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중국판 테슬라'들 혁신이냐 거품이냐

입력 2018.08.18 03:00

오광진의 대륙종횡 (1)

오광진 조선비즈 베이징 특파원
중국에서 창업한 지 4년 된 전기자동차 스타트업 웨이라이(蔚來)자동차가 지난 13일 미국증권거래위원회에 뉴욕증시에 상장하기 위한 기업공개(IPO)신청서를 제출했다. IPO 규모는 18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미국 증시에 상장하는 첫 번째 중국 자동차기업이 될 전망이다. 웨이라이는 기업가치가 50억달러로 평가받아 웨이마(威馬)자동차와 함께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가운데 몸값이 가장 비싼 기업으로 통한다. 웨이라이는 상장 이후 시가총액이 370억달러(약 42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중국 전기차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기업)의 대표주자다.

중국의 전기차 스타트업은 300여 개에 달하고, 이 가운데 유니콘만 10개사 수준이다. 중국 과학기술부 산하 횃불센터가 올 3월 내놓은 '중국 유니콘 발전 보고서'에 오른 164개 기업 가운데 전기차 업체는 8개로 대형 국유기업인 베이징자동차 계열사(베이징 신에너지차)를 빼면 7개사다. 처허자(車和家)와 FMC바이텅(拜騰) 등 시장에서 기업 가치가 10억달러를 웃도는 것으로 평가받는 전기차 스타트업과 미국에서 창업했지만 중국 기업인이 세운 패러데이퓨처(FF)를 합치면 10개로 늘어난다. 전기차를 혁신 동력으로 삼아 전통 자동차 시장에서 뒤진 열세를 만회겠다고 나선 '중국판 테슬라'들이다.

중국판 테슬라가 쏟아지는 토양은 큰 시장과 넘치는 자금이다. 지난해 말 기준 전 세계에 보급된 340만대의 전기차 가운데 절반이 중국 도로를 달리고 있다. 중국은 작년까지 3년 연속 세계 1위 전기차 시장으로 성장했다. 테슬라가 20억달러를 들여 첫 해외 공장으로 상하이에 공장을 짓기로 한 배경이기도 하다. 텐센트·알리바바·바이두처럼 현금이 두둑한 대형 인터넷 기업뿐 아니라 싱가포르의 테마섹, 세계 최대 벤처 캐피털인 세쿼이아캐피털 등이 중국판 테슬라들의 자금원이 되고 있다.

중국판 테슬라 10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창업자 평균 연령은 45.2세로 20·30대가 창업한 스타트업이 주류인 일반 정보기술(IT) 스타트업에 비해 많았다. 대부분 한두 차례 기업을 창업한 경력이 있는 기업인들이다. 이 기업들은 대부분 설립한 지 10년 이내 스타트업으로 평균 기업 가치가 26억달러에 달했다.

창업가 출신들의 끊임없는 도전

웨이라이를 세운 리빈(李斌) 최고경영자(CEO)는 베이징대 졸업 후 세 번째로 창업한 온라인 자동차 정보 플랫폼 이처를 10년 만인 2010년 나스닥에 상장시킨 경력을 갖고 있다. 처허자 창업자 리샹(李想)은 고졸 경력으로 IT 제품 정보 사이트 파오파오왕에 이어 만든 자동차 정보 플랫폼 치처즈자(汽車之家)를 8년 만인 2013년 나스닥에 상장시키고, 2년 뒤인 2015년 전기차에 베팅하는 처허자를 창업했다.

선하이인(沈海寅) 치뎬(奇点) 창업자는 일본에서 인터넷 검색 업체 제이월드(J WORLD) 등 3개사를 창업하거나 중국 기업과 합작 설립한 경력을 갖고 있다. 샤오펑(小鵬汽車) 창업자 허샤오펑(何小鵬)은 모바일 인터넷 서비스 업체인 UC요우스를 만든 지 10년 만인 2014년 40억달러에 알리바바에 매각한 뒤 알리바바에서 이동사업부 총재 등을 지내고 지난해 샤오펑자동차를 창업했다.

