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사진·조각 등 끊임없이 새 예술 분야 흡수하자 예술인·수집가 모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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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7.28 03:00

      [Cover Story] 세계 최고 권위의 아트페어 '아트바젤'

      마크 스피글러 아트바젤 글로벌 디렉터

      마크 스피글러 아트바젤 글로벌 디렉터
      미술품 경매장이 미술 시장의 현황을 보여준다면, 아트페어(art fair·상업 미술 박람회)는 유명 작가들의 스타일 변화와 새롭게 떠오르는 작가들을 포착할 수 있는 곳이다. 미술품 수집가나 투자자들은 제2, 제3의 제프 쿤스와 장 미셸 바스키아를 발굴하기 위해 매년 아트페어를 다시 찾는다. 올해 열린 스위스 아트바젤에는 신규 소장품을 물색하고 미술 시장의 전망을 들여다보기 위해 전 세계 미술관·예술단체 400여 곳이 몰려들었다.

      스위스의 소도시에서 열리는 아트바젤이 미국, 프랑스, 독일 등지의 쟁쟁한 아트페어들 사이에서 독보적 인지도를 확보한 비결은 무엇일까. 마크 스피글러(Spiegler) 아트바젤 글로벌디렉터는 "50여 년 전 아트바젤이 출범했을 때만 해도 대중은 아트페어가 무엇인지 잘 몰랐고, 초기 아트바젤 전시장은 벽을 설치한 물품 창고나 벼룩시장 같은 모습이었다"며 "그럼에도 우리는 작품의 수준을 중시하고 예술계의 최신 흐름을 수용하기 위해 노력했고, 시스템을 끊임없이 보완하며 오늘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마크 스피글러 아트바젤 글로벌 디렉터
      논란 부른 사진도 과감히 전시

      ―아트바젤이 세계 최고 수준 아트페어로 성장한 비결은 무엇인가.

      "25년 전쯤 아트바젤 사무국은 (참가 갤러리) 선정 절차를 더 엄격하고 까다롭게 바꾸되, 미국 갤러리들도 광범위하게 참여하도록 유인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또 예술가 처지에서 기존 아트페어나 전시회에서 시도하기 어려운 작품은 어떤 형태인지 고민하고 이를 (아트바젤에서) 구현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아트바젤에 사진 부문이 신설된 게 35년 전인데, 당시만 해도 미술 시장에서 사진도 예술 '작품'으로 인정해야 할지를 두고 논쟁하던 때였다. 또 20년 전에는 대형 조각, 비디오, 설치 작품 등만 모은 '언리미티드(Unlimited)' 부문을 추가했고, 10년쯤 전에는 조각이나 공연 등을 사람들이 쉽게 마주칠 수 있는 (아트바젤) 전시장 근처 야외에 설치하거나 진행하는 부문인 파쿠르(Parcours)를 시작했다."

      ―크라우드펀딩 업체인 킥스타터와 협력하기도 하고, '아트바젤 시티(Cities)'란 프로젝트도 추진한다. 어떤 목적으로 이런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나.

      "이런 신규 프로젝트는 모두 '전시회를 개최하는 일'을 넘어선 사업이다. 지난 2014년부터 킥스타터와 파트너십을 맺고 전 세계 비영리 예술 프로젝트를 지원한다. 그동안 200만달러 넘게 모금했다. 아트바젤 시티는 선정된 도시의 예술 단체와 함께 지역 특색을 살린 예술 행사를 진행하면서 일종의 '예술 생태계'를 조성하는 장기 사업이다. 올해 9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첫 아트바젤 시티가 시작된다. 큐레이터 세실리아 알레마니(Alemani)가 총괄한다. 온라인 도록이나 앱 등을 개발해 아트바젤을 디지털화하는 중이기도 하다. 아트페어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더라도, 장기적으로 아트바젤이 더 많은 대중의 관심을 받고 후원자를 유치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큰손' 미국·아시아 차례로 공략

      마크 스피글러 디렉터는 현대 예술계에서 아트바젤의 역할에 대해 "전 세계 수집가, 공공 미술관, 민간 미술관, 갤러리로부터 (예술가에 대한) 후원과 지지를 이끌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아트바젤은 유럽, 북미, 아시아에서 미술품 수집가, 예술 애호가, 미술상, 예술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장을 만들어낸다.

