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도 저비용 항공시장 폭발… 터키에는 '인천공항 3배' 세계 최대 허브공항

입력 2018.08.18 03:00

[Cover Story] 항공산업 '지각변동' 4대 특징

파란하늘 희구름 사이로 비행운을 내며 날으는 여객기
1990년 10억명이던 전 세계 항공 여객 수는 2016년 77억명을 돌파했다. 이 속도는 향후 20년간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항공 여행객이 증가하고 기내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고급화하던 1950~60년 '항공 여행 황금기' 이후 다시 전성기를 맞는 셈이다. 세계 최대 여객기 제조 업체 보잉은 지난해 2만3480대였던 전 세계 여객기 수가 2035년 4만6950대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머리 위를 날아다니는 항공기가 마치 고속도로 자동차처럼 흔해질 것이란 얘기인 셈이다. 지난해 기준 전 세계 2만여 개 도시가 항공 노선으로 연결되어 있다. 1995년 1만개 미만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이 같은 흐름 속에 항공업계도 격변 속으로 접어들고 있다. 노선 확장 경쟁과 서비스 차별화, 인수·합병을 통한 몸집 키우기 등이 점점 심화하고 있다.

① LCC 업계를 뒤흔드는 아시아 세력

LCC(저비용항공사) 돌풍은 이제 뉴스도 아니다. 1984년 출범한 아일랜드 LCC 라이언에어가 월간 국제 여객 수송 규모 면에서 세계 1위로 올라선 게 2006년이다. 이후 LCC는 항공업계 지형을 계속 흔들었고 그 열풍은 아시아권으로 넘어왔다. 국제공항협회(ACI) 집계 결과, 인도에서만 항공 여객 수가 2013년 이후 4년 동안 4600만명 늘었다. 이 기간 '장거리 교통수단' 대명사로 통했던 인도 기차 여객 수는 2억명 넘게 줄었다. 인디고(Indi Go)와 스파이스제트, 고에어를 포함한 인도 LCC는 1만원에도 못 미치는 저렴한 항공권을 대거 내놓으면서 승객들을 기차 역에서 공항으로 끌어들였다.

중국에서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항공 여객 수가 연간 1억명씩 불어나고 있다. 쿤밍(昆明)·청두(成都)·광저우(廣州)·충칭(重慶)을 비롯한 각 지방 중심 공항을 거점으로 하는 저비용 항공사가 운항 편수를 늘린 덕이다. 이 지역 항공 여객 수는 매년 8~12%씩 증가하는 추세다. 베트남 저비용 항공사 비엣젯(Vietjet)은 지난해 국영 항공사 베트남항공을 따돌리고 점유율 기준 베트남 최대 항공사로 떠올랐다. 지난달 보잉에 차세대 제트 여객기 737맥스 100대를 한꺼번에 주문해 화제를 불렀다.

대형 항공사들은 LCC 중요성을 절감하고 LCC 자회사를 만들거나 외부 LCC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대한항공이 진에어, 아시아나항공은 에어서울과 에어부산을 세웠다. 유럽에서는 루프트한자그룹 유로윙스와 에어프랑스 준이 대표적이다. 일본항공은 이달 초 자본금 9억8000만엔을 투자해 LCC 티비엘(TBL)을 설립했다. 티비엘은 도쿄 나리타 국제공항을 거점으로 2020년 처음 취항할 예정이다.

② '프리미엄 이코노미' 확산

글로벌 대형 항공사가 LCC에 맞서기 위해 개발한 상품은 '프리미엄 이코노미'다. 이코노미석과 비즈니스석 중간 단계인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은 이코노미석보다 10~20㎝ 정도 넓고, 가격은 1.5배가량 비싸다. 대형 항공사엔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은 승객 서비스 만족도를 높이면서 수익성도 개선할 수 있는 효자 상품이다. 장거리 해외 노선을 중심으로 프리미엄 이코노미를 투입하면서 LCC와 차별하고 있다. LCC들은 동체가 작은 비행기 안에 좌석을 하나라도 더 집어넣는 경우가 많아 이 같은 전술에 대응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영국항공은 2001년 이 서비스를 처음 선보였다. 지금은 프리미엄 이코노미 탑승객에게 비즈니스 클래스에 준하는 일회용품 소모품(amenity) 패키지와 음료(웰컴드링크)를 제공한다. 에어캐나다는 줄 설 필요가 없는 프리미엄 이코노미 전용 탑승 수속 카운터를 운영한다. 기내식도 일회용 그릇이 아니라 비즈니스 클래스처럼 도자기 접시에 담아 낸다. 글로벌 항공권 비교 사이트 스카이스캐너가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판매한 항공권을 분석해보니 전 세계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 이용객 수는 2016년 같은 기간보다 67% 늘었다. 일등석·비즈니스 클래스는 부담스럽지만, 4~5시간 넘게 날아가는 중장거리 노선에서 안락함을 찾는 소비자가 주로 이 좌석을 찾았다.

