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갈수록 결혼 안 하는데, 주가는 급등… '181년 보석名家' 티파니에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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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7.14 03:00

      [이철민의 Global Prism] (4) 티파니의 불황 탈출 전략

      이철민 선임기자
      선임기자
      1961년에 나온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여주인공 할리 골라이틀리 역을 한 오드리 헵번은 뉴욕 5번(Fifth) 애버뉴의 티파니 본점 밖에서 커피와 종이 봉지 속 빵을 먹으며 유리창 속 보석들을 들여다본다. 그 안엔 그가 꿈꾸는 상류 사회가 있었다. 동명(同名)의 원작 소설 속 할리의 나이는 19세. 하지만 요즘 이 나이가 속한 미국의 밀레니엄 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는 할리가 흠뻑 빠졌던 공주 목걸이나 보석 한 개가 박힌 솔리테어 반지와 같은 전통적인 디자인에는 별로 눈길을 두지 않는다. 또 특별한 날에나 착용할 수 있는 보석류보다는, 멋진 해외여행이나 전자제품에 돈을 쓰는 걸 더 가치 있게 여긴다.

      게다가 1950년에 78%였던 미국 전체 가구 중 결혼 가구 비율은 이제는 48%로 줄었다. 고가(高價)의 결혼·약혼 반지를 파는 보석 부티크들엔 치명적인 사회 변화였다. 181년 역사의 티파니 매출도 2015년과 2016년 연거푸 감소했다. 작년 5월엔 당시 최고경영자(CEO)가 해고됐다.

      ①밀레니얼 세대 언어로 마케팅

      그런데 지난달 23일 티파니의 1분기 실적이 발표되고 나서, 전날까지 90~100달러 선이던 주가는 126달러로 껑충 뛰어올랐다. 티파니는 이날 "작년 4분기 대비 순이익은 53%가 증가한 1억4200만달러에 달하고, 전 세계 매출은 15%(10억달러)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작년부터 시작한 티파니의 경영 실적 개선에도 긴가민가했던 시장이 순이익과 매출이 각각 8분기와 4분기 연속으로 전망을 뛰어넘자 폭발적으로 반응한 것이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작년 10월 새로 CEO로 취임한 알렉산드로 보글리올로와 티파니가 처음 신설한 최고예술관리자(chief artistic officer)인 리드 크라코프는 '쿨(cool)'한 것을 좇는 밀레니얼 세대의 트렌드를 겨냥한 새 마케팅과 티파니 브랜드의 재정립에 나섰다.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의 럭셔리 마케팅 전문가인 토마이 세르다리의 표현대로 "이젠 쿨한 것이 새로운 표준"이 된 세태를 디자인과 마케팅에 반영한 것이다. 보글리올로는 "우리는 너무 보수적이었고, 약간의 위험이 있지만 진화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광고에도 부유한 집안의 축복 속에 결혼하는 아름다운 백인 연인뿐 아니라, 흑백 또는 동성(同性) 간 결혼·동거 등 이 연령층의 다양한 현실을 반영하는 소수계 모델들을 등장시켰다. 안드레아 데이비 글로벌 마케팅 수석부사장은 "티파니라는 고급 이미지에서 '격식'을 뺐다"고 말했다.

      지난 5월 티파니가 시작한 '꿈을 믿어요' 캠페인에서는 20세의 여배우 엘르 패닝이 래퍼 A$AP가 부르는 '문 리버(Moon River)'의 힙합 버전에 따라 티파니 본점 앞에서 역동적인 춤을 춘다. 오드리 헵번이 아파트 창문에 걸터앉아 기타를 치며 속삭이듯 부르던 '문 리버'와는 완전히 딴판이다. 밀레니얼 세대의 언어로, 그들의 방식으로 소통하겠다는 것이다.

      티파니는 그러면서도, 애초 충성 고객들이 티파니에 푹 빠졌던 고급스러운 전통은 유지하고자 했다. 그래서 패닝이 등장하는, 모던한 디자인의 목걸이·귀고리·팔찌·반지 컬렉션인 '페이퍼 플라워스(Paper Flowers)'의 가격대는 여전히 2500달러에서 7만5000달러(약 8378만원)로, 절대 싸지 않다. 10대 후반~20대 젊은 층을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면, 그들은 부유한 부모로부터 티파니 선물을 받는 것을 좋아하리라는 판단에서였다.

