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제가 자산 관리해 드릴게요… 中 은행 740조원 'AI 大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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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7.14 03:00

      중국 초상은행 로보어드바이저 프로그램 모제즈터우(摩羯智投) 광고.
      중국 초상은행 로보어드바이저 프로그램 모제즈터우(摩羯智投) 광고. / 바이두
      중국인 로렌 마(30)씨는 지난 6월 한 은행의 '로보어드바이저' 앱을 이용해 10만위안(약 1700만원)을 펀드·퇴직연금 등 여러 금융 상품에 투자했다. 로보어드바이저란 AI(인공지능)가 고도의 알고리즘과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PB처럼 고객의 자산 배분 전략을 수립해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그 전까지 마씨는 직접 베이징에 있는 은행을 찾아가 전담 PB에게 투자 자문을 했었다. 그는 "스마트폰으로 로보어드바이저를 이용하니 시간과 수수료를 아낄 수 있었다"며 "투자해보니 수익률도 좋아 20만위안을 추가 투자했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의 AI 자산 관리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중국 내 자산관리와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용 문턱이 낮은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가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2022년 사용자 1억명 달할 듯

      시장조사 전문기관 스태티스타는 중국의 로보어드바이저 시장 규모가 2016년 540억위안(약 9조원)에서 2022년 4조4640억위안(약 740조원)으로 82배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로보어드바이저 사용자 수는 2022년 1억명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다. 로보어드바이저의 평균 자문 수수료율이 0.2%인 것을 감안하면, 여기서 나오는 수수료 수익만 해도 연간 약 90억위안(약 1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 시장을 잡기 위해 중국 은행들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중국 5대 은행에 속하는 중국은행과 공상은행이 올해 본격적으로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에 뛰어들었다. 로보어드바이저의 선두 주자인 초상은행과 함께 향후 3개 은행이 AI 자산관리 시장에서 각축을 벌일 전망이다. 그래서 올해는 중국 금융업에 AI가 상용화된 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16년 12월 로보어드바이저 '모제즈터우(摩羯智投)'를 출시한 초상은행은 개발에만 7년간 공을 들였다. 모제즈터우는 3400여 개 펀드 중에서 고객에게 최적화된 포트폴리오를 제공한다. 매일 가격 변동을 분석해 투자 비중을 조정하고 한 달에 6번 자산운용 결과를 고객에게 통보해주고 있다. 중국은행은 2017년 초부터 로보어드바이저 전담팀을 만들고 개발에 착수해 지난 4월 로보어드바이저 '중인후이터우(中銀慧投)'를 출시했다. 중국은행은 "은행은 창조적으로 발전해야 한다.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해 더 많은 고객이 자산 관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구슈(谷澍) 공상은행장도 2016년부터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을 금융에 접목하는 '7대 혁신 실험실'을 구축하고 AI 기술을 이용하는 방안을 연구해왔다. 그 결과물로 작년 11월 공상은행의 로보어드바이저 'AI터우(AI投)'를 내놨다.


      재테크 관심 늘며 AI 투자자문 각광

      모제즈터우와 중인후이터우, AI터우 모두 '낮은 투자 문턱'을 내세워 젊은 세대와 소액 자산가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동안 자산 관리 서비스는 상위 1% 부자들을 위한 전유물처럼 인식돼 있었다. 그러나 중인후이터우와 AI터우의 경우 최저 1만위안(약 170만원)으로, 모제즈터우는 최저 2만위안(약 340만원)으로 투자할 수 있다. 낮은 자문 수수료도 장점이다. 금융사 자문 서비스 평균 수수료가 연간 1% 안팎인 것과 달리 로보어드바이저는 0.2~0.5% 수준으로 저렴하다.

      이런 장점 때문에 로보어드바이저로 투자 자금이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 초상은행 모제즈터우의 누적 관리 자산은 출시 15개월이 된 올해 3월 100억위안(약 1조6700억원)을 돌파했다. 올해 4월에 출시된 중국은행의 중인후이터우에는 두 달 만에 50억위안(약 8300억원)이 몰렸다. 공상은행의 AI터우에도 출시 9일 만에 1억위안(약 170억원)이 몰리는 등 빠른 유입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들은 "중국 투자자들의 성향 변화로 인해 중국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의 성장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과거 중국 경제가 연간 10% 이상씩 성장하던 시절엔 개인 투자자들이 부동산 등 한 가지 자산에 몰아 투자하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최근 경기 침체와 주식 시장 부침을 경험한 뒤로는 분산 투자에 대한 필요성이 늘고 있는 추세다.


      "1000명에게 1000가지 솔루션을"

      로보어드바이저는 수익률 측면에서도 무난한 성과를 내고 있다. 모제즈터우가 제공하는 '모제 포트폴리오'는 작년 연간 평균 수익률 8.97%를 기록했다. 공상은행 AI터우가 제공하는 15개 포트폴리오의 평균 연간 수익률은 3.14~14.59% 수준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제공되는 포트폴리오의 가짓수가 적고, 각 개인의 투자 성향이나 상황을 반영한 정교한 투자 자문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업계에선 "1000명의 사람에게 1000가지 솔루션을 줄 수 있는 '천인천면'의 시스템을 이루는 것이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의 향후 과제"라고 보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에서 은행의 경쟁자는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 같은 IT기업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고객 한 명 한 명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는 다양하고 방대한 데이터를 거의 독점하고 있는 데다, 훨씬 더 많은 기술 개발 인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알리바바는 자회사인 앤트 파이낸셜을 통해 작년 6월 '마이차이푸'라는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내놨으며, 바이두도 작년 11월 중신은행과 함께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출시했다. 텐센트도 올해 로보어드바이저 사업에 중점을 둔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