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자원 개발, 환상에 젖지 말라

    • 강천구 한국광업협회 기술자문위원

입력 2018.07.14 03:00

[On North Korea]

韓기업들, 자본·기술 세계에 뒤떨어져 한국보다 중국이 경쟁력 있어
정부·기업·대학, 지금부터 대비를

강천구 한국광업협회 기술자문위원
강천구 한국광업협회 기술자문위원
문재인 정부는 북한과의 경제협력 사업을 크게 3가지로 보고 있다.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관광투자 사업, 지하자원 개발 사업이다. 이 중에서 가장 실질적이며 상호 경제적 이익이 되는 사업이 자원 개발이다. 북한은 철광석, 아연, 텅스텐, 니켈, 몰리브덴, 구리, 마그네사이트, 흑연, 석탄, 희토류 등 10가지 광물 자원을 비교적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다. 그중 마그네사이트(세계 2위), 희토류(세계 2위 추정), 텅스텐(세계 4위), 흑연(세계 6위)의 매장량은 세계적 수준이다. 북한 경제에서 이 광물들이 차지하는 기여도 역시 절대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프라와 자본, 기술, 노동력이 충분히 공급된다면 북한의 광물 자원은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유망한 성장 동력임에 틀림없다. 남한 입장에서는 근거리에서 풍부한 광물 자원을 직접 확보하여 산업을 더욱 성장시킬 수 있는 경제적 호기로 작용할 것이다.

북한의 자원 개발 투자는 크게 3단계로 접근해야 한다. 1단계로는 현재 투자 여건상 여러 제약이 존재하기 때문에 과거에 남북한이 협력하고 논의했던 광물과 광산 위주로 투자해야 한다. 2단계로는 차츰 광산 개발 투자 제도가 갖춰지면 철광석·구리·시멘트 등 주로 제조업과 건설업에 필요한 광산 위주로 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 3단계로는 남한 기업이 북한에 자유롭게 자본과 기술, 인력을 투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광물별, 광산별로 경제성이 담보되는 지역 위주로 대규모 광산 개발 자본이 투입된다.

남한 광산도 외국 기업이 개발 주도

하지만 현시점에서 볼 때 북한의 자원 개발은 결코 쉽지 않고 리스크 또한 작다고 할 수 없다. 북한의 저렴한 노동력과 풍부한 지하자원, 남한의 자본과 기술의 우위는 단지 남한과 북한을 비교했을 경우에만 해당된다. 남한의 기업이 세계 유수의 글로벌 자원 개발 기업들보다 자본과 기술 면에서 우위에 있다고 한다면 큰 오산이다. 남한 내 몇 개 안 되는 광산마저도 현재 외국 기업이 개발하고 있다. 우리는 석회석 등 일부 광물만 개발하고 있을 뿐이다. 해외 광산 개발에서도 우리 기업은 대부분 지분 참여뿐이고 운영권자로 참여하는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상황이 이러한데 만약 북한의 광산 개발을 남한이 운영권을 갖고 한들 전문 인력이 없는데 제대로 개발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그렇다고 자본 투자 면에서도 남한 기업이 외국의 경쟁 기업들보다 더 낫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 일본, 호주, 캐나다 등과 비교해 보면 확연히 느낄 수 있다. 단지 북한과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점과 언어가 통한다는 점 등이 남한이 내세울 수 있는 강점이라면 강점이다. 그런데 이 또한 중국과 비교하면 더 이상 강점이라고 주장하기 어렵다. 중국은 북한과 국경을 접하고 있고, 언어 또한 조선족을 비롯하여 우리말을 구사하는 인력이 굉장히 많다. 지린성 옌볜에는 조선족 중국인 소유의 기업들이 수년 동안 북한 광산 개발을 통해 생산물을 반입하고 있다. 또한 중국은 북한을 상대로 가장 많은 자원 개발 경험을 갖고 있는 나라다.

지금의 남북 화해 무드가 기회로 이어지려면 사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북한 자원 개발은 전문 인력, 광산 장비 현대화, 기술 개발 등에 정책적 지원과 철저한 준비가 없이는 북한이 문호를 열어준들 성과를 낼 수 없다. 지금부터라도 정부, 기업, 자원 개발 관련학과를 두고 있는 대학 등이 협력해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실행해야만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남북 화해 무드에 편승한 장밋빛 북한 자원 개발의 환상을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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