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설득하고 싶은가? 상대의 마음부터 흔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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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6.30 03:00

      [Cover Story] 로버트 치알디니 美 애리조나주립대 교수

      어떻게 하면 상대방을 기분 좋게 설득할 수 있을까. 거래처에 제품을 팔아야 하는 말단 영업사원부터 기업 간 인수·합병을 진행하는 고위 임원에 이르기까지 너나없이 고민하는 주제다. 이 주제에 대해 심리학적 전략을 제시하며 '설득의 대가'란 별명을 얻은 인물이 있다. 국내에서도 베스트셀러에 오른 '설득의 심리학(Influence)'을 집필한 로버트 치알디니(Cialdini·73)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교수다. 그를 심리학과 건물 한 회의실에서 만났다.

      치알디니 교수가 건넨 명함은 특이했다. 일반 종이가 아닌 게임용 카드처럼 빳빳하게 코팅된 재질이었고, 이 명함 양면에는 그가 제안한 설득의 여섯 가지 원칙, '상호성·일관성·사회적 증거·호감·권위·희귀성'이 붉은 글씨로 인쇄돼 있었다. 지갑 속에 넣고 다니다가 어느 때나 꺼내 보면서 설득의 법칙들을 되새길 수 있고, 치알디니 교수를 잊지 않게 만드는 용도라고 그는 설명했다.

      명함부터 특수한 73세 노교수

      행동심리학 분야 베스트셀러인 '설득의 심리학'이 출판된 해는 1984년. 치알디니 교수는 단독 저자로는 30여년 만에 신간 '설득 전 심리학(Pre-suasion)'을 최근 펴냈다. 단독 집필의 공백기가 긴 이유에 대해 그는 "'설득의 심리학'이 큰 유명세를 얻은 만큼 어설픈 아이디어로 책을 쓰는 게 마치 나무 주위에 잡초를 심는 일처럼 느껴졌다"며 "전작만큼 영향력 있는 책을 집필하기 위해 내 안에 나무로 자랄 만한 씨앗(아이디어)이 생기길 기다렸다"고 말했다.

      ―'설득 전 심리학(pre-suasion)'이란 어떤 개념인가.

      "'본격적인 설득을 시작하기 전에 상대방의 마음가짐을 설득당하기 쉽게 만드는 일'을 뜻한다. 실제로 전하려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듣기도 전에 상대방이 내 요구에 기꺼이 응하려는 태도로 바뀐다는 건데, 마치 마법처럼 들리는 얘기지만 마법이 아니다. 과학이다. 한 연구를 예로 들어보자. 한 조사원이 길거리에서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참여에 대한 대가는 아무것도 제공하지 않았다. 첫 번째 실험에서는 요청을 받은 사람의 29%만 응했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행인에게 말을 거는 문장을 바꿨다. 설문을 요청하기 전에 먼저 '본인이 다른 이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75%가 설문에 참여했다. 아직 나오지 않은 메시지('설문 조사를 도와주세요')와 동일 선상에 있는 질문('본인은 남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입니까')을 먼저 함으로써 행인이 남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했기 때문이다."

      사이트 디자인 따라 구매 욕구 달라져

      ―구체적인 사례를 든다면.

      "한 가구 업체의 온라인 사이트를 활용한 실험이 있다. 이 회사 사이트에 접속한 고객의 절반은 푹신푹신한 구름 사진, 다른 절반은 동전들 사진이 홈페이지 배경 화면으로 깔렸다. 사이트에서 접한 배경 이미지와 구매 결과를 대조해 보니 구름 이미지에 노출된 고객은 편안한 가구를 찾는 경향이 강했고 동전 그림을 본 경우에는 저렴한 상품을 찾는 경우가 많았다. 경영자가 어떤 구상을 갖고 그 구상의 연장선상에 있는 이미지를 통해 고객들의 행동을 유도한 것이다. 이게 바로 설득 전 심리학의 힘이다.

