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에어비앤비·우버·알리바바… 그들에겐 집·車·제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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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7.14 03:00

      [Cover story] '자본 없는 자본주의' 4가지 특징

      '자본 없는 자본주의' 개념 창시한 英 해스컬·웨스트레이크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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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티언 웨스트레이크(왼쪽) 네스타 정책연구팀장과 조너선 해스컬 임페리얼대 교수는 혁신과 생산성을 전문으로 연구한다. 두 사람은 무형자산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내용의 저서 ‘자본 없는 자본주의’를 공동 집필했다. /이재은 기자
      전 세계 200국에서 숙박을 제공하는 에어비앤비는 소유 부동산이 없다. 개인이 내놓은 빈방을 여행객과 이어주는 중개자이기 때문에 호텔 건물이 필요없다. 택시 업계의 지형을 뒤흔든 우버는 차량을 소유하지 않는다. 대신 승객과 차량을 연결해준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중국 알리바바는 많게는 하루 20조원 상당의 제품을 판매하지만 재고가 없다. 이처럼 21세기 경제의 주축으로 떠오른 첨단 기업들은 전통적인 자본인 공장이나 건물·설비 등 보유 자산이 적다. 대신 아이디어, 기술, 소프트웨어, 디자인, 데이터, 지식재산권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無形)자산'으로 무장,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냈다. 최근 런던에서 만난 조너선 해스컬(Haskel) 임페리얼대 교수는 무형자산이 주축이 되는 경제를 '자본 없는 자본주의'라고 이름 붙였다.

      자본 없는 자본주의는 첨단 기업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동네 헬스장이나 수퍼마켓처럼 전통적으로 유형자산이 많은 분야에서도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30년 전 헬스장은 겉보기에 지금 헬스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트레드밀, 헬스 자전거, 웨이트 기구, 탈의실 등 유형자산을 갖춘 공간이라는 점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 그러나 오늘날 헬스장은 과거보다 무형자산이 풍부하다. 체계적인 운동 수업을 운영하고 회원의 신체 조건, 운동량, 운동 습관 등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운동 서비스와 식단을 제공한다. 신나는 음악에 맞춰 바벨 근력 운동을 하는 보디펌프(Bodypump), 50분에 1000㎈를 소모하는 고강도 운동으로 유명한 베리즈 부트캠프(Barry's Bootcamp) 등이 대표적이다. 운동기구만 구비한 헬스장은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디자인·소프트웨어·R&D·기업 문화가 자산

      해스컬 교수는 영국의 혁신 연구소 네스타(NESTA)의 스티언 웨스트레이크(Westlake) 정책연구팀장과 국가 차원에서 혁신을 측정하는 방법을 연구하다가 경제에서 무형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1990년대를 기점으로 유형자산을 추월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해스컬 교수는 "영국만 해도 '가장 혁신적인 기업'은 제조업이 아니라 해리포터, 제임스 본드, 자동차경주대회 포뮬러원이었다"고 했다. 웨스트레이크 팀장은 "이런 기업이 주를 이룬 경제는 제조업과 인프라가 중심이었던 경제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그에 맞는 전략과 정책이 필요하다"면서 "(자본 없는 자본주의는) 오늘날 사회문제로 떠오른 불평등, 소수 기업 독점, 포퓰리즘 등의 현상에도 일조했다"고 설명했다. 해스컬 교수와 웨스트레이크 팀장을 런던에서 만나 자본 없는 자본주의의 의미와 정부·기업의 나아갈 방향을 물어봤다.

      ―자본 없는 자본주의란 무엇인가.

      해스컬 "경제 성장의 기반이 되는 투자(investment)의 성격이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건물, 기계, 자동차 등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유형(tangible)자산에 대한 투자가 주를 이뤘다. 오늘날에는 디자인, 소프트웨어, 연구개발(R&D), 기업 문화 등 무형(intangible)자산에 대한 투자가 활발하다. 미국과 영국 등 대다수 선진국에서는 이미 1990년대 중·후반부터 무형 투자가 전체 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어섰다. 투자의 성격이 바뀌면서 경제의 체질이 변하고 있다."

      ―경제의 체질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가.

      해스컬 "무형경제(intangible economy)는 크게 4가지 특징을 보인다. 확장성(scalability), 매몰성(sunkenness), 스필오버(spillovers), 시너지(synergies), 이른바 '4S'다. 기업 문화 같은 무형자산은 소진되지 않아 한번 구축하면 적은 비용으로 계속 사용할 수 있다(확장성). 그러나 건물처럼 가격을 매기기 어려워 사업이 망하더라도 투자 자금을 회수하기 어렵다(매몰성). 무형자산은 비교적 모방이 쉬워 많은 기업이 동시에 혜택을 누릴 수 있다(스필오버). 좋은 아이디어들이 만나 혁신을 촉진한다(시너지)."

