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직원 70명으로 온세상 부엌을 문질렀다 '수세미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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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7.28 03:00

      4500원짜리 수세미 1700억원어치 판 '스크럽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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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크럽대디
      지난 2012년 10월, 미국 3대 방송사 중 하나인 ABC방송의 인기 프로그램인 '샤크탱크(Shark Tank)'에 한 남성이 동그랗고 노란 수세미를 들고 등장했다. 마치 웃는 얼굴처럼 눈과 입이 뚫려 있고, 윗부분은 머리카락처럼 뾰족뾰족한 톱니 모양을 한 스펀지였다. 샤크탱크는 새내기 창업자들이 자신의 사업 아이템을 소개하면 심사위원을 맡은 기업인들이 그 가능성을 판단해 투자를 해주는 리얼리티 쇼 프로그램이다.

      이날 자신을 아론 크라우스(48)라고 소개한 남성은 "이 수세미의 이름은 '스크럽대디(Scrub Daddy·문질러, 아빠!)'이고, 당신이 투자한다면 이 세상 모든 부엌을 문질러 빛나게 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 스크럽대디는 연간 3300만개가 팔리는 '미국 국민 수세미'로 자리잡았다. 한 개에 3.99달러(약 4500원)인 스크럽대디는 지금까지 약 1억5000만달러(약 1700억원)어치가 팔렸다. 70명 직원만으로 연간 2500만달러(약 28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미 언론들은 '지구상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기업'이라고 부르며 스크럽대디를 샤크탱크 방송 시작(2009년) 이래 가장 성공한 기업으로 꼽고 있다. 미국, 유럽 등 13개국에서 팔리고 있는 스크럽대디는 최근 한국 시장에도 진출을 시작했다. 값싸고 흔한 아이템인 수세미로 어떻게 1억달러 사나이가 될 수 있었을까? 전화 인터뷰를 통해 창업자이자 CEO인 크라우스에게 성공 비결을 들어봤다.

      "지구상에서 가장 빨리 성장한 기업"

      ―스크럽대디를 어떻게 만들게 됐나?

      스크럽대디

      "스크럽대디의 가장 큰 특징은 물 온도에 따라 스펀지의 감촉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플렉스텍스처(FlexTexture)'라는 소재는 따뜻한 물에서는 부드러워지고 차가운 물에서는 딱딱해져 설거지부터 마루 청소까지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두 달간 사용해도 악취가 나지 않고 세균도 번식하지 않는다. 그런데 처음부터 수세미 용도로 만들었던 것은 아니다. 나는 원래 자동차 광택을 낼 때 사용하는 패드를 만드는 사업을 했었다. 스크럽대디는 자동차 수리공들이 더러워진 손을 쉽게 닦을 수 있는 도구로 개발한 것이었다. 손가락을 넣고 닦을 수 있게 구멍을 냈고, 손톱 밑도 쉽게 닦을 수 있게 윗부분을 톱니 모양으로 만들었다."

      ―어떤 계기로 수세미로 팔게 됐나?

      "자동차 광택 패드 사업을 2008년 3M에 매각했다. 스크럽대디 제품도 함께 팔려고 했지만 3M이 거절했다. 스크럽대디는 그 후 5년 동안이나 공장에 처박혀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어느 날 아내가 가구 청소를 시켜 3M 수세미로 가구를 박박 문질렀는데 페인트칠이 벗겨지고 말았다. 문득 스크럽대디가 생각나 이참에 쓰고 버리려 했다. 그런데 써보니 가구에는 손상을 입히지 않고 정말 잘 닦이는 것이 아닌가. 설거지용으로도 딱이었다. 구멍을 이용해 접시와 포크 등을 손쉽게 닦을 수 있었다. 한국의 젓가락도 구멍에 넣어 쉽게 닦을 수 있다. 2012년 '스크럽대디' 회사를 만들고 수세미로 팔기 시작했다. 지금은 미국에서 인지도 3위의 수세미 브랜드가 됐다. 수세미 시장 점유율이 85%인 3M의 몇 안 되는 경쟁자다."

      홈쇼핑과 TV쇼를 마케팅에 활용

      ―샤크탱크 출연이 성공에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됐나?

