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중국판 따릉이' 비틀비틀… 77개社 중 30개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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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9.14 10:06

      [오광진의 대륙종횡] (2) 中 공유자전거의 위기

      오광진 조선비즈 베이징 특파원
      오광진 조선비즈 베이징 특파원
      지난 8월 31일 상하이펑황은 자회사 펑황자전거가 중국 최대 공유자전거 업체 오포의 운영회사 둥샤다퉁에 납품대금 6815만위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베이징 제1 중급 인민법원에 제기했다고 상하이증권거래소에 공시했다. 오포는 기존 투자자인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로부터 자전거를 담보로 지난 2월 17억6600만위안에 이어 9월 초 6000만위안을 빌린 것으로 전해진다. 하루 적자가 2500만위안(약 41억원)에 달한다는 보도까지 나온다. 또 다른 투자자인 중국 최대 차량호출 업체 디디추싱에 인수될 것이라는 설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오포와 함께 중국 공유자전거 시장을 90% 점유하고 있는 모바이크는 지난 4월 27억달러에 배달전문업체 메이퇀에 팔렸다. 오는 20일 홍콩 증시에 상장하는 메이퇀이 이달 4일 공개한 기업공개(IPO)신청서에 따르면 모바이크는 4월 한 달 매출이 1억5000만위안에 달했지만 4억8000만위안(약 780억원)의 손실을 냈다. 전자상거래, 알리페이(온라인 결제), 고속철도와 함께 중국이 신(新) 4대 발명품으로 내세운 공유자전거 시장의 현주소다.

      오포는 빚더미…모바이크는 매각돼

      2015년 9월 베이징대 학생들이 만든 스타트업 오포가 자전거 1000대를 캠퍼스에 깔면서 형성된 중국 공유자전거 시장은 그해 말 가입자가 250만명에서 2017년말 2억2100만명으로 폭증했다. QR코드를 긁어 결제하고, 아무 곳에나 주차할 수 있다는 편리함이 시장을 폭발시켰다. 공유자전거 시장에 뛰어든 기업이 77개로 불어나고 자본이 몰렸다. 지난해에만 258억위안이 투자됐다.

      빨리 다가온 '뜨거운 여름'은 짧았다. 우콩이 충칭에서 공유자전거 시장에 뛰어든 지 반년도 안 된 5월 말 사업 중단을 선언했다. 공유자전거 시장 퇴출 기업 1호다. 가입자를 400만명 확보한 샤오밍도 올 3월 파산절차에 들어갔다. 수중엔 35만위안만 있는데 보증금과 밀린 납품대금 등 자금 수요가 5000만위안에 달했기 때문이다. 쓰러진 공유자전거 업체는 이미 30개사를 넘어섰다. 중국판 공유자전거의 세계화를 외치며 작년부터 시동을 건 오포와 모바이크의 해외 진출에도 제동이 걸렸다. 올 들어 오포가 철수했거나 사업을 일시중단했다고 중국 언론에 보도된 지역이 미국·영국·독일·스페인·호주·인도·이스라엘 등 줄을 잇는다.

      중국 공유자전거 업계에 닥친 혹독한 겨울의 원인을 찾다 보면 수익모델 부재, 자본게임이 야기한 과잉공급, 규제 강화를 만나게 된다. 고속성장 뒤에 질적 성장으로 전환하는 진통을 겪고 있는 중국 경제처럼 공유자전거 시장이 규모의 경제 추구보다 질적 관리를 중시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중국 공유 자전거 업체별 월 사용자
      돈 태우는 비즈모델의 한계

      작년 초 만났던 모바이크 창업자 후웨이웨이는 수익모델을 묻자 "아직은 수익을 생각할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1년 뒤 메이퇀에 팔리는 운명이 됐다.

      최근 들어 공유자전거 업계가 수익모델 찾기에 분주하다. 가장 다급한 곳이 오포다. 오포가 디디추싱의 합병 제안을 거절하는 등 홀로서기에 나선 반면 메이퇀의 자본을 등에 업은 모바이크와 알리바바가 최대주주인 헬로바이크는 버틸 자금이 상대적으로 넉넉하기 때문이다. "5월 중순 기준 오포가 협력업체에 주지 못한 납품대금이 12억위안에 이른다"(차이신)는 보도도 나왔다.

