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꽃 사세요, 꽃… 농장에서 직송, 세상에서 제일 쌉니다"

    • 0

    입력 2018.09.01 03:00

      꽃 시장 판도 바꾸는 스타트업들

      미국 온라인 꽃 주문 스타트업 ‘부크스’의 존 태비스 CEO.
      미국 온라인 꽃 주문 스타트업 ‘부크스’의 존 태비스 CEO. / 부크스
      '존경' '감사' '사랑'과 같은 감정을 전달하는 인류의 오랜 표현 수단 중 하나는 꽃을 선물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사람들은 꽃을 구입하기 위해 가까운 꽃가게에 들러 가게에 구비돼 있는 꽃들을 골라 구입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최근 이러한 방식에 반기를 든 스타트업들이 있다. 미국의 부크스(The Bouqs Co)와 어반스템스(UrbanStems), 네덜란드의 블루몬(Bloomon), 영국의 블룸앤드와일드(Bloom&Wild), 싱가포르의 어베터플로리스트(A Better Florist) 등 온라인 꽃 판매업체들이다. 이 업체들은 유통 단계를 줄이고 꽃 농장과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 소비자들이 더욱 저렴한 가격으로 싱싱한 꽃을 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CB인사이츠는 작년을 기점으로 이러한 꽃 스타트업들이 이목을 끌며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지 언론들은 "기존의 꽃 산업을 전복시키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농장·소비자 직접 연결해 가격 인하

      미국에서 가장 주목을 끌고 있는 업체는 '부크스'다. 디즈니의 브랜드 전략팀에서 일했던 존 태비스(Tabis·41)가 2012년 창업했다. 첫해에는 연간 매출이 100만달러에도 못 미쳤으나 현재는 연간 3800만달러의 매출을 내는 스타트업으로 성장했다. 밸런타인데이 같은 주요 기념일에는 하루 매출이 100만달러에 이른다.

      부크스 사업모델의 핵심은 여러 중개인을 거쳐 유통되던 기존 꽃 공급망을 혁신한 것이다. 태비스 CEO는 "전통적인 유통 방식에서는 농장의 농부들이 꽃을 수확해 수출업자에게 팔고, 수출업자는 이 꽃을 미국 수입업자에게 팔고 수입업자는 국내 도매업자에게, 도매업자는 소매업자에게 꽃을 판다. 이 모든 과정을 거친 뒤에야 꽃이 소비자에게 갈 수 있었다"며 "소비자는 지나치게 비싼 값에 시들기 직전의 꽃을 살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고 지적했다.

      부크스는 미국을 비롯, 에콰도르, 콜롬비아 등 세계 100여개에 달하는 꽃 농장과 직접 협력을 맺고 있다. 소비자가 부크스 온라인 사이트에 들어가 원하는 꽃다발을 선택해 주문하면 꽃 농장에서 바로 꽃을 수확해 꽃다발을 제작, 소비자에게 직배송해주는 시스템이다. 부크스는 각 농장에 꽃다발 디자인을 만들어 제공한다.

      중간 유통비용을 절감한 결과 부크스 사이트에서는 40달러 미만의 가격으로 다양한 종류의 꽃다발을 구입할 수 있다. 소비자가 온라인 사이트에서 꽃다발을 선택하면 해당 꽃을 보내주는 농장주의 얼굴과 함께, 현지 농장에 대한 설명과 동영상 등을 볼 수 있다. 부크스는 "농부들은 부크스를 통해 꽃을 소비자에게 바로 판매함으로써 과거보다 20% 더 수익을 내고, 소비자들은 더욱 품질 좋은 꽃을 꽃가게에서 사는 것보다 평균 70% 저렴하게 구입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부크스는 2014년 미국 ABC방송의 리얼리티쇼인 '샤크탱크'에 나왔다가 투자를 받는 데 실패했던 전적 때문에 지금의 성공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샤크탱크는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출연해 자신의 사업 아이템을 소개하면 심사위원으로 나온 유명 기업가·투자자들이 사업성을 평가해 투자를 결정하는 인기 프로그램이다. 방송 당시에는 외면받았지만, 심사위원이었던 캐나다의 유명 사업가 로버트 헤이야비치가 방송 이후 2400만달러(약 270억원)를 투자해 화제가 됐다. 결혼을 앞두고 꽃 가격에 거품이 너무 심하다는 걸 깨닫고 부크스를 다시 찾게 됐다는 것이다. 부크스는 지금까지 4000만달러가 넘는 투자를 받으며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부크스 외에 블루몬, 블룸댓, 어반스템스 등도 농장에서 주문자에게 꽃을 직송하는 방식으로 꽃을 저렴하게 공급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쉽게 주문… 배송도 간편