      "우리가 성공을 이루는 데 걸리는 시간을 크게 단축시켰다. 단숨에 1000만명의 시청자에게 스크럽대디를 알렸고, 20만달러도 투자받았다. 투자를 한 심사위원 로리 그레이너가 마케팅과 홍보에도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출연 전까지 10만달러였던 스크럽대디의 누적 매출은 출연 3년 만인 2015년 5000만달러로 급성장했다. 2017년에는 1억달러를 넘어섰다. 샤크탱크 없이도 스크럽대디는 성공했을 것이다. 그러나 샤크탱크의 역할이 없었다면 현재의 성공을 이루는 데 5년은 더 걸렸을 것이다."

      ―스크럽대디의 성공 전략은 무엇인가?

      "홈쇼핑 채널을 이용하는 것이다. 우리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수단으로 홈쇼핑을 이용했다. 홈쇼핑 채널을 이용해 시장에서 발판을 마련한 뒤 소매점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스크럽대디 창업 후 바로 미국의 가장 큰 홈쇼핑 채널인 QVC를 통해 전국적으로 제품을 소개했다. 샤크탱크 출연 전 QVC에서 5분 만에 15만2000개를 완판하기도 했다. TV 노출의 장점은 소비자가 당장 홈쇼핑으로 구입하지 않더라도 나중에 상점에서 제품을 발견했을 때 구매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현재 한국의 한 쇼핑 채널에도 입점한 상태다.

      둘째 전략은 다양한 제품군을 내놓고 고객에게 존재감을 보여주는 것이다. 나는 회사가 성장하려면 한 제품에만 의존하면 안 된다고 믿는다. 스크럽대디는 매년 2~3개의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레몬향이 나는 스크럽대디, 꽃 모양의 스크럽데이지, 스크럽마미, 스크럽베이비 등 제품이 30여 가지에 이른다. 이 때문에 지금 미국 월마트에 가면 스크럽대디의 다양한 제품들이 선반 한 칸을 가득 채우고 있다. 소비자는 제품 수를 보고 회사 규모를 판단하며 제품군이 다양하게 갖춰져 있을수록 더 신뢰한다. 브랜드를 키우는 것이 회사가 성장하는 길이다."

      CEO 직접 나서면 고객이 더 신뢰

      ―홈쇼핑과 TV쇼를 통해 CEO가 전면에 나서는 것도 전략인가?

      "나는 창업가이기도 하지만 발명가이기도 하다. 나는 스스로를 스크럽대디의 대디(아빠)라고 생각한다. 직접 자신의 발명품을 홍보하고 판매하는 것의 이점이 매우 크다. 제품에 대한 신뢰와 애정이 소비자들에게 자연스레 드러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를 보고 스크럽대디가 믿을 만한 제품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최근에는 직접 TV에 출연하는 것을 줄이려 하고 있다. 내가 지속적으로 TV에 나가지 않아도 스크럽대디라는 브랜드가 혼자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더럽고 냄새나는 수세미에 대한 이미지를 바꿔놨다는 평을 듣는다.

      "사람들은 매일 수세미를 사용한다. 기존의 수세미는 축축하고 냄새나며 안 보이는 곳에 감춰두고 싶은 물건이었다. 스크럽대디는 조금 다르다. 웃는 얼굴 모양은 보는 사람도 행복하게 만든다. 스크럽대디를 인격화해 '그(he)'라고 칭하는 사람들도 많다. 수세미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하게 만든 것은 스크럽대디의 중요한 성공 요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미소 짓는 얼굴은 단지 미관을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니라 이용상 편리함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매년 3~4개씩 신제품 내야 성장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

      "끊임없이 새로운 제품을 만들 것이다. 현재 스크럽대디를 비롯해 20개 가까운 특허를 가지고 있다. 올해 3~4개의 신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장기적인 목표는 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량을 늘려가는 것이다. 내년에는 영국과 독일 홈쇼핑 채널에서도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은 새로운 도구를 개발함으로써 '청소'라는 일 자체를 바꾸어 놓는 것이다. 내 제품들이 세상을 바꿔가는 걸 지켜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