 드론, 로봇, AI 등 4차 산업혁명 기술 바람이 몰아치고 있는 것이다. 3D 프린터로 전투기 엔진 부품, 권총 등을 만들었다는 것은 더 이상 뉴스가 아니다. 조병완 한양대 교수는 "인공지능은 DMZ(비무장지대) 철책선이나 해안 감시 무인화, 머신러닝을 바탕으로 전투 장비 재고품과 부속품 관리, 맞춤형 진료·질병 예방, 복잡한 전투 상황에서 신속 정확한 전술 전개 등 국방 분야에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산업연구원이 지난해 말 펴낸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한 방위산업의 경쟁력 강화 전략'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 시대 도래에 따라 세계 방산 제품에서는 기존 무기 체계의 스마트(Smart)화, 스핀온(Spin-on)화, 디지털 플랫폼(Platform)화, 서비스화 등 특징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변화는 특히 미국과 이스라엘이 선도하고 있다.

      ①기존 무기 체계 스마트화

      미국은 여러 해 전부터 다양한 정찰 활동, 지뢰 제거, 공격과 타격 등 역할을 인간 대신 무인 무기들이 수행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실전 시험도 해왔다. 미국은 오는 2025년쯤 전장에서 인간 대신 로봇이 전투를 수행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이미 미 사이버네틱스사가 개발한 인공지능 무인 전투기 '알파(ALPHA)'는 미 공군 베테랑 교관과 모의 공중전에서 완승을 거둬 화제가 됐다. 알파는 인간보다 250배나 빠르게 계산하고 분석하는 인공지능을 갖고 있다. 인간보다 훨씬 신속하게 반응하고 정확하게 타격할 수 있다.

      세계 4위 방산 기업 미 레이시온은 인공지능 탑재형 무인기 '코요테'를 시험하고 있다. 미 해군이 2020년대 중반쯤 도입할 코요테 무인기는 대당 1만5000달러로, 여느 군용 무인기보다 싸다. 미군은 코요테 무인기 30대 이상을 동시에 발사해 적군의 미사일 등을 유도, 소진시키는 '벌떼형 공격'을 구상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무기 개발 때 AI, 센서 등 급속도로 발전하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 '진화적 개발 방식'도 확대하고 있다. 개발 목표를 고정해 놓은 게 아니라 기술 변화 등에 따라 융통성 있게 바꿀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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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왼쪽)미 해군이 시험 중인 무인 군집 함정. 위험도가 높은 해협 등을 통과할 때 전함 호위용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오른쪽)미래 병사 전투복과 무기./미 해군·미 육군
      ②4차 산업혁명 기술 전 부문 적용

      상용화된 민간 기술을 국방 분야에 활용하는 것을 '스핀 온(Spin-on)'이라 한다. 반대로 국방 기술을 민간 부문에 활용하는 것은 '스핀 오프(Spin-off)'라 불린다. 민간 부문의 4차 산업혁명 기술들이 국방 분야에 적용되는 스핀 온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미 DARPA(방위고등연구계획국)는 매년 기술경진대회 '챌린지(Challenge)'를 열고, 국방 기술에 대한 민간 관심을 촉진해 기술 개발을 유도하고 있다. DARPA는 2004~2007년 자율주행 자동차 기술, 2015년엔 로봇, 2016년엔 인공지능을 활용한 사이버 해킹 및 보안 기술 분야에 대한 대회를 각각 열었다. 자체 기술로 '메시웜(Meshworm)'이라 불리는 벌레형 정찰 로봇을 개발 중이며, 미 육군은 국립로봇공학연구센터 도움을 받아 '크루셔'라 불리는 전투 로봇을 연구하고 있다.

      F-35 등 현재 5세대 스텔스 전투기를 뛰어넘는 6세대 전투기들도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주목을 받는 무기다. 6세대 전투기는 스텔스 성능 외에 인공지능, 레이저·마이크로웨이브와 같은 지향성(指向性) 에너지 무기 등을 탑재한 게 특징이다. 미 정부는 2015년 8월 실리콘밸리 내 4차 산업혁명 관련 업체 수백 곳에서 보유한 기술을 국방 분야에 접목하기 위해 '국방혁신실험사업단'을 설립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은 국경 방호 로봇 '가디엄'을 이미 실전에 투입하고 있고, IAI, 엘빗 시스템즈 등 방산 업체들이 군용 무인기 수출 시장에서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③방산 시스템의 디지털 플랫폼화

      빅데이터 기반의 '방산 디지털 플랫폼' 구축이 초기 단계에 접어든 것도 주목을 받고 있다. GE는 군용기를 비롯, 항공기 분야 디지털 플랫폼인 '프레딕스(Predix)'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각종 센서, 정찰 장비 등을 활용, 적 동태 정보를 수집·분석함으로써 지휘관이 신속하고 정확하게 결단을 내릴 수 있게 돕는 역할이다.

      ④방산 서비스 분야 신시장 창출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딥 러닝과 빅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하는 성과기반군수(Performance Based Logistics·PBL), MRO(Maintenance, Repair and Operation·정비유지) 사업 등 방산 분야 서비스 시장도 커질 전망이다. 전에는 정비용 부품을 미리 사고 남으면 재고로 관리했다. 하지만 수요 예측이 곧잘 틀려 예산을 낭비하는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앞으론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도움으로 부품이 언제, 얼마 정도 필요한지 예측할 수 있어 필요 없는 부품을 잔뜩 사들여 남는 바람에 허비하던 예산을 다른 분야에 쓸 수 있게 된다. 효율적인 예산 운용이 가능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