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美 반대하더라도 대북투자 적극 나서라… 中 견제하며 北 개방 이끌 유일한 방법"

입력 2018.07.28 03:00

제라드 롤랑드 UC버클리 교수·김병연 서울대 교수 남북경제협력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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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동운·사진=장련성 객원기자
남북·미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 평화 안착에 대한 기대감이 뜨겁다. 비핵화 시대 북한 경제 앞날은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해서도 전망이 분분하다. 한국고등교육재단이 지난달 사회주의 경제 이행 전문가인 제라드 롤랑드 UC버클리 교수를 초청, 특강을 듣고 서울대 경제학부 김병연 교수와 대담을 갖는 자리를 마련했다. 김 교수 역시 북한 경제 전문가로 잘 알려져 있다.

롤랑드 교수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비가역적(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인 비핵화는 양보할 수 없는 조건"이라면서 "북한 체제 현실상 거의 불가능해 보이지만 어쨌든 협상을 아예 안 하는 것보단 뭐라도 하는 게 낫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미군 철수를 조건으로 내걸다간 큰일 난다"며 "미군 철수는 필요하다면 남북 통일 이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연·대담을 요약해 소개한다.

北, 핵 포기 안 하며 경제개발 모색

북한은 과거 20년 동안 보였던 태도와는 다소 다른 양상으로 이번 남북·북미 정상회담에 임하고 있다. 북핵 문제 해결이란 미끼를 들고 심각해지는 경제 문제 해결을 모색하고 있다. 경제난을 해결하지 않고선 체제 유지가 어렵다고 본 것이다. 핵무장보다 시급한 건 경제 발전이란 인상을 준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려는 목적은 물론 체제(김씨 왕조) 유지를 위한 것이다. 핵무기를 통해 미국은 물론, 일본·한국, 심지어 중국으로부터까지 영토를 방어하려는 계산이 깔려있다. 북한은 기본적으로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외국을 믿지 않는다. 일본은 당연하고, 중국도 다르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핵 보험'을 쉽게 포기하긴 어렵다는 게 대부분 북한 전문가들이 동의하는 바다. 결국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경제 발전을 이룰 수 있는 묘수를 찾고 있을 것이다. 비핵화를 천명하면서 변화가 있는 것처럼 선전하지만 그 깊은 속내까진 알 수 없다. 다만 추가 핵실험은 필요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핵개발을 재개할 수 있는 기술적 토대를 갖췄기 때문이다. 경제와 국방 강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이른바 '병진(竝進)노선'은 오랫동안 북한의 '우리식 사회주의'를 대변하는 용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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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美·中 사이에서 균형 찾아야

중국은 심경이 복잡하다. 사실 중국에 비상 상황이 아니고선 북한 문제는 외교 쟁점에서 우선순위가 처진다. 단지 미국으로부터 받는 위협을 중간에서 완충(buffer)하는 역할 정도로 취급했다. 지금도 중국엔 무역전쟁이나 경제성장률 높이기, 내부 통제 강화… 신경 써야 할 문제가 많다. 대만 수복이란 국가 대전제도 버릴 수 없다. 중국 역시 공산당 지배체제를 공고히 하는 게 당면 과제다. 북핵을 방치한다면 일본이나 한국, 심지어 대만까지 핵무장을 선언할 수 있고, 이 경우 중국이 꿈꾸는 동북아 헤게모니 장악에는 적잖은 걸림돌이다.

더구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집권 후 친중(親中) 인사를 상당수 숙청했다. 이 사건은 중국을 불쾌하게 했다. 중국은 비핵화는 몰라도 추가 핵실험은 최대한 막으려 한다. 중국은 적어도 북한이 미국을 타격하는 걸 절대 지지하지 않는다. 다만 미국이 선제타격하면 북한 편을 들 것이다.

러시아는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제한적이지만 동북아에서 미국 지배력을 약화시켜 자국 영향력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 미국은 북핵이 대단한 위협인 것처럼 간주하고 히스테리에 가까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1964년 중국이 핵보유국을 선언했을 때를 돌이켜보면 이때가 미국엔 그게 더 심각한 상황이었다. 미국은 북한을 다룰 때 좀 더 냉철(cool)하게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한국은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찾느라 애를 먹고 있다. 경제적으론 중국과 얽혀있고, 외교·안보적으론 미국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영원한 딜레마이지만 숙명이다.

對北 투자 늘리며 中 견제해야

장기적으로 중국은 북한을 자국 경제권역으로 묶어 체제를 유지하고 북·중 밀월 관계를 통해 대미 관계와 동북아 질서에 대한 주도권을 갖길 원한다. 이를 위해 북한에 다방면으로 투자할 생각이 있고 준비가 되어 있다. 이런 일이 실제 일어난다면 한반도 평화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이 투자해 경제가 부흥하면 북한은 비핵화에 대해 딴 생각을 품을 수 있다.

북한은 경제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한국과 중국을 육로로 이을 수 있는 입지, 상대적으로 풍부한 각종 천연자원, 여기에 값싸면서도 양질인 노동력은 외부 투자자들에게도 매력적이며, 동해와 서해로 둘러싸여 해상 수송 능력도 갖추고 있다.

북한에 외국 투자가 많이 들어오는 건 좋은 신호다. 이른바 '다수의 개성공단'을 구축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국제금융기구가 인프라 투자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북한 경제가 외부 의존도가 높아지면, 나중에 정치적인 교착 상태가 오더라도 이미 깊게 얽힌 경제적 이해관계 때문에 극단적인 행동을 감행하기 어려워지는 효과가 있다.

더구나 교역이 활발해지면 북한 주민들이 외부 세계에 대한 정보가 많아지고 체제 동화력도 점점 약화할 수 있다. 철권 통치는 이런 식으로 무너질 수 있는 법이다. 비핵화에 중요한 진전이 있다면 제제 일변도로 나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제재와 군사적 압박만 밀어붙이면 북한은 내부적으로 똘똘 뭉쳐 외부 교류를 차단하려 할 것이다. 이는 북한 정권 유지에만 도움이 될 뿐 평화 체제 조성에는 아무런 반향을 주지 못한다.

한국은 좀 더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야 한다. 호시탐탐 노리는 중국에 북한 투자를 맡겨둬선 곤란하다. 한번 경제협력에서 주도권을 놓치면 멀리 돌아가야 한다. 미국이 투자를 반대할 수 있겠으나 그래도 설득해서 관철시켜야 한다.

北, 과감한 경제 인센티브제 도입 필요

북한은 중국 선전(深圳) 모델을 모방할 가능성이 있다. 1980년대 덩샤오핑이 경제특별구역으로 지정하면서 사회주의 국가 안에서 시장경제식 발전 모델을 성공적으로 일으킨 곳이다. 개성공단보다 좀 더 확장된 개념이다. 역사적으로 사회주의 경제는 시장경제를 도입하지 않으면 붕괴했다. 러시아는 물론, 중국이나 베트남, 카자흐스탄 모두 마찬가지다. 북한은 농민을 상대로 시장경제식 성과주의(incentive)를 실험하고 있는데, 수확물을 국가와 농민이 일정 부분 배분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그런 식으론 생산성을 높일 수 없다. 과거 중국은 종전 기준 물량만큼은 국가가 수납했지만 초과 생산량은 전량 개인이 알아서 팔 수 있도록 전권을 부여했다. 그러자 5년 만에 생산량이 2배로 늘었다. 이런 획기적인 유인책이 필요하고 이렇게 된다면 북한도 비슷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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