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확장성(scalability) - 브랜드·마케팅 등 큰 비용 없이 전세계로 확장… 코카콜라·스타벅스·우버·에어비앤비

입력 2018.07.14 03:00

[Cover story] '자본 없는 자본주의' 4가지 특징

이미지 크게보기
/블룸버그
세계 최대 음료 기업 코카콜라(Coca Cola)는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자랑한다. 탄산음료를 즐겨 마시지 않는 사람도 '코카콜라' 하면 붉은색 로고와 고유의 병 디자인, 음료의 톡 쏘는 단맛을 떠올린다. 코카콜라의 핵심 자산은 130년 이상 구축한 브랜드, 코카콜라 특유의 맛을 내는 음료 조리법, 마케팅 역량 등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無形)자산이다. 공장, 기계 등 유형자산을 필요로 하는 음료 생산은 외부 기업에 위탁한다. 코카콜라 음료를 병에 담아 유통시키는 일은 코카콜라와 계약을 맺은 전 세계 250여 개 음료 회사들이 담당한다.

코카콜라는 일관성 있는 브랜드 덕분에 현지 음료 회사에 생산을 맡길 수 있다. 코카콜라 브랜드는 세계 어디서나 통용되는 데다가, 정해진 제품 생산과 유통 매뉴얼을 따르면 협력사를 통해 어느 공장에서나 똑같은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처럼 브랜드나 아이디어 같은 무형자산은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널리 확산된다는 특성을 지닌다. 조너선 해스컬 임페리얼대 교수는 이를 '확장성(scalability)'이라고 정의했다.

스타벅스는 점주가 운영 매뉴얼만 있으면 중국 1200개 매장에서 동시에 적용이 가능하다. 승객과 차량을 이어주는 우버나 투숙객과 빈방을 연결해주는 에어비앤비의 기본 사업 모델도 수많은 도시에 적용할 수 있다. 해스컬 교수는 "무형자산은 기계나 부품처럼 시간이 지나면서 가치가 떨어지거나 소진되지 않기 때문에 끊임없이 적용해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고 했다.

/GE헬스케어

(2)매몰성(sunkenness) - 한 번 투자하면 결정 번복해도 비용 회수 어렵다‥ GE·지멘스

한때 미국을 상징하는 최고 제조 기업이었던 제너럴일렉트릭(GE)이 지난달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 종목에서 111년 만에 퇴출당하며 충격을 안겼다. 경영 실적 부진과 시가총액 감소 때문이었다. 최근 1년 GE의 주가는 50% 넘게 폭락했다. GE의 '추락' 배경 중 하나로 제프리 이멜트 전 CEO의 투자 실패가 꼽힌다. 이멜트는 2001~2017년 재임 기간 동안 엔진·에너지·헬스케어 사업 분야에 문어발식으로 투자했다. GE를 세계 10대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만들겠다며 디지털 사업부에도 수십억달러 투자를 했다. 그러나 결과는 신통치 않았고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그 돈으로 주식 투자를 했으면 더 많은 돈을 벌었을 것'이라는 비아냥이 나올 정도였다. GE는 최근 헬스케어 사업부 분사(分社)를 결정하며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지만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독일의 지멘스도 한 때 디지털 투자를 하겠다고 나섰으나 실패해 큰 손실을 본 적이 있다.

조너선 해스컬 교수는 기업 경영자가 R&D나 사업부 신설 같은 무형 투자로 많은 돈을 날리는 것은 무형자산의 '매몰성'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매몰성이란 투자를 한 뒤에는 결정을 번복하더라도 투자금 회수가 어려운 것을 가리킨다. 땅, 점포, 기계 같은 유형자산은 되파는 것이 가능하지만 인적 자원, 브랜드 같은 무형자산은 시장 가격을 매기기 어려울뿐더러 제값에 팔기가 불가능하다.