③ 대형 항공사 M&A로 세력 재편

항공사는 덩치가 불어날수록 경쟁력이 커진다. 운용하는 비행기가 늘면 더 많은 승객을 더 멀리 보낼 수 있고 운임이나 유류 구입 단가, 기체 정비 비용이 낮아진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것이다.

항공 운송업 규모가 세계에서 가장 큰 미국에선 15년 전 10대 항공사 가운데 4곳이 현재 자취를 감췄다. 수익성이 떨어진 대형 항공사를 다른 항공사가 사들이는 경우가 잦다. 2004년 당시 4위였던 노스웨스트항공은 델타항공이, 5위였던 콘티넨털 항공은 유나이티드항공이 합병했다. 6위였던 US에어웨이스는 8위 아메리카웨스트항공을 인수했지만 곧 아메리칸항공에 넘어갔다.

유럽에서는 루프트한자가 유럽 하늘길을 다시 그리고 있다. 오스트리아항공, 스위스항공, 브뤼셀항공을 사들인 데 이어 지난 4월 알리탈리아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미국은 대형 항공사 3개사 점유율이 이미 전체 항공 시장 3분의 2를 넘어선 반면 유럽은 루프트한자, 에어프랑스·KLM, 영국항공과 이베리아항공의 지주사인 IAG 점유율을 다 합쳐도 전체 40% 수준에 그친다. 중소 규모 저비용 항공사도 난립하고 있어 앞으로 유럽에서 대형 항공사를 중심으로 한 추가 인수·합병 소식이 들릴 가능성이 크다.

④ '허브 공항' 선점 경쟁 격화

거대 신(新)공항을 내세워 벌이는 허브(hub) 공항 쟁탈전도 격해지고 있다. 허브 공항은 해당 공항을 중심으로 여객과 화물이 바퀴살처럼 퍼져 나간다. 공항 여객 수와 운항 편수가 늘어나면 사용료 수입과 관광 수입이 동시에 늘어나기 때문에 많은 나라가 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공항 확장 계획에 전력 투구하고 있다.

현재 세계 최대 허브공항은 두바이다. 지난해 IATA(국제항공운송협회) 기준 8772만명 국제선 승객이 두바이를 오갔다. 다음은 런던 히드로공항으로 7318만명. 홍콩 첵랍콕공항 7246만명이 다음이며 인천공항은 6152만명으로 7위다.

여기에 태풍의 눈은 오는 10월 첫선을 보일 터키 이스탄불 신공항이다. 1차 개장은 9000만명 승객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이며 2035년 최종 개장 때는 2억명을 수용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리간다.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지리적 이점을 살려 세계 최대 허브공항으로 발돋움하겠다는 각오다.

환승 여객 수요를 이스탄불에 내주게 생긴 유럽 주요 도시 공항들은 부지런히 대책을 세우고 있다. 그동안 유럽을 대표하는 허브 공항을 자부했던 영국 히드로공항은 제3활주로 공사를 2021년 시작할 예정이다. 독일은 프랑크푸르트공항에 제4활주로를 새로 짓고 터미널 일부를 늘리기로 했다.

아랍에미리트는 인도와 중국에서 유럽으로 넘어가는 여객 수요를 잡기 위해 두바이 알막툼국제공항 공사에 820억달러(약 92조7000억원)를 투자한다. 에미레이트항공은 2027년 공사가 끝나면 이 공항을 거점으로 삼을 예정이다.

중국은 정부 주도의 공항 건설이 한창이다. 중국 민항국은 2025년까지 국제 허브 공항 10개, 중국 내 허브 공항 29개를 더 짓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내년 9월에는 베이징(北京)에 신공항이 문을 연다. 중국 1~2위 항공사인 남방항공과 동방항공은 현재 신공항이 문을 열면 현재 거점인 서우두(首都)공항을 떠나 이 공항에 자리를 잡을 예정이다. 인도는 뭄바이 신공항 프로젝트를 포함해 39개 신공항 건설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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