변호사 출신의 펑장거(馮長革) FMC바이텅 창업자는 2005년 고급 차 대리상 허셰(和諧)자동차를 만들어 BMW 최대 중국 대리상으로 성장시키고 2013년 홍콩 증시에 상장시켰다. 즈더우(知豆)의 창업자 바오원광(鮑文光)은 금형 공장으로 창업해 전기 자전거를 거쳐 전기차로 업종을 확장해왔다. FF를 세운 자웨팅(賈躍亭)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는 동영상 콘텐츠 업체 러스왕을 만들어 6년 만인 2010년 선전 창업판에 상장시킨 기업인이다.

외국인 경영진 영입… 호화차 제작도

FMC 바이텅은 2명의 독일인이 공동 창업자로 참여했다. BMW에서 신에너지차 개발을 책임졌던 카스텐 브라이트펠트가 바이텅의 사장(COO)을 맡고 있고, 인피니티 중국 CEO와 화천BMW 마케팅 부총재 출신인 다니엘 키르처트가 주인공이다. 즈더우를 창업한 바오원광은 2007년 이탈리아 피아트자동차 난징법인 부총재로 막 퇴직한 알프레드 바시가 '전기차 사업'의 기틀을 챙겨준 '귀인(貴人)'이라고 회고한다.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FF 중문판 공식 홈페이지의 경영진 코너엔 외국인 경영자만 소개돼 있다. 중국판 테슬라에는 창업자뿐 아니라 직원들이 구글 등 중국 안팎의 정보기술(IT) 기업은 물론 다국적 자동차 기업 출신들로 채워져 있다. 외견상 글로벌 기업의 면모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개발하는 전기차엔 선진 자동차 업체의 전유물이던 호화차 모델도 포함돼 있다. 웨이라이가 장화이자동차에 위탁 양산 준비 중인 대당 148만달러짜리 전기 수퍼카 EP9가 대표적이다. 지난 4월 베이징국제모터쇼에 참가한 웨이라이 코너는 벤츠나 BMW 코너에 있는 럭셔리 가방과 지갑 등 액세서리 제품도 함께 전시돼 눈길을 끌었다. 창청화관자동차가 2015년 설립한 첸투자동차는 75만위안 가격대의 전기 스포츠카 K50을 생산, 8월 8일부터 판매에 들어갔다.

비즈니스 모델 논쟁 치열

지난 5월 중국 자동차 업계에 때아닌 샤오미(小米) 모델 논란이 일었다. 중국자동차 백서 포럼에 참석한 처허자의 리샹 CEO가 "자동차로 돈을 안 벌고,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로 돈을 번다는 건 헛소리"라며 샤오미 모델이 자동차에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발언은 치뎬자동차의 선하이인 창업자가 하드웨어는 높은 가성비로 싸게 팔고, 서비스로 돈 버는 샤오미 모델로 중국판 테슬러가 되겠다고 한 호언에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스마트폰에 비해 자동차는 복잡해 하드웨어가 더 중요하다. 샤오미보다 브랜드 인지도를 키우는 애플 전략을 따라가야 한다"는 자신광 중국자동차공업컨설팅 수석 애널리스트의 지적도 같은 연장선에 있다.

하지만 자동차가 생산되어 폐차되기까지의 생명 주기에서 판매가 차지하는 비용은 20%에 불과하다며 공유 자동차 등 렌털 서비스와 자율 주행 등의 서비스에 역점을 두겠다는 중국판 테슬라들이 적지 않다. 웨이마자동차는 2020년까지 1만5000여 대를 관광지 렌털 서비스로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치뎬은 수익 모델의 하나로 공유 전기차 서비스를 검토 중 이다.

경쟁 격화로 거품 붕괴 우려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에 대한 거품 우려도 적지 않다. 올 5월 소비자에게 전기차를 전달하기 시작한 웨이라이가 8월 초까지 실제 넘긴 차량은 100여 대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공업신식화부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신에너지차 생산 자격을 받은 기업은 16개사이고, 이 가운데 차량 생산 허가를 받은 기업은 7개사에 그쳤다. 지난 7월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자동차산업투자관리규정 초안'을 통해 '화려한 PPT(프레젠테이션)로 전기차를 만드는 기업'의 출현을 막는 장치를 마련한 배경이다.

전기차 스타트업의 양산 시기가 다가오면서 거품 붕괴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니오캐피털의 주옌 파트너는 "수백개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중 1%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2014년 창업 이후 투자 유치 금액이 150억위안에 이르는 웨이라이의 경우 올해 예상 적자가 51억위안에 이른다는 보도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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