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4000억원짜리 '또 하나의 올림픽'

입력 2018.07.28 03:00

[Cover Story] 최고 권위의 아트페어 스위스 '아트바젤'

35개국 갤러리 290곳 예술가 4000명 작품관람객 9만여명 북적
인구 20만 소도시서 미술품 거래 닷새만에 3조원 넘어 지역 경제 '폭발'

올해 아트바젤에 참가한 미국 투팜즈 갤러리 전시관. 미국 작가 데이나 슈츠의 ‘10동판화’가 걸려 있다.
올해 아트바젤에 참가한 미국 투팜즈 갤러리 전시관. 미국 작가 데이나 슈츠의 ‘10동판화’가 걸려 있다.
매년 6월 중순, 라인강 상류에 자리잡은 인구 20만 소도시 스위스 바젤엔 전 세계에서 몰려든 쟁쟁한 예술 관계자들로 북적인다. 세계 최고 아트페어(art fair)로 통하는 근현대 미술 박람회이자 장터'아트바젤(Art Basel)'이 열리기 때문이다.'미술계의 올림픽'이라 부르는 행사다.

올해도 지난달 13~16일 35개국 290여 갤러리(화랑)가 참여한 가운데 49회 아트바젤이 치러졌다. 관람객 9만5000여명이 행사장을 찾았다. 매년 이 행사를 통해 거래가 이뤄지는 미술품 규모는 30억달러(약 3조4000억원) 정도. 어지간한 중견 기업 연 매출을 능가하는 규모다. 각국 부호들이 유명 작품을 사들이기 위해 전세기를 타고 바젤공항에 우르르 내리는 것도 아트바젤에서 볼 수 있는 진풍경 중 하나다.

이탈리아 콘티누아 갤러리가 전시한 쿠바 출신 작가 호세 야케의 작품 ‘열린 무덤 Ⅲ’.
이탈리아 콘티누아 갤러리가 전시한 쿠바 출신 작가 호세 야케의 작품 ‘열린 무덤 Ⅲ’.
전문가들이 예술에 대한 견해를 나누는 ‘뮤지엄 토크’.
전문가들이 예술에 대한 견해를 나누는 ‘뮤지엄 토크’.
1970년 畵商 바이엘러 주도로 창설

일반 관람 행사 첫날인 지난달 14일, 전시가 열리는 바젤 중심부 메세플라츠는 마치 인파로 가득찬 거대한 쇼핑몰을 연상시켰다. VIP 고객들이 차분히 작품을 감상하거나 갤러리 담당자와 구매 상담을 나누는 것과 달리, 일반 관람객은 축제라도 온 듯 행사를 즐겼다. 미국 팝아트 작가 로버트 인디애나의 대형 구조물'LOVE' 앞에서 입을 맞추며 사진을 찍는 젊은 커플, 모딜리아니·칸딘스키·피카소 작품을 둘러보며 자녀와 대화를 나누는 중년 부부,전시관 지도를 보며 관람 순서를 고르는 20대 중국 여성까지 다채로운 풍경이 펼쳐졌다.

아트바젤은 1970년 스위스 화상(畵商) 에른스트 바이엘러(Beyeler)가 주도해 창설했다. 아트페어는 수많은 갤러리가 한 자리에 모여 미술 작품을 판매하는 행사. 전시와 시장 기능을 함께 담으면서유명 갤러리들을 모아 시너지를 노린다. 아트바젤과 더불어 프랑스 피악(FIAC), 시카고아트페어가 세계 3대 아트페어로 꼽힌다.

미술 시장이 호황을 누리면서 아트페어 수도 꾸준히 늘었다. 2000년만 해도 주요 국제 아트페어는 55개에 불과했으나, 매년 새로운 아트페어가 생기면서 지난해 260개로 4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아트페어 주최 측은 갤러리로부터 부스 사용료를 받고 관객 입장료를 걷어 운영비를 충당하는데 가장 인기가 높은 아트 바젤은 부스당 최고 1억원 이상을 요구한다.

아트바젤 행사장 외관.
아트바젤 행사장 외관.
영국 리손 갤러리와 독일 노이게림슈나이더 갤러리가 출품한 중국계 작가 아이 웨이웨이 작품들.
영국 리손 갤러리와 독일 노이게림슈나이더 갤러리가 출품한 중국계 작가 아이 웨이웨이 작품들.
미술시장 호조에 관람객 늘어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위축됐던 미술시장(art market)은 이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시장 규모는 637억3900만달러(약 71조원)로 전년 대비 11.9% 성장했다. 전체 시장을 미국·중국·영국이 83%를 차지, 삼분하는 구조다. 특히 수년간 이어진 중국 공세는 여전하다. 중국은 전체 미술시장에서 2008년만 해도 9%를 차지하는 데 그쳤지만 2009년 18%, 2010년 23%, 2011년 30%로 급등세를 보이면서 세계 미술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르기까지 했다. 그 뒤 잠시 주춤, 2015~2016년엔 미국·영국에 이어 3위였으나 지난해 다시 영국을 제치고 2위를 탈환했다. 미술시장 전문연구소 아트이코노믹스 클레어 맥앤드루(McAndrew) 대표는 "최근 미술시장은 온라인 거래와 중저가 예술 작품 판매가 활발해지는 게 주요 특징"이라고 지적했다.

훌륭한 작품·수집가 모이게 해야

이처럼 급변하는 미술 시장에서 아트바젤은 어떻게 관람객들을 끌어들이며 최고의 아트페어라는 명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 아트바젤 현장에서 만난 마크 스피글러(Spiegler) 아트바젤 글로벌디렉터는 아트페어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훌륭한 작품과 수집가(컬렉터)를 꼽았다. 그는 "이 두 요건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면서 "갤러리는 미술계 큰 손들이 탐낼 만한 작품을 발굴해 가져오고, 그런 걸작들이 하나둘 모여지면 더 많은 컬렉터가 당연히 들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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