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2008 글로벌 금융 위기'보다 센, 중국발 쓰나미 대비하라

    •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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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7.28 03:00

      [WEEKLY BIZ Column]

      美와 무역 전쟁 中 대응책 별로 없어
      수출 25% 中 의존한 한국 직격탄 맞을 우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글로벌 금융 위기 직전인 2007년 중국 경제성장률은 14.2%에 달했다. 2008년 금융 위기 충격이 세계를 강타하자 '과속'하던 중국 경제가 좌초하는 건 아닌지 우려가 높아졌다. 2008~2009년 중국 경제성장률은 9%대로 떨어졌지만, 다행히 1997년 동아시아 위기 같은 상황으로 번지지 않고 연착륙했다. 당시 중국 정부가 '관리된 시장경제'를 통해 부실 금융이 위기의 뇌관이 되지 않도록 효과적으로 대출 위험을 통제했고, 저금리 통화정책과 대규모 정부 지출 패키지 등 적극적 정책을 펼쳐 경기 부양에 성공했기 때문으로 평가받는다.

      중국발 쓰나미 한국에 몰려올라

      그런데 최근 중국 경제는 2008년 같은 우려를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다. 1997년 IMF 외환 위기 직전 수익성이 악화된 우리 기업들이 연쇄 부도를 내며 채무 불이행 위험이 번졌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 최근 중국 기업과 채권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향후 5년 내 상환 기한이 도래하는 중국 채권 규모가 약 2조7000억달러이고 2018년에만 4000억달러로 추산된다. 그런데 중국 기업들이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부채를 갚기 어려워졌고, 높아진 금리 때문에 새로 채권을 발행하기도 쉽지 않아 채무 불이행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이 유동성 공급을 늘리고 있으나 위험은 여전하다.

      문제는 미국과 벌이는 '무역 전쟁'으로 과거와 달리 중국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정책 대응 폭이 줄었다는 점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에는 미국 이외 국가들은 미국발(發) 금융 위기 피해자로 간주됐다. 이 때문에 중국 등이 경기 부양을 위해 수출 증대 정책으로 대응하고 이게 미국 경상수지에 부정적 영향을 끼쳐도 비교적 관대하게 용인됐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수지 악화를 미국 경제의 본질적 문제로 보고 있다. 또 무역수지가 악화된 건 중국의 불공정한 산업·통상 정책과 지식재산권 도용에 따른 기술 탈취로 미국 제조업 경쟁력이 약화됐기 때문이라 주장한다. 트럼프 행정부 피터 나바로(Navarro)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은 최근 대중 무역을 한쪽이 이익이면 다른 쪽은 반드시 손해를 보는 '제로섬(zero-sum) 게임'이라고 표현했다. 즉 미·중 무역 구조는 서로 이득은 있지만 누가 이득을 많이 얻을지 갈등하는 '포지티브섬(positive-sum) 게임'이 아니라 승리를 위해 상대방을 반드시 제압해야 하는'전쟁'이라는 뜻이다.

      이런 인식은 일본이 '떠오르는 태양' 소리를 들으며 미국을 압도하고 세계 핵심부에 등장하던 1980년대 초반 미국 조야(朝野)가 일본에 대해 가졌던 인식이나 대응 방향과 비슷하다. 당시에도 미국은 일본 정부가 불공정한 산업·통상 정책을 주도하고 일본 기업이 미국 기술을 탈취해 자국 제조업이 몰락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인식 속에서 미국은 일본 엔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상승시키는 '플라자 합의'와 각종 무역 제재를 이끌어 냈다. 그 결과 일본은 수출 감소와 경기 침체를 겪으며 '잃어버린 20년'에 진입하게 된다. 강도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앞으로 중국 경제의 부상에 대한 견제와 압박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비용 감축과 구조조정으로 대비해야

      그렇다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 작년 기준 우리 수출 4분의 1은 중국을 향했다. 중국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의 위기 가능성은 생각하는 것 이상이다. 정부는 기업들이 새로운 차원의 어려움과 도전에 직면하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기업들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와는 상황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첫째, 투자·수요 측면에서 중국에 의존하는 비중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자체 기술 우위를 확보한 중간재를 생산하거나 제품 충성도가 높은 고객을 지닌 최종 소비재 기업이 아니라면 중국 관련 투자나 의존도 확대는 해당 기업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둘째, 미·중 무역 전쟁을 포함해 전체적 통상 환경이 악화될 때는 비용 경쟁력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관세 등 무역 장벽으로 인한 비용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기업이 살아남을 방법은 결국 생산성 대비 비용을 추가적으로 줄이는 것밖에 없다.

      셋째, 핵심 분야를 제외한 부차적 사업 부문 매각 처분 등 기업 구조조정 추진은 필수다. 부채에 의존한 재무 구조로 높은 원리금 상환 부담을 받는 기업이 지속적 비용 부담을 주는 비(非)핵심 사업까지 안고 간다면 생존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음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