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왜 취업이 안될까, 내탓인가? 기업 탓인가? 나라 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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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7.28 03:00

      청년 실업을 보는 세가지 시각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 5~6월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전체 실업률(3~4%) 2배를 웃도는 9~10%대를 맴돌고 있다. 다른 주요 선진국들도 청년 실업 문제로 골머리를 앓긴 하지만 우리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비화하고 있다.

      청년 실업, 내수 침체 때 더 심각

      경제학자들은 청년 실업 원인에 대해 의견이 갈린다. 첫째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원인을 찾는 진영이 있다. 경기 침체 때문에 기업들이 위축되어 적극적인 고용 의사가 부족하다는 주장이다. 노벨 경제학상(2008년) 수상자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저서 '지금 당장 이 불황을 끝내라(End this depression now)'에서 청년층 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인 경기 부양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최근 미국 물가가 중앙은행 목표 수준에 계속 못 미치는 건 2008년 겪은 불황의 충격이 아직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며, 이 영향으로 기업들은 경력자만 우선적으로 채용할 뿐 신규 고용을 기피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로 인해 심화하는 청년 실업 문제는 한 세대 생애소득을 낮출 위험을 지닌다고 지적한다.

      크루그먼 지적은 한국 현실을 설명하는 데 유용하다. 2014~2016년 이어진 수출 부진, 그리고 2016년 하반기부터 시작한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내수 경기가 위축될 때 청년 실업률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2013년 청년 실업률은 7.8%에 그쳤지만, 2016년에 9.8%로 올랐고 2018년 4월에는 10.7%까지 상승했다. 그렇다면 한국 청년 실업 문제 해결을 위해선 저금리와 재정 확대 정책을 펼치는 게 시급한 과제가 되어야 한다.

      고용의 빈익빈 부익부 깊어져

      팀 하퍼드 파이낸셜타임스 수석 칼럼니스트는 책 '당신이 경제학자라면(The Undercover Economist Strikes Back)'을 통해 경기 불황 같은 요인에 못지않게 '구조적 문제'도 실업률을 높였다고 주장한다. 일부 대기업이 직원 근로 의욕을 자극해 생산성 향상을 촉진할 목적으로 지급하는 고임금 전략, 즉 '효율임금 정책'이 구조적 실업을 유발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최신 설비를 갖춘 공장을 건설한 A사를 생각해보자. 이 설비를 조작하고 관리하는 데 상당한 지적 수준과 경험이 필요하다. 값비싼 기계 장비를 도입한 만큼 어떻게든 이를 잘 활용하는 게 급선무. 따라서 A사는 최신 설비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경쟁 기업보다 더 높은 임금을 주더라도 능력 있는 직원을 고용하는 게 이득이다. 또 높은 임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신규 채용 직원들이 무단결근하는 등 고용 위험도 낮출 수 있다. 취업자 입장에서 보면 경쟁사에 비해 임금이 높고 고용 안정성까지 좋으니 입사 경쟁률은 수십 아니 수백 대 일까지 치솟는다.

      문제는 그다음. A사에 들어간 취업 준비생은 만족하겠지만, 떨어진 사람은 이미 A사에 눈높이가 맞춰져 있다. 본인은 아깝게 떨어졌다고 믿고 변변치 않은 다른 기업에 입사하느니 1년 정도 준비해 다음 기회를 노리겠다는 욕심에 갇힌다. A사 같은 데가 일부라면 파장은 제한적이겠지만 이런 식으로 청년들 눈높이를 자극하는 기업이 많다면 취업 시장엔 구조적 실업과 더불어 고용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후진국 엘리트 유입에 더 악화


      청년 실업이 악화 일로를 걷게 된 배경엔 세계화 경향도 있다. 전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 브랑코 밀라노비치는 '왜 우리는 불평등해졌는가(Global Inequality: A New Approach for the Age of Globalization)'에서 국가 간 장벽이 무너지며 소득 수준이 낮은 나라에서 높은 나라로 인력 이동이 시작된 현상에 주목한다. 저소득 국가에서 선진국으로 근로자가 이동하면서 선진국 내 저임금 근로자들은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치열한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에선 외국 인력 유입이 본격화된 2000년대 중반 이후 임금 격차가 벌어졌다. 30~99명 근로자를 보유한 중소기업 연간 임금은 2009년 2824만원에서 2016년 3392만원으로 20.0% 상승했다. 반면, 500명 이상을 고용하는 대기업 연봉은 같은 기간 4383만원에서 6116만원으로 40.7% 인상됐다. 한국처럼 대학 진학률이 높은 나라에서 중소기업과 대기업 임금 격차 확대는 큰 문제다. 대학 졸업을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한 탓에 대졸자들은 어떻게든 연봉이 높은 대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그 결과 구직 활동 기간이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 청년 실업 문제는 이 모든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대책도 다면적으로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