해스컬 교수는 "회수할 수 없는 매몰 비용에 집착해 사업을 접지 못하고 밀고 나가는 기업들이 증가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미지 크게보기
/블룸버그

(3)모방성(spillovers) - 경쟁사들 모방 쉬워 시장이 쉽게 커진다… 애플·맥킨지

애플은 2007년 1월 9일 세계 최초 스마트폰 '아이폰'을 출시했다. 아이폰은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다. 스마트폰 기기 생산 자체뿐 아니라 컴퓨터에 머물던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 개발자들을 스마트폰 세계로 이끈 것이다.

아이폰은 그 자체로도 성공을 거뒀지만 삼성전자나 HTC 등 경쟁 업체를 비롯해 전체 스마트폰 제조업계에 이익을 줬다. 아이폰 디자인과 유사한 경쟁사 스마트폰들이 쏟아져 나오고, 애플이 이듬해 출시한 스마트폰 앱(App) 시장 '앱스토어'는 스마트폰 생태계가 더욱 발전하는 밑바탕을 깔았다. 애플이 만들어낸 소프트웨어나 디자인, 공급망 같은 '무형자산'을 손쉽게 경쟁사들이 참조해 이익을 냈기 때문이다. 컨설팅 회사 맥킨지는 다른 컨설팅 회사들이 창립될 때 모델이 됐다.

무형자산에 대한 투자는 그 편익이 해당 기업을 넘어 주변으로 '스필오버(spill over)'되기 쉬운 특성이 있다. 조너선 해스컬 교수는 "무형자산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 특허권, 상표권 등이 만들어졌지만, 유형자산에 비해 스필오버를 막는 것이 훨씬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기업들은 무형자산 투자에 주저할 수 있다. 해스컬 교수는 "대표적 해결책은 정부가 연구 활동에 지원금을 주는 것"이라고 했다. 미국에선 정부가 국내 R&D의 30%를 지원하고 있다. '스필오버 관리 능력'도 향후 기업의 중요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 무형자산을 다른 기업이 빼내가지 못하도록 차단하거나 다른 회사의 무형자산을 이용하는 능력 또한 중요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디즈니

(4)시너지(synergies) - 무형자산과 무형자산 만나면 시너지가 폭발적… 디즈니+영화·애플+폭스콘

'라이온 킹' '미녀와 야수' 등 만화영화로 1990년대 전성기를 누린 디즈니는 2000년대 들어 부진에 빠졌다. 만화영화 제작 능력은 뛰어났지만 대중을 사로잡을 만한 새로운 콘텐츠가 없어 고전을 면치 못했다. 위기를 맞이한 디즈니는 인수·합병(M&A)으로 재기를 노렸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2006년 픽사, 2009년 마블엔터테인먼트, 2012년 '스타워즈'를 만든 루카스필름을 사들이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특히 마블 인수 뒤 선보인 '어벤져스' '캡틴 아메리카' '토르' 등 19여개 영화 대부분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인기 프랜차이즈로 자리매김했다. 디즈니의 조직력과 자본, 콘텐츠 제작 노하우 등이 마블의 콘텐츠와 결합해 이뤄낸 시너지다.

아이디어, 콘텐츠, 제조 노하우, 기업 문화 등의 무형자산이 결합해 새로운 시장이나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시너지라고 한다. 디즈니처럼 무형자산(콘텐츠)과 무형자산(만화영화 제작 노하우) 간 시너지도 있지만, 유형자산(스마트폰)과 무형자산(배달 앱)이 만나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기도 한다. 아이폰은 애플의 대표 무형자산인 디자인·소프트웨어와 폭스콘의 위탁생산 기술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시너지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한 번 생기면 그 효과가 폭발적이기 때문에 기업이 다양한 무형자산에 투자하면 할수록 더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혁신을 연구하는 에릭 브리뇰프슨 MIT 교수는 "(무형자산인) 첨단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가장 많은 이익을 얻은 기업들은 (무형자산인) 조직 개편에도 투자한 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놓치면 안되는 기사

팝업 닫기

WEEKLY BIZ 추천기사

Cover story

더보기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