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네트워크·빅데이터가 굴뚝을 삼킨다… '자본 없는 자본주의' 소용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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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7.14 03:00

      [Cover story]

      자산가치 2500억달러 MS 설비는 30억달러
      GM 유형자산은 MS의 20배이지만 기업 가치는 3분의 1

      '닷컴버블'이 한창이던 2000년대 초반 경제학자들은 신경제(New Economy)라 부르는 IT(정보기술) 혁명에서 투자와 자산 개념을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지를 놓고 고민했다. 당시 기업 가치를 나타내는 시가총액 1위 기업은 마이크로소프트였다. 그런데 마이크로소프트는 눈에 보이는,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이른바 '유형(tangible)자산'이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2006년 기준 마이크로소프트의 기업 가치(시가총액)는 2500억달러. 이 중 전통적으로 기업 가치를 대변하는 유형자산인 공장이나 설비 규모는 30억달러에 불과했다. 나머지 600억달러는 현금과 금융상품으로 이뤄져 있었다. 그런데 시장에서 기업 가치를 2500억달러로 인정받은 것이다.

      학자와 전문가들은 마이크로소프트 기업 가치 안에는 손으로 만질 수 없는 '무형(intangible)자산'이 대거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찾아냈다. 대차대조표에는 잡히지 않는 연구개발(R&D)과 제품 디자인의 투자에서 얻어진 아이디어와 브랜드 가치, 내부 조직 문화와 교육 훈련으로 무장한 인적 자본 등이 그 내용이었다. 세계 자동차업계에서 1위를 달렸던 GM의 경우 공장과 설비 등 유형자산 규모는 마이크로소프트의 20배가량에 달했지만 기업 가치는 3분의 1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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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김현국 기자
      산업혁명 이후 형성된 자본주의 대변신

      지난 수백년간 자본은 건물이나 공장, 시설 등 형체가 있는 유형자산을 뜻했다. 17~18세기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자산이 토지와 농경지였다면, 산업혁명 이후로는 공장과 기계가 주력 자산이었다. 20세기 들어서는 금융의 영향력이 커졌다. 모두 자산 가치 측정이 수월하고 회계 장부를 통해 가치를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세계경제를 움직이는 중심은 무형자산이다. 구글·애플·아마존·넷플릭스 등 무형자산을 축적하는 기업이 경제를 이끌어가고 있다.

      조너선 해스컬(Haskel) 영국 임페리얼대 경제학 교수는 이런 현상을 '자본 없는 자본주의(capitalism without capital)'로 정의했다. 전통 기업처럼 거대한 공장과 창고를 갖고 있지 않지만 지적 자산을 경쟁력으로 활용해 기업 가치를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디자인과 소프트웨어, R&D, 기업문화, 브랜드 등이다. 2005년 P&G가 회계상 장부가치가 28억달러에 불과한 질레트를 570억달러를 주고 인수한 것도 이런 무형자산에 대한 가치를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애플은 전 세계를 아우르는 체계적 부품 공급망과 디자인 역량, 고객의 브랜드 충성도 등이 핵심 자산이며, 아마존은 물류센터에서 배송을 매끄럽게 연결해주는 시스템, 개인 맞춤형 제품 추천 알고리즘 등이 경쟁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 결과 특정 기업 가치를 측정하는 방식도 과거 유형자산 위주에서 지금은 무형자산 위주로 바뀌어 가고 있다. 해스컬 교수는 경제에서 무형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1990년대를 기점으로 유형자산을 추월했고 투자 역시 무형자산에 집중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팽창 쉽지만 빈부 격차 심화 문제도

      무형자산이 지배하는 '무형경제(Intangible Economy)'에선 4가지 특징이 나타난다. 적은 비용으로 계속 사용할 수 있고(확장성), 가격을 매기기 어려워 투자 자금을 회수하기 힘들며(매몰성), 모방이 쉬워 혜택을 쉽게 누리면서(스필오버), 좋은 아이디어들이 결합하는 과정에서 혁신을 촉진한다(시너지)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도 있다. 무형경제에선 관련 투자에서 앞서간 기업 간 격차가 갈수록 심화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불평등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무형자산 가치를 회계장부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 기준이 모호해 과세 과정에서 논란이 불거진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

      해스컬 교수는 앞으로 무형경제 시대에 후발 국가들이 선발 주자들을 따라잡기 위해선 유리한 세율을 통해 무형자본 기업을 끌어들이는 등 전략이 필요하다고 충고한다. 해스컬 교수와 '자본 없는 자본주의' 개념을 공동 연구한 스티언 웨스트레이크(Westlake) 네스타(NESTA) 정책연구팀장을 만나 자본 없는 자본주의의 의미와 향후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