      가격 요인 외에도 이런 스타트업들은 오프라인 꽃가게에 비해 높은 접근성을 바탕으로 성장하고 있다. 업계에선 "골목마다 쉽게 꽃가게를 찾아볼 수 있던 시대가 지났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미국의 경우 1990년대에는 건물 코너같이 눈에 잘 띄는 곳마다 꽃가게가 있었지만 이제는 꽃가게 수가 그때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고 그나마 있는 꽃가게들도 외곽으로 밀려나는 추세다. 미 언론은 "소비자들은 이제 꽃이 필요할 때 꽃가게를 먼저 떠올리지 않게 됐다"고 했다. 반면 부크스 등은 온라인 사이트 또는 휴대폰 앱을 이용해 언제 어디서든 편리하게 주문할 수 있다. 각 업체들은 주문 사이트를 쉽고 단순하게 구성해 모든 연령대의 고객이 접근하기 쉽게 만들었으며 광고물 등을 배제해 사용자 편의성을 최대한으로 높이고 있다.

      당일 배송, 익일 배송 등을 시행해 배송 시간을 줄인 것도 오프라인 꽃가게와의 경쟁에서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미 캘리포니아에 있는 블룸댓의 경우 인근 지역은 당일 배송을 보장하며 그 밖의 미 전역 어디든 익일 배송을 보장하고 있다. 영국 런던의 블룸앤드와일드는 밤 10시 이전에만 주문하면 전국 어디든 다음 날까지 꽃을 배달해준다. 어베터플로리스트는 싱가포르 전 지역에 90분 내에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철저한 배송 품질 관리는 이들 업체가 가장 공을 들이는 요소 중 하나이다. 현재까지는 미국의 'FTD'(Florists' Transworld Delivery) 같은 기존 대형 꽃 배달업체들에 비해 스타트업들의 배송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 워싱턴DC에 본사를 둔 어반스템스의 아제이 코리(Kori) CEO는 "FTD 등 기존 꽃 배달 업체들은 지역 꽃가게에서 꽃다발을 만들어 배송해주는데 시들시들한 꽃이 배송되거나 제날짜에 오지 못해 불평을 받는 경우가 잦았다"고 설명한다. 그는 "창업 전인 2013년 여자친구를 위해 생일 선물로 꽃을 주문했는데 제날짜에 받지 못한 적이 있다"며 "당시 꽃 배달 서비스는 고객 만족도가 최악인 산업 중 하나였고 이를 바꿔야겠다고 생각해 어반스템스를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어반스템스는 배송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한 식품 유통업체의 배달 책임자를 영입하기도 했으며, 꽃을 빠르고 정확하게 선적할 수 있도록 바코드 스캐닝 기술도 도입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부크스의 온라인 꽃 주문 사이트. 40달러(약 4만4000원) 미만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 다양한 꽃다발 사진이 올라와 있다. 주문과 동시에 국내외 부크스 협력 농장 100여 곳이 갓 재배한 꽃으로 꽃다발을 만들어 고객에게 직배송한다. / 부크스
      개개인 맞춤형 서비스로 승부

      전통적인 꽃가게들이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는 동안 온라인 꽃 판매업체들은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내놓으며 고객 마음 잡기에 나서고 있다. 스타트업들은 정기적으로 꽃을 보내주는 '구독' 서비스를 비롯해 기념일을 설정해놓으면 자동으로 배송을 해주는 '컨시어지' 서비스, 예상치 못한 날짜에 꽃을 깜짝 배달해주는 '서프라이즈' 기능 등을 내놓고 있다. 네덜란드의 블루몬은 고객이 원하는 밤 시간에도 배송을 해주고 있다. 블룸댓은 예술품에 대한 해설을 해주듯 판매하는 꽃다발마다 전문가의 '큐레이션'을 제공하는 서비스도 하고 있다. 블룸댓의 데이비드 블래도(Bladow) CEO는 "고객에게 최고의 경험을 전달하기 위해선 고객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배송 시스템이 필수적"이라며 "기존 업체들이 평균적인 서비스를 해왔다면 스타트업은 고객 개개인의 취향까지 만족시키는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 무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