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로봇 도입했더니 2년 후, 오히려 직원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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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6.30 03:00

      인간과 기계가 공존하는 스마트팩토리 '신성이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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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2일 경기도 용인시 신성이엔지 스마트팩토리에서 직원 허원영씨가 반도체 공장 내부 공기청정 시스템 장비인 ‘FFU(Fan Filter Unit)’의 부품을 조립하면서 협동로봇과 함께 볼트를 조이고 있다. /신성이엔지
      지난 5일 경기도 용인 신성이엔지 공장. 직원 허원영(24)씨가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화면에는 작업 도구가 지금까지 몇 번 사용됐는지, 로봇 작업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생산라인에는 몇 명이 일하고 있는지, 작업자는 누구인지 상세히 나타났다. 그는 "드라이버가 18만 번 정도 작동하면 시스템에서 교환해야 한다는 신호(알람)가 온다"고 말했다. 2년 전만 해도 그는 단순노동자였다. 온종일 생산라인에 서서 리벳을 이용해 볼트를 조이는 작업만 했다. 손목이 아팠다. 용변 볼 시간도 부족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삶이 바뀌었다. 스마트팩토리가 도입된 덕택이다.

      AI(인공지능)와 로봇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제조업 생산성은 향상되지만 로봇에 밀려 근로자들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란 걱정이 많다. 이 때문에 제조업 강국 독일 기업들은 AI와 로봇이 인간과 공존하는 '상생형 스마트팩토리'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런 상생형 스마트팩토리가 현실 속으로 들어와 있다. 외국 기업인들이 견학 코스로 자주 찾는 신성이엔지 용인 공장이다. 이완근 신성이엔지 회장은 "스마트팩토리 도입 후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 게 아니라 오히려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신성이엔지는 1977년 냉동공조 사업으로 출발해 이후 반도체 공장 내부 공기청정 시스템 장비인 'FFU(Fan Filter Unit)' 생산 등으로 사업 분야를 넓혔다. 2007년부터는 태양광발전 사업에 뛰어들었다. 연 매출 9905억원, 직원 수는 926명에 달한다. 이 회장에게 '상생형 스마트팩토리' 경영에 대해 물었다.

      Q1. 왜 스마트팩토리를 만들어야 하나?

      "한마디로 특별한 지시가 없어도 공장이 상품의 기획부터 판매 이후 AS(애프터서비스)까지를 스스로 알아서 처리하는 공장을 스마트팩토리라고 생각하면 된다. 알루미늄 소재를 이어 붙이는 공정을 예로 들어보자. 예전 같으면 관리 직원이 매번 공장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접합하는 데 필요한 볼트와 너트의 사용 횟수와 기한을 일일이 종이에다 손으로 적어서 기록했다. 그러다 부품이 낡아서 공정에 차질이 생기면 공장은 고장으로 멈춰 서야 했다. 이를 고치고 정상적으로 공장이 다시 돌아가게 하려면 3~5시간이 걸렸다. 회사 전체 손해가 적지 않았다.

      스마트팩토리가 갖춰지면서 변했다. 부품 사용 기한 같은 데이터를 정확히 가진 시스템이 '나사가 마모될 시기가 됐다' '플라스틱 교체 시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고 알려준다. 그러면 관리자는 작업이 이뤄지지 않는 시간에 필요한 부품을 교체한다. 공장이 멈춰 설 일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예전에는 한 달에 한두 번꼴로 고장이 나서 공장이 멈춰 돌아가지 않았는데, 지금은 고장이 거의 없어 공장 설비 가동률이 99%를 넘는다."

      Q2. 로봇과 인간은 어떻게 상생하나?

      "지금까지 로봇은 산업 현장에서 인간이 하는 작업을 일부분 또는 완전히 대신해왔다. 인간보다 빠르게 작업을 하거나 무거운 물품을 다루면서 사람이 하기 어렵거나 위험한 일을 대신하는 방식이었다. 로봇의 작업을 위해 외부에 일정 크기로 복잡한 방호 장치를 설치하고, 소수의 전문 인력만이 로봇이 일하도록 명령하는 프로그램을 다뤘다.

