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우버 내쫓고 동남아를 거머쥔 36세 말레이시아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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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6.30 03:00

      우버 쫓아낸 동남아 최대 차량 호출 서비스 '그랩' CEO 앤서니 탄
      "싱가포르는 싱가포르에 맞게, 베트남은 베트남에 맞게"

      '그랩' CEO 앤서니 탄

      앤서니 탄(Tan·36). 인구 6억4000만명에 달하는 동남아시아에서 최근 가장 주목받는 기업인이다. 2012년 그가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동기 탄후이링(Ling·34)과 함께 말레이시아에서 창업한 차량 호출 서비스 업체 그랩(Grab)은 6년 만인 올해 시장 규모만 61억달러(약 6조8000억원)에 이르는 동남아 차량 호출 서비스 업계에서 절대 강자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랩은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등 진출한 8개국 시장 모두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랩 앱을 통해 호출을 받는 택시 기사와 주문을 받는 음식점주는 660만명, 그랩 앱을 내려받은 사용자가 1억명, 하루 운행 건수는 250만건에 달한다. 일본 소프트뱅크와 도요타, 중국 최대 차량 호출 업체 디디추싱,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 등이 그랩에 모두 50억달러(약 5조5700억원)에 이르는 투자금을 쏟아부었다. 지난 3월엔 세계 차량 호출 서비스 업체 원조 격인 우버(Uber)의 동남아 사업을 인수한다고 발표하면서 세상을 놀라게 했다.

      지난달 28일 싱가포르 그랩 본사에서 만난 탄 CEO는 "그랩에는 동남아시아 각국 현지인들이 원하는 바를 아주 잘 이해하는 두뇌들이 있다"면서 "여기에 '섬김의 리더십(servant leadership)', 우리가 어떻게 하면 고객들에게 봉사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문화가 결합해 경쟁사들을 압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차량 호출 플러스(ride-hailing ++)', 즉 차량 호출을 넘어서 전기 자동차, 자율주행차, 오토바이, 트라이시클(삼륜차), 자가용, 택시를 지하철, 버스와 통합하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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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박상훈
      지난달 28일 싱가포르 본사에서 만난 동남아 최대 차량 호출 서비스 업체 그랩(Grab)의 앤서니 탄(Tan) 최고경영자(CEO)는 후드티에 면바지, 운동화 차림이었다. 미팅룸 안에서도 활력이 넘쳤고 끊임없이 걸어 다녔다. 말은 빠르고 대답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1억명을 빈곤에서 탈출하게 돕는다'는 그랩의 사명에 대해 말할 때마다 그는 "신이 난다(excited)"는 표현을 자주 썼다. 지난 3월 우버 동남아 사업을 인수하면서 200만명이 넘는 동남아 우버 소속 기사가 그랩으로 갈아탔다. 동남아 시장에선 우버도 그랩의 공세에 버티지 못하고 백기를 든 셈이다. 그랩은 최근 자동차·오토바이 호출 서비스뿐 아니라 자전거 공유, 버스 예약, 음식 배달, 결제, 대출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동남아인들 일상생활 전체를 통째로 품어 안을 기세다.

      그랩의 폭발적인 성장 배경에는 손정의(孫正義·61)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있다. 소프트뱅크는 지난 2014년 그랩에 2억5000만달러(약 2800억원)를 투자했다. 이후 추가로 32억5000만달러(약 3조6300억원)를 더 쏟아부었다. 소프트뱅크는 세계 각국 차량 호출 서비스 업체 가운데 중국 디디추싱(198억달러), 인도 올라캡스(25억4000만달러)에 이어 우버(92억5000만달러)에도 투자했다. 우버가 동남아 사업 철수를 결정한 것도 손 회장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화 전략 주력해 우버 눌렀다

      ―그랩이 말레이시아에서 차량 호출 앱 '마이 텍시(My Teksi)'를 내놓은 게 2012년 6월, 우버가 동남아시아에 진출한 게 2013년 초다. 6년 만에 글로벌 기업인 우버를 누를 수 있었던 비결은 뭔가.

      "현지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싱가포르에서 우리는 '저스트그랩(JustGrab)'이라는 서비스를 만들었다. 택시든 그랩 자동차든 상관없이 고객이 있는 곳에 가장 먼저 도착할 수 있는 자동차를 고객에게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싱가포르 고객들이 자기가 잡으려는 차가 택시인지 자가용인지는 상관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했기 때문에 이런 서비스를 만들 수 있었다. 당시 우버 같은 경쟁사들은 이 노하우를 터득하지 못했다. 베트남에서도 그랩은 오토바이 택시 서비스 출시에서 우버보다 1년 반에서 2년을 앞서갈 수 있었다. 현지 사정에 맞는 고객 중심적인 서비스들을 만들어낸 것이 정말로 도움이 됐다."

