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전 피의 전쟁터에… '판교' 뺨치는 스마트시티가 솟는다

    • 호찌민·빈즈엉성(베트남)=오화석 글로벌경영전략연구원장

입력 2018.07.28 03:00

'IT 상전벽해' 베트남, 놀랍게 달라지고 있다

'IT 상전벽해' 베트남, 놀랍게 달라지고 있다
베트남의 경제수도인 호찌민시 도심에서 북쪽으로 자동차로 약 40분간 달리면 빈즈엉성(省)이 나온다. 서울시 4배에 달하는 면적에 210만 명이 거주하는 베트남 남부 핵심 경제구역 중 하나다. 호찌민시를 벗어나 빈즈엉성으로 가는 길은 여전히 개발도상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풍경이다. 편도 2차선 도로는 보잘것없었고, 길옆으론 낡은 건물이 드문드문 이어졌다.

그런데 빈즈엉성 경계를 지나 10여분쯤 더 가니 전혀 다른 광경이 펼쳐진다. 편도 4차선으로 잘 조성된 도로가 눈에 들어오고, 도로변엔 야자수들이 깔끔하게 조경을 이루고 있었다. 현대식 신축 건물이 즐비한 신도시 모습을 지닌 이곳은 빈즈엉성 중에서 새롭게 개발하는 빈즈엉 신도시. 베트남 공기업 베카멕스(BECAMEX IDC)가 제조업과 서비스, 교육, 의료, 정보통신과 친환경 에너지 기능을 유기적으로 결합한 '복합형 스마트시티'로 이곳을 단장하고 있다. 2020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이 빈즈엉 신도시는 전체 6000㏊(60㎢)로 한국 분당 신도시만 하지만 모델은 판교 신도시에 가깝다. 베카멕스는 우리 토지공사와 주택공사·도로공사를 합친 기능을 지닌 국영개발공사다.

전국에 스마트시티 건설 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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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부동산재벌 빈그룹이 호찌민시에 짓고 있는 81층 규모 빌딩 랜드마크81(왼쪽 원). / 베카멕스 / 그래픽=김현국
빈즈엉 신도시뿐 아니다. 북부 박닌성, 하이퐁시, 중부 꽝응아이성에서도 복합형 스마트시티 개발이 한창이다. 주로 베카멕스가 주도하고 있지만 국내외 기업 참여도 활발하다. 지난해 6월 하노이인민위원회와 BRG그룹, 일본 스미토모그룹은 수도 하노이 북부 녀턴~노이바이 지역에 40억달러 규모 스마트시티를 조성하기로 합의했다. 같은 해 8월엔 사이공하이테크파크(SHTP)와 스마트에너지 관련 업체인 트릴리언트가 호찌민시 스마트 가로등 시스템 설치를 비롯한 스마트시티개발 프로젝트 계약을 체결했다. 2016년엔 다낭시와 베트남 국영통신사 비엣텔이 교통·환경·수질관리·에너지 등 분야에서 스마트시티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호찌민시 서남부에 있는 컨터시와 키엔장시에서도 스마트시티 개발이 진행 중이다. 강호동 베카멕스 한국사무소장(부사장)은 "베트남은 지방분권이 강해 난개발로 골머리를 앓는 지역이 있다"면서 "빈즈엉성은 베카멕스가 주도하면서 스마트신도시, 산업단지, 인프라 시설을 계획적으로 조성하고 있어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베트남이 스마트시티 개발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도로교통, 도시안전, 환경오염, 의료·보건 등 직면한 다양한 도시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중장기 경제성장 동력으로 삼기 위해서이다.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는 "스마트시티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윤주영 KOTRA 호찌민 무역관장은 "베트남은 도로·교통 등 기본 인프라 발전 수준이 아직 미흡하기 때문에 기본 인프라 조성이 스마트시티 성패를 가르는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대만·일본 기업 참여 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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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빈즈엉 신도시에 건설 중인 ‘스마트시티’ 거리 전경. / 베카멕스

한국도 베트남의 스마트시티 건설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롯데그룹이 호찌민시 투티엠 지역에 사업비 2조원 규모 '투티엠 에코-스마트시티 프로젝트' 계약을 지난해 7월 응우옌 타인 펑 호찌민시 인민위원회 주석과 체결했다. 7.45㏊ 면적을 랜드마크 도시로 만들 예정. 산업통상자원부는 '한·베 인큐베이터파크' 프로젝트를 통해 컨터시에 220만달러를 들여 500㏊ 규모의 스마트시티 건설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은 다낭시 전자정부 플랫폼 구축을 지원한 바 있다.

특히 빈즈엉성은 10년간 베트남 전체 58개 성과 5개 직할시 중에서 호찌민시에 이어 둘째로 많은 외국인직접투자(FDI)를 유치했다. 지난해에는 332개 프로젝트 28억달러, 올해는 5월까지 3386개 프로젝트 308억달러를 끌어들였다. 한국에서도 금호타이어, 코오롱인더스트리, 오리온제과, 롯데제과, 오뚜기식품 등이 700개 프로젝트에 29억달러를 투자했다. 대만에 이어 2위다. 호찌민시 인민위원회 소속 투자무역진흥센터(ITPC) 팜티엣호아 사장은 "베트남에는 최근 스마트시티 개발 프로젝트 수요가 매우 높다"면서 "그러나 베트남은 아직 스마트시티 개발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경험이 풍부한 한국 기업들이 많이 참여하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일본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일본 정부와 기업들은 베트남 부동산 회사 BRG그룹과 함께 오는 2023년까지 베트남 수도 하노이 인근 지역에 자동운전버스, IT를 활용한 에너지 절약 기기 등 친환경 설비를 갖춘 스마트도시를 건설할 계획이다. 사업비가 4조엔(약 39조9000억원)에 달하며 일본 민관이 해외에서 진행한 도시개발 규모 중 최대 수준이다. 다낭 스마트시티 개발에도 핀란드와 네덜란드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층빌딩 잇따르며 스카이라인도 변화

최근 베트남 주식시장은 지난 4월 초 1200포인트를 웃돌던 호찌민증권거래소(HOSE) VN지수가 900선까지 주저앉는 폭락장을 경험했다. 미·중 무역전쟁,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등 글로벌 리스크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럼에도 베트남 경제 성장세는 아직 양호하다. 베트남 경제는 1분기 7.4%, 2분기 6.8% 성장해 전반기 평균성장률 7.04%로 8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베트남 정부 기획투자부 도낫호앙 외국투자국장은 "베트남 경제는 올해도 지난해와 같은 6.8%의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면서 "앞으로 한국처럼 고도경제성장을 지속해 아세안을 이끌고 가는 리더 국가, 큰 용이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베트남 국가증권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6월까지 베트남 증시에 유입된 상반기 외국인 투자(FII) 금액은 229억달러로 지난해 전체 외국인 투자액(292억달러)의 78%에 달했다.

이런 훈풍을 타고 도심에는 초고층 빌딩이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다. 2010년 베트남 부동산개발업체인 비테스코가 호찌민시에 68층 파이낸셜타워를 지어 세간의 주목을 끈 이후에도 2011년 경남기업이 하노이에 72층 랜드마크72빌딩, 2014년 롯데에서 하노이시에 65층 롯데센터를 건립했다. 현재 베트남 최대 부동산 재벌 빈그룹이 호찌민시에 81층의 랜드마크81을 짓고 있는데 올해 말 완공 예정이다. 이 랜드마크81 주변으로 30~40층 건물들이 산맥처럼 몰려 있어 호찌민시 스카이라인을 새롭게 바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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