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제트기에 로봇까지… 혼다 자동차만 아는 당신은 '브알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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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9.14 10:06

      일본 혼다 5大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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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이동운
      일본 글로벌 자동차 기업 혼다(Honda)는 2015년 12월 '혼다 제트'라는 소형 비즈니스 제트기를 선보였다. 승객 4명 정도를 태우고 운항하는 소형 여객기로 항공기 자체 성능은 물론 세련된 디자인으로 조종사와 항공공학자, 기업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3년 만에 미국 경비행기 업체 세스나(Cessna)를 제치고 지난해 세계 소형 제트기(light jet) 시장에서 43기를 출하, 1위에 올랐다. 올 상반기에도 17대를 납품, 1위 자리를 지켰다.

      혼다는 이륜차(모터사이클)와 자동차(모터스포츠용 포함)라는 양대 주력 사업에 집중했다. 하지만 지금은 소형 여객기뿐 아니라 로봇 산업까지 손을 대면서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다. 아직까진 성과가 좋다. 2018년 3월 결산 기준 실적에서 혼다는 처음으로 당기순이익 1조엔(약 10조970억원)을 돌파했다. 1조엔 돌파는 일본 기업 가운데 도요타자동차, 미쓰비시UFJ파이낸셜 그룹, 소프트뱅크그룹에 이어 네 번째다.

      ①소형 비즈니스 제트기 돌풍

      혼다 자회사인 미국 혼다에어크래프트 컴퍼니 후지노 미치마사(藤野道格) 사장은 입사 3년차인 1986년 항공기 연구·개발 프로젝트에 투입된 후 '혼다 제트' 기체 설계에 모든 것을 바쳐왔다. 보통 소형 제트기 엔진은 기체 동체 뒷부분에 배치하지만, 후지노 사장은 좌우 항공날개 윗부분에 엔진을 배치해 객실 공간을 라이벌 기종보다 20% 가까이 넓게 확보하는 등 파격적인 발상으로 다른 소형 제트기와 차별화했다. 혼다 제트 등장 이후 경쟁 업체들은 혼다 제트의 인테리어와 외부 도장, 조종석 탑재 시스템을 제공하는 업체 아비오닉스의 기술을 모방하거나 혼다 제트 웹사이트까지 유사하게 만들고 있을 정도다.

      혼다에어크래프트 컴퍼니는 '비즈니스 제트는 부자들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에 변화를 주기 위해 독자적인 전략을 추진했다. 지난 3월 일본 대형 항공사 전일본공수(ANA)와 비즈니스 제트기 영역에서 전략적 제휴를 발표했다. 후지노 사장은 "ANA 관계자가 혼다 제트를 탄 뒤 흔들리지 않고 안정된 승차감에 놀라워했다"며 "항공업계 사람이 만족했다는 사실은 완성된 비행기라는 점을 인증한 셈"이라고 말했다.

      ANA는 이번 제휴를 통해 해외 출장이나 여행지에서 혼다 제트를 활용해 전세기를 제공하는 등 일본 비즈니스 제트기 시장 창출을 노리고 있다. 혼다는 ANA 일반 고객이 제트기를 접하고 타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항공 여객 비즈니스 토대도 확장한다는 속셈이다.

      ②로봇 기술 응용해 신제품 개발

      혼다는 지난 6월 세계 최초 2족 보행 휴머노이드 로봇 아시모(ASIMO) 개발을 중지한다고 발표했다. 아시모는 로봇 분야 스타트업이 아닌 자동차 업체가 개발한 세계 최초 2족 보행 로봇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대신 더 실용적인 로봇기술 개발에 힘을 싣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를 위해 이미 지난해 4월 혼다 자회사인 혼다기술연구소에 로봇기술, 모빌리티시스템(이동수단), 에너지 매니지먼트 등을 담당할 새로운 연구개발 조직으로 R&D센터-X를 사이타마현 와코시에 새롭게 설치했다. 아시모가 가진 고도의 균형 기능과 운동 제어 기술은 이미 다양한 혼다 제품에 접목되기 시작했다. 혼다가 2017년 개발해 내놓은 EV 바이크 라이딩어시스트(Riding Assist)는 그동안 축적된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에서 축적된 균형 제어 기술을 적용해 스스로 균형을 유지하고 정지 중에도 운전자가 땅에 발을 내리지 않아도 되는 오토바이다.

