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특별한 순간을 선물하는 기업이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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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9.01 03:00

      소비자 경험 결정하는 4가지 '순간의 힘'
      칩 히스 스탠퍼드大 교수 인터뷰

      칩 히스 스탠퍼드大교수
      "순간을 제대로 포착하고 알맞은 행동을 취하는 경영자들이 경쟁자들과 (자신의 기업을) 차별화할 수 있습니다."

      조직행동론 전문가인 칩 히스(Heath·55) 미 스탠퍼드경영대학원 교수는 '작은 차이가 큰 차이를 만든다'는 경영업계의 오랜 격언을 현대적이고 구체적인 지침으로 재창조했다. 그는 소비자들의 경험을 고양시키고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내는 '순간의 힘'을 제대로 활용하는 기업들이 성공한다고 주장했다.

      히스 교수는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상대에게 확실히 각인시키는 방법에 대해 다룬 책인 '스틱(Made to stick)', 사람들의 행동을 바꾸는 원리에 대해 분석한 '스위치(Switch)' 등 베스트셀러를 잇달아 집필한 경영 전문가다. 히스 교수를 미국 팰로앨토의 한 호텔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체육교사단체를 대상으로 한 워크숍을 한 시간 앞둔 참이었다.

      히스 교수는 "고객을 사로잡는 기업은 소비자들의 '결정적인 순간(defining moment)'을 성공적으로 포착한다"며 경영인들이 순간중심적인 사고를 할 수 있어야 조직문화, 제품, 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사람들은 휴가 기간에 겪은 모든 일 중 하이라이트만 기억하고, 그 내용에 따라 휴가 전체에 대한 기억이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으로 남습니다. 마찬가지로 소비자들에게 강렬한 기억을 남긴 특정한 순간은 곧 해당 기업이나 제품, 서비스에 대한 평가로 이어집니다."

      히스 교수에 따르면 이런 결정적인 순간은 '고양의 순간' '통찰의 순간' '긍지의 순간' '교감의 순간' 등 네 가지로 나뉜다. 그는 "이 같은 특별한 순간들은 기업에 대한 소비자나 직원의 평가를 좌우하는데, 이는 비즈니스 리더들이 노력으로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①고객 기억에 남는 '고양의 순간'

      히스 교수가 제시한 '고양의 순간'은 말 그대로 흥분되는 즐거운 순간을 뜻한다. 그는 "일상적인 사건과 차별화되는 기억에 오래 남을 만한 특별한 순간을 만들어내야 한다"며 이런 흥분되는 경험을 제공해야 소비자들이 기업과 제품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다시 찾는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사람들은 경험한 모든 일을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고객들이 즐거워할 만한 순간을 미리 계획해, 특별한 기억으로 남겨야 한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매직캐슬호텔은 포시즌, 리츠칼튼 같은 유명 브랜드 호텔과 경쟁할 정도로 손꼽히는 호텔이다. 건물 자체는 별로 고급스럽지 않지만, 이 호텔은 고객들이 감동할 만한 결정적인 순간을 창조한다. 수영장 옆에는 겉보기엔 평범한 빨간 전화기가 설치돼 있다. 다름 아닌 '아이스크림 직통전화'다. 전화를 걸면 정장과 장갑을 갖춰 입은 직원이 은쟁반에 아이스크림을 내오는데, 투숙객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다.

      대개 고객들은 뜨거운 물이 안 나오거나 침구가 더럽다거나 하는 문제가 없다면, 숙박시설에 대해 특별히 기억하지 않는다. 공짜란 게 없는 미국에서 간식을 무료로 제공하는 매직캐슬호텔의 서비스는 투숙객들에게 예상 밖의 즐거움, 인상적인 경험을 선물한다."

      ②불만족에서 얻는 '통찰의 순간'

      -기업들이 안은 문제를 해결하거나, 상황을 개선하는 순간은 어떤 것인가.

