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과 LA서 스마트 택시 호출해 봤더니…

    • 전창록 IMG세계경영연구원 교수

입력 2018.08.18 03:00

[On the IT]

전창록 IMG세계경영연구원 교수
전창록 IMG세계경영연구원 교수

최근 서울 강남구 숙명여고 앞에서 양재역 방향으로 가는 택시를 잡고자 30분을 기다렸다. 처음에는 카카오 앱을 켜고 택시를 불렀다. 앱상에 몇 군데 빈 차는 보였지만 최대 3분 거리 내 기사를 찾는다는 메시지가 얼마 후에는 4분, 5분 거리로 늘어났다. 그러다 결국 '없다'라는 메시지가 떴다. 그 후 몇 번 앱을 통해 더 시도한 후 그냥 지나가는 택시를 잡고자 노력하다가 결국 가까운 전철역으로 가서 전철을 타고 약속 장소로 갔다. 그 과정에서 30분을 길바닥에서 버리고 약속 시간에도 늦었다.

비슷하지만 다른 풍경 하나. 이번 여름에 미국을 방문해서 처음으로 우버 택시를 이용해 봤다. LA에 있는 샌타모니카 해변에서 톰 브래들리 인터내셔널 공항까지였다. 우버 앱을 다운받으니 바로 한국어 화면이 나오면서 쉽게 예약할 수 있었다. 에드가라는 이름의 운전사가 모는 폴크스바겐 제타였다. 앱 화면상으로 보면 그는 우버 택시를 1년 6개월 정도 몰면서 약 2000회 정도의 서비스를 제공했다. 5점 만점에 4.5점 정도를 받을 정도로 고객들의 평가가 좋았다. 평가 중에는 '우호적(friendly)' '편안함(comfortable)' 등의 단어가 눈에 많이 띄었다. 차를 타고 나니, 정말 그는 친절했고, 차는 깨끗했다. 짧은 20분 정도의 드라이브였지만 꽤 많은 대화를 했다. 마치 새벽에 친구의 차를 타고 공항에 나온 느낌이었다. 왜 두 도시에서 '이동 경험'에 이렇게 차이가 벌어져야 할까? 택시 공급의 문제일까?

정책 부재에 싹 못 트는 공유 경제

2013년 기준 서울 지역 인구 1000명당 택시 대수는 6.77대로 런던(3.31대), 파리(1.26대), 뉴욕(1.58대)에 비해 현저히 높다. 그러나 카카오 모빌리티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출퇴근 시간대 서울은 공급에 비해 수요가 10배 많다고 한다. 즉 경험의 차이는 절대적인 택시 수의 문제가 아닌 특정 시간대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문제인 것이다.

지난 3월 카카오는 낮엔 택시가 남아돌고 출퇴근 시간대엔 택시 타기가 너무 힘든 수요·공급의 심각한 불균형을 해결하고자 세 가지 서비스를 준비했었다. 첫째는 인공지능(AI) 분석으로 배차 확률을 높인 '스마트호출'. 둘째는 근처의 빈 택시를 무조건 잡아주는 '즉시 배차' 서비스. 셋째는 택시 공급이 부족한 시간에는 인수한 카풀 스타트업 럭시를 활용한 카풀 서비스의 출시이다. 현재 이 서비스 중 스마트 호출 서비스만 1000원을 받고 반쪽 자리로 출시되었고, 나머지 두 서비스는 택시 업계의 반발과 정부의 소극적인 대응으로 무기한 연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스마트 모빌리티'는 전 세계적으로 경제적인 요금, 편리한 이동이라는 가치하에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 각광받으며 시장이 급속하게 커지고 있다. 미국의 우버, 리프트, 중국의 디디추싱, 최근 동남아의 그랩까지 자국 시장을 넘어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한국은 2015년 스마트 모빌리티 시장을 형성했고, 최근에는 '스마트호출' 등 한국 시장의 특성에 맞춰 기술적으로는 급격하게 성장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이다. 운수사업법 등 규제로 시장을 형성하지 못하다 보니 투자는 줄어들고 업체는 도산하고, 생태계는 고사하고 있다. 최근 대표적인 카풀 업체인 카풀 플러스 앱도 대표이사가 사임하는 등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기업들이 공유 경제를 통해 한계비용 제로의 외부 자원을 활용하며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는 시대이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겠다고 얘기하면서 공유 경제는 안 된다고 얘기하는 것은 문법이 안 맞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작년 말 이래 공유 경제 정책에서 입장을 못 정하고 표류하고 있다. 마차 때문에 자동차 속도를 제한한 1865년 영국의 붉은 깃발 법이 영국 자동차 업계를 쇠퇴시킨 것처럼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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