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 한국산 철강재 관세 부과, 부작용 많다

    • 앤 크루거 존스홉킨스대 교수

입력 2018.07.14 03:00

[WEEKLY BIZ Column]

관세 인상으로美 일자리 줄듯… 수입할당 결과는 품질 저하
기업 경쟁력도 악화돼

앤 크루거 존스홉킨스대 교수
앤 크루거 존스홉킨스대 교수
일부 국가가 철강 제품에 대한 미국의 25% 관세 폭탄을 피하기 위해 미국 트럼프 정부의 수입 제한(쿼터)을 수용하기로 합의했다. 철강 제품 59종에 대해 수입 물량이 규제될 예정이다. 다만 미국 제조업체들이 국내에서 필요한 규격의 제품을 조달하기 어려울 경우 미 상무부에 수입 철강 제품에 대한 관세 면제를 신청할 수 있도록 예외를 허용하겠다고 미 정부는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 물량을 제한하고 자국 수출 기업에 특혜를 주는 정책이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미국에 이롭다고 믿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정치적으로 트럼프 정부는 '국가 안보'란 이유를 앞세워 국제 무대에서 미국의 입지를 손상했다.

美 철강가격, 中보다 50% 비싸

더 심각한 부분은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이 경제에 미칠 악영향이다. 수입 철강재에 의존하는 미국 제조업체들의 상황은 이미 비용 부담으로 나타나고 있는 데다가, 공급 부족 사태로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미국 내 철강재 가격은 유럽과 중국보다 50% 이상 비싸졌다. 실제로 고급 오토바이 브랜드인 할리 데이비드슨이 급등한 생산 비용에 대한 부담과 유럽연합(EU)의 보복 관세에 대한 우려 등을 이유로 들며 생산 시설을 미국 밖으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제조업체들의 생산 비용 경쟁력이 해외 경쟁자들보다 낮아지면, 결국 그 부담은 미국 소비자들이 비싸진 물건 값으로 치러야 한다. 이는 소비자들이 소비를 줄이거나 구입 시기를 늦추게 할 뿐만 아니라, 원료 가격에 관세 부담이 적게 반영돼 미국산보다 가격이 낮은 수입 제품을 선택하게 할 것이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는 철강 관세 인상 정책으로 향후 3년 동안 미국 내 자동차·자동차부품업계 일자리가 19만5000개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렇게 명확하게 눈에 띄는 악영향 외에도 천천히 드러나는 여파도 있다. 대표적으로 한국은 대미(對美) 철강 수출량을 2015~2017년의 70%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어떻게 이 같은 물량 규제를 실행할 것인지가 문제다. 한국 정부든 미국 정부든 간에 59개 철강 제품 수출입 물량 전부를 일일이 관리·감독해야 가능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관세 면제 요청 올해만 2만건 넘어

우선 쿼터 관리를 한국 측이 맡는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더라도 미국은 관련 행정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한국의 세관 서류를 신뢰하기보다, 한국 기업들이 쿼터제를 엄수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미 세관 당국이 수입 물량을 재검수하는 등 추가 작업을 실행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한국의 철강재 수출 기업들은 세관 통과 절차가 복잡해지면서 늘어난 비용을 제품 가격에 전가할 수도 있고, 제품 납기가 이전보다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

수출 한도는 어떻게 배분해야 할까. 만약 선착순으로 이뤄진다면 한국 수출 기업과 미국 수입 업체들은 연초만 되면 주문을 급박하게 처리해야 할 것이다. 물론 한국 정부가 이전까지 수출 기록에 근거해 해마다 수출 가능한 물량을 기업별로 정해주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한국 철강 기업들이 미국 수출을 늘리기 위해 이전처럼 가격·품질을 경쟁할 유인이 사라진다. 여러 나라의 과거 사례를 떠올려 볼 때, 쿼터제의 결과는 품질 저하와 납기 지연이었다.

특수한 경우 관세를 면제해주는 정책도 부정적인 결과가 예상되긴 마찬가지다. 올해 6월 말까지 미 상무부에 접수된 면제 요청 건수는 2만1000건에 달한다. 연말이 되면 그 수는 두 배 이상으로 증가할 것이다. 신청 서류를 처리하는 데 오랜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다. 더욱이 철강 종류별로 일일이 면제 신청을 하면 서류 작업은 한층 더 복잡해질 전망이다. 게다가 관세 면제 허가는 한 번 받더라도 새해가 되면 다시 신청해 갱신해야 한다.

높은 가격, 서비스 저하 역효과 우려

미 상무부는 신청서를 접수 90일 이내에 처리하기 위해 직원 30명 안팎을 고용했다. 하지만 접수된 건은 일단 30일 동안 공시 기간을 거쳐, 미국 내에서 생산 불가능한 제품인지 확인해야 한다. 비슷한 제품이 국내에서 만들어지면 면세 요청은 불허된다. 6월 21일 기준으로 접수된 2만건 중 9000건만 담당 부서로 배송되는 데 그쳤는데, 승인이든 불허든 심사 결과가 확정된 건은 도합 100건도 되지 않는다.

트럼프 정부가 내세우는 미국 중심 무역 정책은 미국 철강 기업들에도 잘못된 인상을 줄 수 있다.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할 가능성이 작아진 만큼, 미국 기업에는 품질 관리에 대한 동기가 약해지는 까닭이다. 생산성 향상을 위해 세율을 낮추고 규제를 철폐한다던 트럼프 정부가 미 제조업체들을 관세와 수입 제한 조치 등의 세계로 밀어 넣는다면, 경쟁 약화, 높은 가격, 서비스 저하, 혁신 부족이란 역효과와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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