      "고객들이 불만을 느끼는 순간을 포착하는 '통찰의 순간'이다. 2007년 제너럴일렉트릭(GE)의 산업디자이너인 더그 디츠는 2년에 걸쳐 개발한 어린이용 자기공명영상장치(MRI)가 설치된 병원을 찾았다가, 어린 소녀가 겁에 질려 우는 모습을 보게 됐다. 그제야 그는 음산한 검사실 모습과 공포를 자아내는 MRI 기계의 상태를 직시하고, 환자의 경험이 아닌 기계의 성능에만 신경을 쏟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MRI 검사를 받는 어린이 환자 중 80%는 진정제를 맞아야 할 정도였다.

      물론 문제를 깨닫는 데서 멈춰선 안 된다. 디츠는 아동 전문가와 스탠퍼드대 디자인 전문가 등과 논의해 검사실을 정글, 우주선, 해적선 같은 테마로 꾸몄다. 벽에는 바위 그림 스티커를 붙이고, 의료품 보관함은 나뭇잎이 덮인 오두막처럼 위장했다. MRI 기계는 카누, 우주선, 해적선처럼 꾸몄다. 아이들에게는 카누가 강에서 뒤집히지 않도록 얌전히 누워있어야 한다는 미션을 주었다. 어드벤처 시리즈를 처음 도입한 피츠버그아동병원은 진정제가 필요한 어린이 환자 비율이 80%에서 27%로 하락했다고 보고했다. 더 간단한 컴퓨터단층촬영(CT)에선 그 비율이 3%까지 떨어졌다. 통찰을 통해 문제를 개선한 어린이용 진단기기가 바로 GE헬스케어의 '어드벤처 시리즈'다."

      ③직원이 일하게 하는 '긍지의 순간'

      히스 교수는 기업인들이 결정적인 순간을 제공해야 할 대상은 비단 고객만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기업 활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성공 파트너인 직원들이 본인의 역할에 긍지를 느끼는 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직원들이 긍지를 느끼는 게 왜 중요한가.

      "고객에게 훌륭한 경험을 제공하려면 직원들이 먼저 훌륭한 경험을 얻어야 한다. 샌디에이고에 기반을 둔 샤프(Sharp)헬스케어는 대형 의료법인이다. 샤프 경영진은 산하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와 기술직원들까지 참석하는 단합대회를 개최했다. 샌디에이고 본사까지 직원들을 실어나르기 위해 미 전역으로 전세버스를 수십대 보냈다. 이렇게 모인 직원들에게 '일하기 최고로 좋은 회사로 만들겠다, 의견을 달라'고 했다. 직원 만족, 고객 만족 등 활동팀 10개를 꾸려 개선책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 단합대회가 열리고 5년이 채 안돼 샤프헬스케어가 관리하는 병원들에 대한 환자들의 만족도는 최고 90%까지 상승했다. 간병 담당자들은 환자들에게 인간적으로 접근했고, 정원 담당 직원들은 방문객이 없는 환자에게 꽃을 챙겨 주는 등 직원들의 행동이 달라진 결과다. 또, 직원 만족도는 13% 오른 반면 이직률은 14% 낮아졌다. 직원들이 본인의 일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순간을 조성해야 한다는 얘기다.

      농업용 트랙터와 건설장비 전문인 미국 기계제조업체 존디어(John Deere)는 직원 자녀를 대상으로 다양한 시설에서 존디어의 제품을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한 가족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해 호평을 받는다."

      ④직원·고객 연결하는 '교감의 순간'

      히스 교수는 직원들이 협력하고 단결하도록 하는 데는 백 마디 설교보다 직원들끼리 교감할 수 있는 순간을 조성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다국적 경영컨설팅업체인 딜로이트는 회사를 떠난 직원들이 모일 수 있는 행사를 개최한다. 전(前) 직원들이 어울리는 자리를 만들어 현 직원들에게도 회사가 인재를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 보여주는 셈이다.

      히스 교수는 "교감이란 곧 상대에 대해 이해하고, 상대를 존중하고, 상대의 욕구를 배려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형성된다"며 "이는 배우자나 친구 같은 사적인 관계뿐만 아니라 정부와 시민, 기업과 고객 같은 공적인 관계에도 적용할 수 있는 원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