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평가 어려워 회계 처리·세금 부과 난관

입력 2018.07.14 03:00

[Cover story] '자본 없는 자본주의' 5가지 사례

'자본 없는 자본주의'의 한계는?

금융 투자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 오션토모(Ocean Tomo)가 2015년 S&P 500 기업 가치를 유형자산과 무형자산으로 구분해 분석했다. 그 결과, 1975년 유형 83%, 무형 17%이던 비율이 40년 뒤인 2015년엔 유형 16%, 무형 84%로 역전됐다. 그런데 토지, 건물, 기계, 공구처럼 물리적 형태를 띠는 유형자본은 계산하기 쉽다. 반면 무형자본을 어떻게 측정하고 어디까지 포함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여전히 논란이 분분하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1990년대 중후반 이른바 '닷컴버블' 시기 이후 본격적으로 무형자산 개발과 투자에 집중했다. 그 결과, 공식 통계에 무형투자를 포함하는 논의가 진행되면서 소프트웨어와 연구개발(R&D), 미술품 같은 요소가 공식 회계 계정 과목에 포함됐다.

하지만 아직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마케팅 활동, 조직 문화 활성화를 위한 투자, 직원 교육 훈련 지원 등은 공백으로 남아 있다. 이런 요소들이 미래 경제적 효익을 창출하는 데 기여한다는 점에선 공감대가 있지만, (조직 문화 향상을 위한 노력이) 과연 실제로 쓸모가 있는 건지, (교육 훈련으로 인한 자산 가치 창출이) 회사가 아닌 직원 개인에게 돌아가는 것 아닌지 반론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해스컬 교수는 "앞으로 무형자본을 둘러싼 시장이 커지면 측정도 수월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디자인 컨설팅 같은 경우, 이를 위해 지불하는 평균 비용 등을 토대로 측정하는 기법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무형자산을 회계적으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일부 우려도 있다. 이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왜곡이나 과장, 오류나 조작 가능성이 잠재해 있기 때문이다.

과세 문제도 만만치 않다. 무형자산이 창출하는 가치를 평가하는 기법이 아직 정교하지 않기 때문에, 과세 기준을 정하기 쉽지 않다. 더구나 무형자산은 유동(流動)적이라 회사와 국경을 넘어 이동할 수 있어 세금을 어떻게 매겨야 할지 판단하기 어려운 사례가 많다.

불평등 심화 지적도

무형자산이 오히려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측면도 여러 전문가가 지적하는 바다. 무형자산이 창출하는 시너지와 스필오버는 경쟁 관계 회사 간 격차를 키우고, 이는 소속 직원 급여 차이로 이어진다. IT(정보기술) 업계를 중심으로 무형자산을 관리하는 특별한 역량을 가진 일부 스타 직원에게 보상이 몰리고, 소득 불평등을 합리화하는 풍토가 확산하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스필오버와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유리한 환경을 갖춘 대도시로 인재와 자본이 자연스레 몰리면서 지역 간 불균형 발전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점도 고민거리로 자리 잡고 있다.

■Knowledge Keyword

●유형자산(tangible asset)

기업이 경영활동에 반복적으로 사용하며 구체적인 형태를 갖춘 자산. 토지, 건물, 기계장치, 공구, 기구, 비품 등은 대표적인 유형 자산에 속한다. 산업혁명 이후 기업들의 생산활동은 주로 이 유형자산을 증가시켜 생산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무형자산(intangible asset)

구체적인 실물형태를 갖춘 유형자산과 달리 아이디어, 기술, 소프트웨어, 디자인, 데이터, 지식재산권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자산을 말한다. 기계나 부품과 달리 시간이 지나도 소진되지 않기 때문에 끊임없이 적용하고 확장할 수 있다. 특히 기업이 이익을 내며 존속할수록 무형자산의 가치는 더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메가시티(megacity)

행정적으로 구분돼 있으나 생활, 경제 등이 기능적으로 연결돼 있는 인구 1000만명 이상의 거대 도시를 말한다. 무형자산이 중요해지는 ‘자본없는 자본주의’가 진행될수록 우수한 능력을 가진 인재들이 한 도시에 모이는 현상이 나타난다. 그래서 ‘자본없는 자본주의’ 흐름을 타기 위해서는 전문성 있는 메가시티를 여러 곳 개발하는 것이 정부 정책당국의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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