      하지만 이런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사람과 로봇이 상호 협업할 수 있는 이른바 '협업 로봇'을 도입했다. 협업 로봇이란 말 그대로 특정 작업을 사람과 나눠서 수행하는 로봇을 말한다. 힘이 드는 작업은 로봇이, 가벼우면서도 정교한 작업은 사람이 하는 경우가 많다. 신성이엔지에서는 'FFU'의 조립 공정에 이를 적용하고 있다. 기존에는 컨베이어에서 사람이 일일이 드라이버로 조립해야 해서 시간도 오래 걸리고, 정확성도 떨어지는 문제도 있었다.

      앞으로는 카메라가 장착된 로봇이 사람이 작업한 내용의 오차를 인지하고, 정확하게 만들 수 있도록 기술을 발전시키려고 한다. 로봇과 함께 일하면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는데, 스마트팩토리에서는 사람이 로봇에 조금이라도 접촉하게 되면 로봇이 작동을 멈추도록 했다. 또 작업 도중 사람이 가까이 다가서면 스스로 속도를 낮춰 운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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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완근 신성이엔지 회장/김연정 객원기자
      Q3. 로봇이 사람 일을 대신하는데도 직원 수가 늘어났다는데.

      "스마트팩토리가 구현되려면 자동화된 장비와 로봇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관리해야 한다. 이를 위해 자동화, ICT, 태양광 발전, 품질 관리 분야에서 일할 직원이 필요했다. 한두 명씩 채용하자 2016년 6월에 33명이었던 정직원 수는 2018년 6월에는 51명으로 18명 늘어났다.

      이런 시스템을 갖춰놓으니 오히려 비용을 아낄 수 있었다. 삼성전자나 LG전자, SK하이닉스 등이 생산해내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청정제조 환경에 대한 수요도 증가했다. 물량을 맞추기 위해 원래 같으면 공장 라인을 증설해야 하지만, 스마트팩토리 때문에 생산성은 높이고, 생산 기간은 줄일 수 있었다. 기존 하루 250~300대였던 'FFU' 일일 생산 대수는 650대로 늘었다. 제품의 설계부터 완제품 출고까지 걸리는 시간이 14일에서 10일 정도로 줄어들었다. 충분히 공급을 감당할 수 있었다."

      Q4. 4차 산업혁명시대 한국 기술 중소기업이 나가야 할 길은?

      "4차 산업혁명에 정답은 없다. 제조 분야 특성에 맞는 맞춤형 전략을 구상하고, 거기에 맞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 자동화 라인을 도입하고, 자동화 수준을 높이는 것만 중요한 게 아니다. 생산 현장과 사무 작업에 데이터를 서로 연결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스마트팩토리는 한 번에 달성할 수 없는 전략적 과제다. 3~5년 종합계획을 세우고 차근차근 추진해야 한다. 중소기업은 기술력과 인적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정부와 공공 기관 지원이 필수다."

      Q5. 중소기업인데도 대규모 자본 투입이 필요한 태양광 사업에 일찌감치 뛰어든 경위는?

      "1977년 사업을 시작하면서 국내 최초로 'FFU'를 개발하고, 디스플레이 공정 자동화 장비를 개발했다. 그러다 우연한 호주에 갔다가 태양광 발전을 접하게 됐다. 기술 방식도 반도체와 유사한 점이 많았고, 태양광 사업은 앞으로 유망한 산업이 될 것이라는 추천도 있었다. 우리나라보다 태양광 산업 기술이 앞선 일본, 독일을 다니면서 공부했고, 국내외 전문가 의견도 들었다. 10년이 훨씬 넘는 준비 끝에 2007년 태양광 산업의 핵심인 태양전지 사업을 시작했다. 지난 10년 동안 시장은 커지고 산업은 성장했지만, 중국의 저가 제품 공세 때문에 어려움은 있다. 하지만 태양광은 현재가 아닌 미래의 우리를 위해 꼭 필요한 산업이다. 북한에 태양광 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도 구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