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13세기 베네치아의 군주라면…

    • 아사드 자말 이플래닛 벤처스 최고경영자

입력 2018.08.18 03:00

[WEEKLY BIZ Column]

아사드 자말 이플래닛 벤처스 최고경영자
아사드 자말 이플래닛 벤처스 최고경영자

13세기 베네치아 상인 마르코 폴로는 중국과 무역을 한 최초의 유럽인 중 하나다. 만약 폴로가 중국산 비단과 향신료를 유럽에 팔아 큰 이윤을 내는 데 대해 베네치아 정부가 '무역적자'를 들어 비난했다고 상상해 보자. 정부가 금(金) 보유량이 줄고, 베네치아가 아닌 중국에만 일자리가 늘어난다고 불만을 터뜨린 것이다.

이때 중상주의자는 국내 고용을 보호하기 위해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이 베네치아산(産) 물건을 사도록 강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이 거부하면 무역 금지라는 강경책까지 거론했다.

반면 자유주의자는 중국 제품 수입이 베네치아인에게 이득을 주기 때문에 국가가 시장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반발했다. 소비자는 저렴한 외국산 제품을 구매할 수 있고, 상인은 중국 제품 소매업으로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금 고갈 해결을 위해 종이 화폐인 '베네치아화'를 고안하고,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한 중앙은행도 설립했다.

여기서 자유주의자가 논쟁에서 승리하면서 이후 베네치아는 번영을 구가하고 국제 사회 리더로 떠오른다. 무역 적자는 늘어났지만 세계 모든 국가가 외환 보유액을 확보하기 위해 베네치아화 채권을 사들이면서, 정부에 돈이 흘렀다. 덕분에 베네치아 정부는 공공정책을 펼치고, 군사력을 확대했으며, 번영이 수세기 동안 지속됐다. 제조업 일자리는 중국으로 많이 이전됐지만, 기술·금융·언론·유통 등 고부가가치 산업이 성장했다.

그런데 도널드 트럼프라는 사업가가 베네치아 지배자로 등장하면서 분위기가 바뀐다. 경제학에 무지한 트럼프는 일부 베네치아인이 제조업 일자리를 잃었다는 사실을 포착, 표를 얻기 위해 무역 적자를 '경제적 손실' 혹은 '도난'으로 규정하고, 중국을 표적으로 삼는다. 무역전쟁이 베네치아 화폐의 준비통화(대외지급을 위해 보유하는 기축통화) 입지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조언은 무시한다.

베네치아 무역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3.4%에 불과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중국을 시작으로 막무가내로 관세를 부과하면서 중상주의로 회귀한다.

트럼프는 전 세계 규칙과 경제 질서를 교란하고, 마지막으로 베네치아를 무너뜨린다. 전 세계는 무역 장벽을 세우고, 국제 교역을 위해 베네치아 화폐 사용을 거부한다. 베네치아가 설립을 도운 국제통화기금(IMF)은 금 전환 가능성을 고려해 새로운 준비통화를 만든다. 베네치아의 국력은 쇠퇴한다. 불행히도 이 상상 속의 시나리오는 세계사의 주요 전환점이 될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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