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구글글라스가 가져올 디스토피아

    • 캐시 오닐 수학자·‘대량살상 수학무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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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6.30 03:00

      [WEEKLY BIZ Column]

      캐시 오닐 수학자·‘대량살상 수학무기’ 저자
      캐시 오닐 수학자·‘대량살상 수학무기’ 저자
      구글글라스가 가져올 미래는 끔찍하기만 하다. 구글은 일반 소비자들이 구글 글라스를 잘 사려고 하지 않자, 구글글라스가 쓰일 만한 업계를 대상으로 제품 홍보를 시작했다. 한 예로 의료 분야가 있다. 구글글라스는 의사와 간호사들이 환자를 치료할 때 환자의 세부 사항을 놓치지 않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 얼굴 인식 기술까지 쓰지 않아도 구글글라스가 환자가 착용한 손목 밴드가 내보내는 식별 신호를 감지해 정보를 주게 될 것이다. 물론 사생활 보호 문제가 따른다. 구글글라스는 환자의 결혼 여부나 HIV 감염 여부 같은 정보를 제외하고 약 복용 정보,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지 등 꼭 알아야 하는 정보들만 제공해야 할 것이다. 의료 실수를 줄이고 응급 상황에서 치료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게 도와 불필요한 죽음을 줄여줄 수 있다는 점은 구글글라스의 장점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구글글라스가 반드시 인간에게 도움이 된다고 볼 순 없다. 의료진이 아닌 비행기 승무원의 경우는 어떨까. 승객 개개인에 대한 정보를 속속들이 아는 일은 중요할 수 있다. 비행기를 자주 타는 승객들의 경우, 자신의 생일을 알아채고 축하해주거나 말하지 않아도 가장 좋아하는 음료를 제공해주기를 원할 것이기 때문이다.

      승무원이 구글글라스를 사용한다면 승객의 얼굴을 인식해 신원을 식별하는 것은 매우 쉬울 것이다. 승객의 모든 정보를 즉시 알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비행기에서 모든 사람은 그동안 탄 좌석 등급에 따라 순위가 매겨지고 그에 따른 대우를 받게 될 것이다.

      승객들은 더 많은 돈을 지불해 자신들의 지위를 올리려 할 것이다. 구글글라스를 이용해 곳곳에서 서비스를 계층화해 승객들이 열등감을 느끼게끔 할 것이기 때문이다. 가장 좋아하는 칵테일과 크래커 한 봉지를 좀 더 일찍 추가로 제공해주는 서비스는 구두쇠 손님이라도 돈을 더 내게끔 만들기에 충분하다. 이뿐만 아니라 탑승구에서 항공사 직원들이 구글글라스를 이용해 아직 탑승하지 않은 승객 중 가장 등급이 높은 사람을 식별해내는 일도 가능하다.

      2014년 여름 나는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구글글라스를 처음 접했다. 작은 카메라가 부착된 구글글라스를 직접 착용한 채 선보이고 있는 한 남자를 보고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러다이트(신기술 반대자)의 심정을 본능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구글글라스라는 '디지털 침입'에 모든 인간이 순순히 복종해야 한다는 그 의기양양한 태도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