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文대통령의 평화 추진이 경제에 나쁜 소식인 이유

    • 윌리엄 페섹 경제 칼럼니스트
    • 0

    입력 2018.06.30 03:00

      [WEEKLY BIZ Column]

      윌리엄 페섹 경제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 경제 칼럼니스트
      글로벌 투자자들이 북한 경제를 갑자기 이해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중국과 일본, 미국이 평양에 수십억달러를 쏟아부을 수도 있다는 보도들이 터져 나오고 있지만 정작 걱정해야 할 건 'J노믹스(문재인 정부 경제정책)'가 어디로 가고 있느냐다.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5월 아시아 4위인 한국 경제를 개혁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임기를 시작했다. 당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고 구속된 직후의 혼란스러운 시점이었다. 유권자들은 문 대통령에게 기대를 걸었다. 대기업 위주 시스템을 견제하고 10% 실업률을 해결하며 기록적인 가계 부채를 줄이고 혁신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문 대통령의 안보 도박

      그러나 문 대통령은 '경제적 과제'를 뒤로 하고 '남북 평화'를 국정 중심축에 뒀다. 물론 북한 비핵화에 진전이 생긴다면 전 세계는 문 대통령에게 큰 빚을 진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제사회를 향해 내딛는 행보도 환영받을 것이다.

      그러나 두 가지 이유에서 문 대통령은 큰 도박을 하고 있다. 첫째, 북한 김씨 왕조가 그리 믿을 만하지 않다는 점이다. 둘째, 문 대통령의 '햇볕 정책 2.0'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맡고 있는 역할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보다 더욱 제어가 안 되는 카드다. 변덕스럽고 전략적이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의 개입으로 문 대통령이 성공할 가능성이 크게 낮아지고 있다. 김정은이 성실히 협상에 임한다 해도 트럼프의 성에 찰 만큼 신속하게 행동할 가능성은 낮다. 김정은은 수십 년을 염두에 두고 있는데 트럼프는 다음번 트윗에만 신경을 쓴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작한 중국과 '무역 전쟁' 역시 제어할 수 없는 변수다. 가시 돋친 말을 주고받는 트럼프와 시진핑 중국 주석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 협력하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J노믹스'가 가장 먼저 희생

      이러는 동안 가장 먼저 희생되는 건 'J노믹스'일 것이다. 유권자들은 박 전 대통령이 하지 못한 일을 하라고 문 대통령을 선출했다. 박 전 대통령은 1960년대와 1970년대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세운 경제 모델을 혁신하겠다고 다짐하며 청와대에 입성했다. 개발경제시대 이후 한국 경제는 경제력을 축적한 가족 소유 소수 거대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었다. 이런 지나친 경제력 집중이 도화선이 되어 1997년 외환 위기 사태 때 한국 경제 전체가 무너졌다.

      그 이후 모든 정부는 '민주적인 경제성장'을 약속했다. 스타트업에 자금을 불어넣고 중소기업을 지원했다. 20대를 위한 더 나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동시에 경쟁력을 높이고 임금 인상을 유도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전 대통령은 그러나 공약과 달리 재벌을 애지중지했고 나아가 한편이 됐다. 결국 뇌물 수수와 직권 남용 혐의로 수감됐다.

      문 대통령은 '낙수 효과'를 강조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와 달리 저소득층 소득 증대가 총수요 진작과 경기 활성화로 이어지게 하겠다고 장담했다. 작년 12월 약속한 대로 대기업 법인세율을 22%에서 25%로 인상했다. 그러나 그 후 경제 활성화는 북한 문제에 밀려 보류된 처지다. 지정학적 역사를 만들어내는 게 가치 있는 일이간 하지만 트럼프 같은 예측 불가능한 요소들을 고려하면 이루기 어렵기도 한 상황이다.

      북한과 경제, 투 트랙 국정 운영해야

      이제 문 대통령은 국정을 '투 트랙'으로 운영해야 한다. 북한과 긴장 완화뿐 아니라 경제 활성화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경제를 끌어올리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한다. 작년 4분기 한국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0.2%(전기 대비)를 기록한 건 요즘 경제성장 흐름이 얼마나 쉽게 무너지는지를 보여준다. 올해 3% 성장에 대한 희망도 트럼프라는 벽에 맞닥뜨렸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2000억달러 관세를 중국 제품에 물리겠다며 위협했다. 이는 한국에 명백한 악재다.

      한국은 지금 복잡한 시기다. 중진국 함정에 갇혀 중산층이 위기를 겪고 있고, 인건비가 낮은 중국이라는 거대한 이웃은 한국을 상대적으로 고비용 나라로 만들고 있다. 한국이 높은 임금과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혁신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것뿐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북한을 바라보는 데만 골몰하고 있다.

      좋은 소식은 문 대통령이 경제 활성화 모멘텀을 회복할 시간이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이다. 1970년대 수준에 버금가는 지지율을 바탕으로 세금과 규제, 인센티브 구조 등을 대폭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 나쁜 소식은 문 대통령이 북한 문제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이로 인해 상당한 경제적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란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