      오포는 8월 하순부터 앱으로 자전거의 QR코드를 긁어 잠금장치를 열 때 코카콜라 등 짧은 동영상 광고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오포는 앞서 6월부터 첫 B2B(기업 대 기업) 사업으로 자전거에 광고를 부착하기 시작했다. 대당 월 2000위안으로 단가를 정했다. 누계 매출이 1억위안을 넘어섰다. 온라인 신용 점수가 일정수준에 이르면 199위안의 보증금을 면제해주는 혜택도 지역별로 지난 5월부터 철회하기 시작했다. 철회 지역이 우한·창사 등 20개 도시로 늘었다.

      자전거 부실 관리도 수익성 악화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샤오밍의 경우 일부 지역에서 1~2명이 1만대 이상을 관리하도록 했다. 공유자전거를 집에 가져가거나 훼손하는 사례가 빈번하지만 이를 통제하기가 여의치 않은 것이다. 중국 관영 CCTV에서 비문명 행위라며 자성하자는 캠페인성 보도를 내보내도 근절되지 않았다. 우쿵은 공유자전거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회수한 자전거가 10%에 불과했다. 43만대를 거리에 푼 샤오밍은 회수 비용이 많이 들어 대당 12위안에 회수해가라는 계약을 중국 재생자원개발과 체결했다. 쑤쿠이 교통관리 전문가는 신화통신에 "공유자전거 업계가 규모로 승부를 거는 단계는 지났다"며 "이제는 관리를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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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징의 왕징 지하철역 앞에 주차된 공유자전거. 최근 공유자전거 주차 난립이 사회문제로 비화하면서 지방정부의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머니게임이 과잉공급 야기

      작년만 해도 형형색색의 공유자전거가 베이징 거리를 달렸다. 요즘은 노란색의 오포, 주황색의 모바이크, 파란색의 블루고고 정도가 눈에 띈다.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면서 정리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베이징 왕징의 포스코 빌딩 앞 도로변에는 좌석에 먼지가 쌓인 빨간색 포니고 자전거가 즐비하다. 베이징시 교통위원회는 지난 8월 공유자전거 대책을 내놓으면서 '절반이 놀고 있다'고 전했다. 상하이자전거협회 궈젠룽 사무총장은 "상주인구 50명당 한 대의 공유자전거가 적절하다"고 말했다. 이 기준으로 베이징의 공유자전거 수요는 43만대에 불과하다. 베이징 거리에 풀린 공유자전거는 작년 9월 최고치를 찍었을 때 235만대에 달했다. 과잉공급은 베이징만 국한된 게 아니다. 청두의 한 3000㎡ 주차장에는 폐기된 공유자전거가 1만대 이상 쌓여 있다. 중국에서 '자전거 무덤'으로 불리는 곳 중 하나일 뿐이다.

      공급과잉은 막대한 자본을 등에 업은 '규모 확대 경쟁' 결과다. 오포와 모바이크는 2014년과 2015년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오포는 2015년과 2016년에 각각 5차례, 모바이크는 같은 기간 각각 4, 5차례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해 두 회사에만 155억위안이 흘러들어 갔다. 전체 공유자전거 업계가 유치한 자본의 60%에 해당한다. 수익이 안 나도 시장 선점을 이유로 규모를 키울 수 있었던 배경이다. 자본이 몰리면서 기업가치가 급등하며 오포와 모바이크 모두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기업)이 됐다.

      일부 공유자전거 업체는 과잉 납품을 받으면서 자금을 빼돌리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샤오밍을 운영한 웨치의 구매계약서에는 대당 719.55위안으로 돼 있는데 이 회사가 물류회사와 맺은 운송 시 손해배상 계약에 적힌 원가는 500위안으로 큰 차이가 난 것으로 드러났다. 납품업체는 웨이치 법정대표와 이해관계가 있는 회사였다. 공유자전거 열풍에 기업가치를 키우는 데만 몰두한 자본과 이를 이용해 규모 확대 경쟁에 올인한 스타트업, 그리고 일부 납품 비리로 이익을 챙기는 구조가 공급과잉을 야기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