      인도네시아선 택시 기다림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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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정의의 힘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미국·중국·인도·말레이시아 등 전 세계 차량 호출 서비스에 투자해 이들 업체의 배후 실세로 통한다. / 블룸버그
      ―그랩 서비스를 매일 직접 이용하고, 불만을 터뜨리는 고객들의 전화도 직접 응대한다고 들었다.

      "내 사무실은 얼마 전까지 고객서비스센터에 붙어 있었다. 서비스센터에 앉아서 고객의 전화를 직접 받고, 그들이 소리 지르는 것을 직접 응대한다. 또 그랩이 실제로 서비스를 하는 지역에 살고 있다는 것이 멋진 점이다. 지난주에는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에서 음식 배달 서비스인 그랩푸드(GrabFood)를 이용했다. 어제도 그랩을 다섯 번 이용했다. 그랩을 매일 이용하면서 파트너들로부터 피드백을 받는다. 피드백은 우리 팀에 곧바로 전달해서 어떻게 하면 일본어로 '가이젠(改善)'이라 불리는 것을 할지, 즉 어떻게 하면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향상시킬지 고민하게 한다."

      ―그런 경험들이 서비스를 발전시켜가는 데 도움이 됐나.

      "물론이다. 피드백은 우리 팀이 고객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 점점 더 많은 혁신적인 기술을 창조해내도록 했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에서 사무실에 있다가 아래층으로 내려갔을 때마다 오토바이 택시 서비스인 그랩바이크(GrabBike) 기사들이 손님 없이 대기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전까지는 그랩바이크로 기사를 호출하면 바로 앞에 대기 중인 기사가 있더라도 앱이 배정한 다른 기사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그래서 우리는 그랩나우(GrabNow)를 만들었다. 당신은 그랩나우로 뒤에 아무도 태우고 있지 않은 기사들과 현장에서 매칭을 할 수 있다. 이런 게 다른 누구도 하지 못했지만 우리가 해낸 혁신이다."

      ―인도네시아 차량 호출 서비스 업체인 고젝(Go-Jek)이 그랩의 맞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익숙한 이야기다. 성경에 나오는 구절인 '철이 철을 날카롭게 한다'는 말을 믿는다. 경쟁은 우리를 훨씬 좋게 만든다. 이제 우리가 이 경쟁에서 명백히 이점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로 넘어가자. 우리는 동남아 전역에 고젝보다 훨씬 오래 있었다. 동남아는 아주 복잡한 지역이다, 인도네시아·싱가포르·태국·베트남은 서로 다르다. 우리는 이 차이를 이해하고 있다. 현지 문화, 현지 팀, 현지 파트너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있다. 우리는 현대자동차·SK·삼성전자처럼 우리 플랫폼을 발전시키는 데 필요한 최상의 글로벌 파트너도 갖고 있다. 누가 동남아 전역에 9500만명의 고객을 갖고 있고, 누가 600만개에 달하는 파트너와 공급망을 갖고 있나. 우리 말고는 없다. 또 우리는 실행이 빠르다. 지난 3월 26일 우버 합병을 발표했고, 오늘(5월 28일) 싱가포르에서 그랩푸드를 출시한다. 이게 두 달 만에 벌어진 일이다. 몸집이 작은 회사만 이렇게 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린 여전히 더 빨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랩앱으로 모든 일상생활 가능하게

      ―미래에 대해 어떤 전략을 준비하고 있나.

      "모든 교통 시스템을 그랩 서비스 앱 하나로 이용할 수 있도록 통합하는 게 1차 목표다. 고객들은 아침 출근길에 지하철 역까지 가기 위해 자전거 공유 서비스인 그랩사이클(GrabCycle)을 이용할 것이다. 지하철에서 내려서는 다시 그랩사이클을 이용하거나 차량 합승 서비스인 그랩셰어(GrabShare)를 이용할 수 있다. 시간이 촉박할 때에는 차량 호출 서비스인 그랩카(GrabCar)나 저스트그랩을 이용할 수도 있다.

      다음으론 그랩앱으로 고객 일상생활이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운송은 물론 결제, 음식까지도 말이다. 그랩앱은 당신이 스타벅스 앞을 지나갈 때 스타벅스에서 결제 서비스인 그랩페이(GrabPay)를 이용할 수 있다고 알려줄 것이다. 당신이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다가 배가 고파지면 그랩푸드에 주문을 넣어서 음식을 시켜먹을 수 있다. 시간에 쫓기지 않는 퇴근길에는 버스 예약 서비스 그랩셔틀(GrabShuttle)을 이용할 수 있다. 그러면 우리는 당신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를 모을 수 있다. 어디에 돈을 쓰는지, 어딜 가는지, 무슨 음식을 좋아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이 모든 데이터를 갖고 나면 매 순간 당신에게 더 잘 봉사하기 위해 이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