      ―유럽 밖으로 진출한 이유는 무엇이었나.

      "우리는 아트바젤이란 이름을 사용할 권리를 현지에 판매하지 않고 직접 현지에서 아트페어를 진행한다. 2002년 아트바젤 마이애미비치를 선보인 당시에는 미술 시장 최대 고객층인 미국 시장을 미국 본토 아트페어들이 독식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그래서 우리가 미국 시장에 직접 뛰어들어 경쟁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트바젤 홍콩도 마찬가지다. 당시 아시아를 아우를 만한 거점 도시로 중국 상하이와 싱가포르, 홍콩 등 세 곳을 추렸다. 운 좋게도 출범한 지 5년 된 현지 아트페어인 '아트 홍콩'을 인수할 수 있었고, 이후 아트바젤 홍콩으로 이름을 바꿔달았다."

      900건 신청받아 300건만 전시

      ―지역마다 눈에 띄는 특징이나 차이가 있나.

      "당연하다. 우선 관람객들은 가까운 지역에서 열리는 전시회를 찾는 편이다. 예술 작품도 마찬가지다. 각 전시회에 출품된 작품 중 50%는 해당 지역 출신 예술가들 것이다. 아트바젤에는 유럽에 거점을 둔 갤러리가 더 많이 참여하고, 마이애미 비치에는 북미와 남미 출신 작가와 갤러리 비중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 아트바젤 홍콩은 다른 페어보다 아시아 작품이 많이 출품된다. 아시아에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아트페어에 대한 인지도가 낮다는 점이다. 미술 갤러리들조차 작품 구입이나 판매에 아트페어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아트페어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확실하게 인식하지 못한 상태 같다. 아시아 시장에서는 아트페어가 상대적으로 낯설기 때문이라고 본다."

      인터뷰를 진행할수록 얼핏 무관해보이는 미술 박람회 운영과 기업 경영에도 공통점이 드러났다. 외부 환경과 시장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뒤처질 것이란 점이다. 슈피글러 디렉터는 "세계가 그 어느 때보다 급격하게 변한다는 점이 아트바젤에 닥친 위기이자 기회"라며 "3년 전에 없던 기회가 지금은 존재하고 이 기회는 2년 뒤엔 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시장의 변화를 제대로 포착하고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술과 예술계의 범위가 이전보다 크게 확장된 만큼 어떤 갤러리, 어떤 예술가, 어떤 수집가를 잘 포착하는지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어떻게 미술품 수집가들이 '믿고 찾아오는' 아트페어를 만들 수 있나. 갤러리를 선정하는 작업도 중요할 것 같다.

      "(아트바젤 행사는) 해마다 지역별로 신청서를 600~900건 받는다. 하지만 우리는 절대로 300곳 이상 참가시키지 않는다. 행사에 선보이는 갤러리와 예술 프로젝트들은, 다시 말하면 그만큼 치열한 경쟁을 통과했다는 얘기다. 예술품의 작품성은 절대적 기준이 없는 부분이긴 하지만 아트바젤은 예술 전문가 6~10명이 신청서 내용과 과거 전시 내용 등을 꼼꼼히 살펴보고 갤러리를 선정한다."

      ―알맞은 협력사를 찾는 것도 아트페어의 핵심 요건 아닌가. 아트바젤은 UBS, BMW 등의 후원을 받는데.

      "협력사 확보는 (성공적 아트페어의) 최우선 요건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UBS나 BMW 같은 훌륭한 협력사를 둔 것은 물론 아주 기쁜 일이다. 하지만 아트바젤은 25회째까지만 해도 특별한 협력 기업 없이 개최됐다. 기본적으로 아트바젤은 기업 후원을 기반으로 성장한 아트페어가 아니다. 반대로 아트바젤이 저명한 미술계 행사로 발돋움한 다음, 기업들이 아트바젤을 후원하고 싶다고 먼저 접근했다. 이런 기업들의 도움은 아트바젤의 성장을 촉진하는 요인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