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난타전에 불안해지는 세계 경제

    • 짐 오닐 전 영국 재무부 차관

입력 2018.07.14 03:00

[WEEKLY BIZ Column]

짐 오닐 전 영국 재무부 차관
짐 오닐 전 영국 재무부 차관
2018년 초 세계 경제는 분위기가 좋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숙취가 끝나는 것처럼 느껴졌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중동·한반도 위기, 트럼프라는 악재에도 투자가 넘치고 실업률은 떨어졌으며 임금은 올랐다.

이제 2018년도 절반이 지났다. 과연 내년에도 이런 호재가 이어질까. 이미 일부 경제지표는 더 이상 장밋빛을 띠지 않는다. 기업의 신규 주문·생산·출하·재고·고용 등을 나타내는 미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아직 견고하지만, 세계 각국 유사 지수들은 6개월 전과 비교하면 약세다. 더 의미심장한 건 EU(유럽연합)와 중국 경제활동이 둔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무역 통계는 주목할 만하다. 다른 나라보다 한 달 빨리 집계되기 때문이다. 지난 1일 공개한 자료에서 한국 6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 지난해 기록적인 실적을 남겼던 한국 수출은 올 들어 계속 저조하다. 역설적으로 작년엔 북한과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 수출은 잘됐고, 올해는 북한과 사이가 좋아지는데 수출은 지지부진하다. 다음 달 초 나올 한국 7월 수출 통계는 더 깊이 들여다봐야 한다. 미·중 무역 전쟁 여파가 반영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금은 어쨌든 미국과 중국이 세계 경제를 지배하는 시대다. 직접 계산해보니 2010년 이후 전 세계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 합계에서 미국이 35%, 중국이 50%, 두 나라가 8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나라만 잘하면 연 세계 경제 성장률이 3.4%에 이를 수 있다.

미·중 이외의 다른 국가들은 작년 하반기부터 올 상반기까지 회복하는 기미가 역력했다. 브라질, EU, 일본, 러시아 모두 2010년 이후 이어진 하락세에서 2017년 반전을 보였다. 그러나 안심할 수 없다. 프랑스·독일은 세계 무역 전쟁 우려로 경기가 움츠러들었다. 브렉시트 협상,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부, EU 내 반(反)이민 정책 등은 경제적 불확실성을 심화시키고 있다.

그렇지만 세계 경제 성장은 여전히 미·중 두 나라 손에 달려 있다. 두 거인(巨人)들이 지금처럼 관세 난타전을 계속 벌이면 세계 경제는 하여간 침체될 수밖에 없다. GDP 중 70%가 소비지출인 미국에서 국제 무역이 활발하지 않고 투자 환경이 불안해지면 지속 가능한 세계 경제 성장은 기대하기 어렵다. 누군가 트럼프와 가까운 사람이 겨우 회복되는 세계 경제를 망치지 말아달라고 간청해야 할 상황이다.

ⓒ프로젝트 신디케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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