      웨스트레이크 "무형자산은 혁신의 원동력이기도 하지만, 무형자산이 중심이 되는 경제에서는 기업 간 격차도 커지고 있다. 구글, 페이스북같이 역량이 뛰어난 기업은 시너지와 스필오버에 힘입어 더 빨리 성장한다. 그렇지 못한 기업들은 뒤처지는 양상이다. 개인 간 격차도 벌어지는 중이다. 자본 없는 자본주의에 필요한 능력을 보유한 개인과 그렇지 못한 개인 간 연봉과 대우도 달라진다. 이런 불평등 문제는 정치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지식 경제(knowledge economy)와는 어떻게 다른가.

      웨스트레이크 "지식은 무형자산에 포함된다. 애플과 삼성의 디자인이나 R&D 역량도 지식 기반의 무형자산이다. 이와 별개로 '관계'에 초점을 둔 무형자산도 있다. 일례로 브랜드는 소비자와의 약속이자 대화다. 기업이 조직 문화에 투자하는 것도 관계에 대한 투자다. 지식 경제에 관계를 더한 것이 무형 경제, 즉 자본 없는 자본주의다."

      정부가 R&D 지원하고 도시 육성해야

      ―자본 없는 자본주의가 혁신의 원천인 동시에 불평등에도 일조했다고 지적했는데.

      해스컬 "자본 없는 자본주의의 특징 가운데 시너지는 불평등 확산에 기여하고 스필오버(파급 효과)는 불평등을 줄이는 데 일조한다. 구글 같은 기업은 시너지를 토대로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지만, 자본이나 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그만큼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 스필오버는 반대다. 일례로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한 뒤 18개월 내 삼성, HTC 등 경쟁사들도 연달아 스마트폰을 선보였다. 애플이 만든 스마트폰의 디자인이나 소프트웨어 등의 무형자산을 경쟁사들이 참고해 이익을 냈다.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졌고 부품사 등 관련 기업도 탄생했다. 스필오버는 투자로 인한 혜택을 다수가 누릴 수 있도록 한다. 정부는 스필오버를 강화하는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정부가 어떻게 무형자산의 파급 효과를 높일 수 있을까.

      웨스트레이크 "정부가 기업의 R&D를 지원하는 정책이 대표적이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정부가 연구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정부 지원이 있어야 중소기업도 R&D의 혜택을 누리고,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R&D 관련 정부의 역할은 커질 전망이다. 이스라엘이나 핀란드의 경우 최근 몇 년 사이 과학 연구 지원을 강화했다.

      도시 육성 정책도 필요하다.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은 무형자산을 꽃피우는 데 최적의 환경이다. 인프라와 문화시설을 갖춘 도시에 인재와 자본이 모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스필오버와 시너지가 발생한다. 혁신 기지로서 대도시의 가치는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다. 자연스럽게 대도시와 소도시 간 격차도 커진다. 정부는 중소 도시 육성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과거 제조업에 의존해온 중소 도시들이 최근 들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인재와 자본이 모여들 수 있도록 육성해야 한다."

      ―유형자산이 많은 기업은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웨스트레이크 "물류나 수자원 기업 등 유형자산이 많은 기업은 무형자산을 적극 도입하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독일 DHL은 자동화 기술 등을 도입해 물류 네트워크를 발전시킨 좋은 사례다. 인공지능이나 사물인터넷, 데이터 등 첨단 기술을 잘 활용하는 기업이 살아남을 것이다. 독일 같은 제조 선진국이 앞서나가는 비결이다. 독일은 임금이 높은데도 중소 제조 기업이 많다. 이들은 제조 과정과 기술에 투자를 많이 하고 고객과의 신뢰와 관계를 끈끈하게 쌓는다. 이런 장점 때문에 고객도 싼 부품사로 바꿀 이유가 없다. 제조업 같은 전통 산업에서도 무형자산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다."

      폭넓은 인맥의 '관계 전문가' 필요

      ―개인은 어떤 능력이 필요할까.

      해스컬 "무형자산은 더 많은 전문성을 요구한다. 숙달된 코딩 전문가나 마케팅 전문가, 소프트웨어 전문가 등이 필요하다. 그러나 시너지와 스필오버가 중요한 만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함께 일할 수 있도록 이끄는 '관계 전문가'에 대한 수요도 늘어날 전망이다. 창의적이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빨리 흡수하고 폭넓은 인맥을 보유한 개인이 앞서나갈 것이다. 그리고 이런 개인이 모여 있는 도시에 거주할수록 유리하다. 무형자산의 부상과 함께 지식재산권을 둘러싼 분쟁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디즈니는 경쟁사가 미키 마우스를 베끼려고 하면 법조인을 동원해 지식재산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변호사와 로비스트에 대한 수요가 그 어느 때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