      ②매장에 카페 내 여성 고객 유인

      젊은 여성들을 값비싼 보석이 즐비한 티파니 매장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또 다른 도전이었다. 그래서 작년 11월 뉴욕의 티파니 본점 4층에 '블루박스 카페'를 새로 열었다. 티파니의 상표 색깔인 개똥지빠귀알색(Robin's Egg Color)으로 내부를 꾸민 이 카페에는 1000달러짜리 은 깡통, 300달러짜리 은제 요요, 1500달러짜리 레고 세트, 350달러짜리 금 빨대 등 크라코프의 디자인 감각이 담긴 '생활 소품'이 전시돼 있다. 여성들에게 현실에서 럭셔리를 즐기고, 찍은 사진들을 인스타그램에 올릴 수 있게 했다.

      커피와 핑거 샌드위치로 구성된 이곳 아침 세트 메뉴의 가격은 29달러. 영화 속 할리처럼 밖에서 먹지 말고, 티파니 안에 들어와 먹으라는 얘기다. '인스토어(in-store)' 경험과 여성들의 소셜미디어 취향을 저격한 이 카페는 주말에는 예약 없이는 앉기가 불가능한 명소가 됐고, 인스타그램엔 '블루박스 카페'서 찍은 사진이 넘쳐난다. 티파니 브랜드의 '배타성'에 '대중적 인기'를 절묘하게 조합한 것이다. 커피와 차를 팔아 다이아몬드 매출액을 대신할 수는 없지만, 인스타그램 노출을 통해 티파니 보석에 대한 친근감을 높였다.

      ③매장 외에 인터넷 판매도 병행

      티파니는 또 자사 매장을 통한 판매만을 고집하지도 않는다. 전 세계 315곳의 매장 외에, 첨단 유행을 좇는 젊은이들이 모이는 온라인 럭셔리몰인 네타포터(Net-a-Porter)와, 런던·뉴욕·도쿄 등지에서 여러 럭셔리 브랜드를 모아 판매하는 '도버 스트리트 마켓'에도 일부 제품을 소개한다. 젊은 고객층이 있는 곳으로 가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변신에 대해 "이렇게 지나치게 홍보할 필요가 없는 브랜드였다" "지금까지의 스타일과 너무 다르다"며 발길을 끊은 소비자들도 있다. 그러나 럭셔리 브랜드 불가리에서 임원으로 일했고 의류 회사 디젤의 CEO였던 이탈리아인 CEO 보글리올로의 생각은 다르다. "배타성을 팔아 번창한 유럽의 경쟁 럭셔리 브랜드와 달리 티파니는 언제나 모든 계층을 환영했다"며 "'값비싼 격식'이란 뜻을 포함한 '럭셔리'는 이제 낡은 개념"이라고 반박했다.

      ④50만원 이하 중가품도 다양화

      새 CEO 보글리올로는 작년 2월에 쫓겨난 CEO 프레데릭 큐메널이 앞서 취한 조치들의 덕도 봤다. 작년 2월에 레이디 가가를 등장시켜 체인과 볼(ball)을 소재로 도시적 강인함과 여성성을 표현한 '하드웨어' 컬렉션을 출시하고, 동성 간 결혼 반지 광고를 처음 시도한 사람도 큐메널이었다. 또 다른 럭셔리 브랜드인 '코치'를 반전시킨 크라코프를 최고예술관리자로 영입한 이도 그였다.

      그러나 큐메널의 이런 시도는 이사회와 내부의 보수적 분위기에 번번이 부딪혔고, 이에 비해 경영 반전(反轉)은 너무 더뎠다. 그의 재임 중 티파니 보석류 매출의 45%가 500달러 미만 제품에서 나오면서, 지나친 대중화로도 공격을 받았다. 하지만 큐메널 해고 이후 임시 CEO를 맡았던 34년 티파니 베테랑인 마이클 코왈스키 회장은 "우리는 매우 큰 텐트를 치고 있다"며 다양한 가격대와 스타일을 옹호하기도 했다.

      골드만삭스 "티파니 주가 더 오를 듯"

      이제 티파니는 분명히 변곡점을 지난 것일까. 크레디트스위스 증권의 한 보고서는 "소비자들은 계속 새로운 것에 매혹돼 있는데, 작년 티파니 매출에서 새 디자인 제품의 비율은 10% 미만이었다"며 "1960년대 디자인된 제품도 계속 팔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130달러대인 티파니 주가에 대해선, 보글리올로조차 계속 매출이 신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러나 지난달 25일 처음으로 티파니 보고서를 낸 골드먼삭스사는 '바이(Buy·유지)'라는 투자 의견과 함께 목표 주가를 165달러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