      프랑스에서 진행된 한 실험에서 아주 매력적인 남성 조사자가 쇼핑몰에 가서 혼자 온 여성에게 '아주 예쁜데 연락처 좀 알려줄 수 있느냐'고 접근하게 했다. 성공률은 12%에 불과했다. 예외적으로 높은 성공률을 기록한 장소는 꽃집 앞이었다. 생각해보자. 꽃은 흔히 낭만, 연애와 결부된다. 그래서 꽃 가게 앞에서는 여성 피험자가 낯선 사람에 대한 위험보다 낭만적 이미지에 더 쏠리게 되고, 전화번호를 알려줄 확률이 두 배로 높았다. 다시 말해 나의 핵심 메시지와 어울리도록 상황을 구성하거나 상대방의 머릿속에 알맞은 이미지를 떠올리게 해야 한다는 얘기다.

      기업 경영에서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월말보다 월초에 새로운 시도에 더 적극적이다. 달이 바뀐다는 사실 때문에 변화에 대해 더 수용적일 가능성이 크다. 새로운 프로젝트는 주말이 가까워진 목요일, 금요일보다 주초인 월요일에 제시하고 추진하는 편이 성취율이 더 높다."

      상대와 나의 '공통점'을 강조하라

      ―이전엔 없던 일곱째 법칙인 '유대감(unity)'이 추가됐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내가 설득해야 할 사람이나 나를 설득하려는 사람이 내가 속한 집단에 함께 소속돼 있다는 인식이 바로 유대감이다. 나와 상대가 '우리(we)'라는 개념으로 묶였을 때 내 추천이나 요청을 상대방이 더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건 개인적으로도 경험했다. 한 번은 바로 다음 날까지 제출해야 할 프로젝트 제안서를 작성하다가 꼭 필요한 자료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학교 동료 교수 중 한 명이 이전에 한 연구 때문에 관련 자료를 갖고 있다는 사실도 알았다. 그 동료 교수에게 이메일을 먼저 보낸 다음 구체적으로 설명하려고 전화를 걸었다. 그는 오늘 안에 자료를 찾아주기엔 본인도 너무 바쁠뿐더러 시간 관리를 못 한 책임은 나에게 있다면서 단박에 거절했다. 나는 '우리는 지난 12년 동안 애리조나주립대 심리학과에서 함께 일했습니다'라고 운을 뗐다. 결과는? 필요한 자료를 그날 안에 받을 수 있었다.

      직장에서 새로운 기획에 대한 다른 직원이나 상사의 조언을 구한다면 우선 상대와 내가 한 기업에서 일하는 '동료'라는 점을 주지시켜야 한다. 단순히 아이디어에 대한 평가를 구한다면 비판과 평가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크지만, 나를 동료로 인식한 다음에는 개선책을 함께 고민해 줄 것이다."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 디지털의 시대다. 이런 사회적 변화가 설득의 원칙에도 영향을 미치진 않았나.

      "내가 제시한 여섯 가지 원칙의 효과나 유용성은 변치 않았다. 하지만 사회적 증거(social proof) 원칙의 영향력이 두드러지게 강해졌다. 단순히 제품 후기 글에서부터 채팅 그룹, 이익 단체에 이르기까지 우리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주변인의 의견과 의견을 전달하는 통로가 무수해졌다. 전 세계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특정한 아이디어나 상품, 서비스에 대한 의견과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일반인의 의견에는 권위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물론 있지만, 나는 주변인과 또래 집단이야말로 새로운 권위라고 생각한다. 내 주변 사람들이야말로 내가 시도해볼 만한 일을 하고, 내가 구입해볼 만한 것들을 사기 때문이다."

      이 설득의 대가에게 "설득에 실패한 적은 없느냐"고 마지막으로 물었다. 그는 "자주 실패한다"며 "심지어 영업사원이 나에게 설득의 법칙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도 곧잘 넘어가곤 한다"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