      ③하이브리드에서 전기차로 주축 이동

      지난해 혼다 매출액은 15조3611억엔으로 역대 최고였다. 자동차 분야에서 전체의 70.6%를 벌어들였고, 글로벌 차 판매 대수(519만대)도 전년 대비 3.4% 증가했다. 경차 시리즈인 엔박스(N-BOX)가 일본 시장에서 신차 판매 대수 1위를 차지하는 등 혼다만의 브랜드를 구축하며 견고한 판매세를 유지하고 있다.

      혼다는 세계적인 친환경 차량 증가 추세에 맞춰 2030년까지 자사 자동차의 3분의 2를 전기차(EV)화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생산의 주축을 전기차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휘발유와 전기를 동시에 원료로 사용하는 과도기 차량인 하이브리드 자동차 생산이 중요한데, 혼다 자동차 부문은 이미 다양한 하이브리드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더 나아가 자동차뿐 아니라 모터사이클도 미래형 친환경 제품을 만들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④전기 무선 오토바이로 동남아 공략

      혼다를 대표하는 또 다른 제품은 이륜차(모터사이클)다. 세계 시장 점유율 30%로 1위. 특히 아시아 시장에선 독보적이다. 오토바이의 대명사 혼다가 1958년 내놓은 대표 제품 수퍼커브(Super Curb) 시리즈는 2017년 10월 누적 판매 대수 1억대를 돌파했다. 일본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자동차 도요타 캠리의 누적 판매대수가 4500만대인 사실을 고려하면 혼다 오토바이 명성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륜차 부문 연 매출은 1조7000억엔으로 자동차 부문의 20%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영업이익은 1707억엔으로 자동차 수익의 3분의 1가량을 창출해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매년 10% 전후 꾸준히 이익을 올리는 효자사업이다.

      베트남과 태국 이륜차 시장에서 혼다 점유율은 70%대에 이른다. 베트남에서는 오토바이가 '혼다'라는 명칭으로 통용될 정도다. 혼다는 아시아에서 저소득층이 가장 먼저 구입하게 되는 이동수단이 오토바이라는 점을 감안, 판매 가격이 비교적 낮아 소비시장에 접근하기 쉬운 이륜차 부문에서 첫 승부를 걸었다. 그래서 다른 현지 자동차업체나 글로벌 기업들보다 먼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구매 동기를 부여해 자동차 분야에 파급 효과를 노렸다. 자동차만 생산·판매하는 다른 자동차 기업은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혼다만의 전략이다. 연 2000만대에 가까운 판매대수를 자랑하는 세계 최대 오토바이 시장인 인도에선 인도 특유의 가치관에 맞는 제품을 만들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인도인들이 가진 "금속은 튼튼하고 자산가치가 높아 중고로도 고가에 거래할 수 있다"는 가치관에 맞춰 플라스틱 외장보다 차체에 강판을 사용한 오토바이 제품에 주력한 것이다. 혼다는 전기 오토바이, 무선조정 오토바이 등 신제품으로 동남아 공략을 확대할 계획이다.

      ⑤소프트뱅크 등 외부 협업 확대

      혼다는 다른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경영통합과 제휴를 활발히 진행해온 것과 달리 일본 기업 특유의 '자전주의(自前主義·개발부터 생산까지 기업 내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것)'를 고집해 왔다. 하지만 하치고 사장 부임 이후 새로운 사업 부문을 중심으로 국내외 기업과 잇달아 제휴를 하면서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다. 가장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자율·공유 자동차와 관련된 CASE(Connected·Autonomous·Sharing·Electrified) 영역이다. EV용 모터 분야와 차량 탑재 전지, 자율운전 부문 등 다양한 영역에서 세계적인 기업뿐만 아니라 스타트업과도 손을 잡고 있다. 소프트뱅크와는 AI 감정 엔진을 모빌리티 제품에 활용하는 공동 연구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