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자영업자 25만곳 중 7만2000곳 "작년보다 일찍 문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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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7.14 03:00

      '최저임금 인상 이후' 신한카드 사용 빅데이터 분석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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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이동운
      서울에서 20년째 미용실을 운영해온 A씨는 최근 미용 보조원 2명 중 1명을 내보냈다.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인건비를 감당하기엔 매출이 기대한 만큼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A씨는 "1명을 쓰더라도 내가 일을 좀 더 하면 된다"면서 "다만 미용 기술을 배우고 싶어 저임금을 감수하고 들어온 아이들인데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소상공인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것 같다"면서 "그렇지 않아도 불황으로 오른쪽 빰을 맞아 아파 죽겠는데 왼쪽 빰도 때리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부산에서 14년째 신발을 만들어온 B씨도 마찬가지다. 전체 직원 170명 중 현장 인력은 100명. 이들 중 절반은 최저임금 수준으로 인건비를 맞추고 있었는데 올 들어 최저임금 인상으로 연 6억원가량 추가 비용이 발생할 전망이라 걱정이 태산이다. B씨는 "최저임금이 오르면 이에 따라 대기업이 납품 단가를 올려주면 괜찮은데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올 들어 전년 대비 16.4% 오른 최저임금 인상 폭을 두고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이 줄고 가게들이 영업시간을 단축하고 있다"는 비판과 "그렇지 않다"는 반박이 맞서고 있다.

      WEEKLY BIZ는 서울대 경제학부 이정민 교수와 함께 신한카드 마켓센싱셀(빅데이터 분석센터)에 의뢰, 최저임금 인상 이후 올 들어 가게들이 인건비 절감을 위해 영업시간을 줄이고 있는지를 분석했다. 고용에 주는 영향을 파악하기엔 아직 데이터가 충분히 축적되지 않았다는 판단에 따라 영업시간 단축 여부를 조사했다.

      신한카드는 신용카드업계에서 지난해 기준 점유율 22.7%로 1위 업체. 업종별로 고루 가맹점이 분포하고 있어서 매출 자료를 통해 전체적인 실물경제 실상을 파악하는 데 가장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사를 위해 분석한 가맹점 수는 음식점이나 옷가게, 수퍼마켓 등 소규모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한 25만418곳. 시점은 2016년 4월, 2017년 4월, 2018년 4월이 기준이다. 이 한 달 동안 조사 대상 가맹점들이 전년도와 비교해 얼마나 문을 일찍 닫고 있는지 파악했다. 전체 신용카드 가맹점 수는 266만 곳이다.

      가게 10곳 중 3곳 일찍 문 닫아

      빅데이터 분석 결과, 전년 동기와 비교해서 올 4월 일찍 문 닫는 가게가 2.2%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가맹점 25만418곳 중 7만2154곳(28.8%)이 더 일찍 문을 닫고 있었다. 이번 빅데이터 분석 과정에선 최종 카드 매출 발생 시간을 준거로 잡았다. 그날 마지막으로 손님이 카드를 긁는 시간을 영업 마감 시간으로 간주한 것이다. 이런 조건을 바탕으로 같은 가맹점에서 최종 카드 매출 발생 시간이 전년 동기보다 30분 이상 빨라졌다면 영업시간을 줄이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 교수는 이에 대해 "가게 문을 일찍 닫는 요인은 장사가 잘 안 된다든가 업주 개인 사정이 생겼다든가 여러 가지 있을 수 있다"면서도 "그렇지만 표면적으론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종업원들 월급은 올려줄 형편은 되지 않고, 그렇다고 직원을 해고하긴 어려운 처지에 놓인 업주들이 근무시간을 줄여 인건비 총액을 맞추려는 성향이 증가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종별로 분석했을 때, 일찍 문 닫는 가게 비중이 많은 업종은 이용·미용(38.3%), 의류·신발(38.2%), 요식업(28.9%), 주유소(27.5%). 제과·커피(26.6%) 등 순이었다. 특히 개인 자영업자들이 일찍 문 닫는 추세가 두드러졌다. 개인 자영업자들은 일찍 문 닫는 가게 비중이 전체 중 29.5%를 차지하면서 법인(20.6%)보다 높았다.


      현장에선 최저임금 미만 급여 많아

      이렇게 일찍 문을 닫는 가게는 영세업자들을 중심으로 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신한카드 결제 기준으로 올 들어 일찍 문 닫는 비중이 가장 높은 가게는 월 매출 100만원 미만(38.3%)이었다. 다음이 100만원 이상~300만원 미만(31.9%), 300만원 이상~500만원 미만(25.1%) 등 매출이 적을수록 가게 문을 일찍 닫았다. 여기서 매출 100만원은 실제론 신한카드 시장 점유율(22.7%)을 고려하고 보통 손님들이 현금 결제도 종종 병행한다는 사실을 더하면 5배인 500만원가량의 월매출로 추정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게 신한카드 설명이다.

      이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 취지에는 기본적으로 공감하지만 현실에서 불거지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상률을 조정하거나 업종별, 지역별, 연령별로 차등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중소기업연구원 노민선 연구위원은 "호주·일본·필리핀은 직종·산업별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고 있고, 미국·일본·캐나다·말레이시아 등은 지역 사정에 따라 최저임금 기준이 다르다"면서 "국내에서도 업종과 지역에 따라 경제 환경이 다른 만큼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지방에 소재한 중소기업, 그중에서도 소상공인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큰 부담을 받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소상공인에 한해서라도 최저임금을 2~3개 범위로 나눠서 구분 적용하는 게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최저임금위원회가 조사한 자료를 보면 최저임금을 올려도 실제 현장에선 최저임금 미만으로 급여를 지급하는 사업체가 유독 많은 업종이 눈에 띈다. 이른바 '최저임금 미만율'이 높은 업종은 농업·어업·임업(46.2%), 음식·주점업(35.5%), 소매업(23.9%), 의복·장신구 제조업(23.9%) 등이었다.

      연령별로도 마찬가지다. 현재 영국, 프랑스, 벨기에, 일본, 칠레 등이 연령별로 최저임금 기준을 낮춰서 별도 적용한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최저임금 미만율은 19세 이하 53%, 20~24세 25.0%, 25~29세 6.9%, 30~39세 5.1%, 40~49세 7.4%, 50~54세 11.2%, 55~59세 15.2%, 60세 이상 41.9%다. 중소기업연구원이 지난해 9~10월 중소기업(소상공인 포함)과 고령 인력을 대상으로 심층 설문조사를 해보니, 나이가 많고 보유 기술이 없는 근로자들은 최저임금보다 다소 낮게 급여를 받아도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더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