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식품·호텔·지하철 역사… 日 무인양품 끝없는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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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6.30 03:00

      일본 신칸센 오사카역에서 지하철로 남쪽으로 30여 분 달리면 나오는 대형쇼핑몰 이온(AEON)몰 사카이키타하나다(堺北花田)점. 지난 3월 이곳 1층엔 의류·잡화 상품 브랜드로 잘 알려진 무인양품이 대형 식품 전문 매장을 열었다. 나무 재질로 꾸민 매장엔 기존 무인양품 특유의 의류·잡화상품과 신선식품, 각종 식료품들이 질서정연하게 섞여 있었다. 점포 전체 면적은 4300㎡(1300여 평). 전 세계 무인양품 928개 매장 중 최대 규모다.

      생활잡화와 의류는 물론, 채소와 정육, 반찬류, 갓 잡은 생선 등 신선한 식재료까지 망라했다. '카페&meal MUJI'라는 푸드코트도 자리 잡고 있었다. 매장 곳곳에선 판매사원들 호객 소리가 쩌렁쩌렁 울려퍼졌고, 수산 코너에서는 고객들을 앞에 두고 벌이는 참치 '해체쇼'가 성황리에 벌어지고 있었다. 직원 200명 중 식품 매장에만 100여 명을 배치했다. 셀프 계산대를 12대 설치해 계산과 같은 관리 업무보다는 접객 서비스에 인력을 집중했다.

      무인양품 측은 "식품 전체 가짓수는 1만여 개에 이른다"면서 "소재와 제조 방법을 까다롭게 따지기 때문에 다른 식료품 브랜드와는 다르다"고 강조한다. 개장 첫날 무인양품 모회사 양품계획의 가나이 마사아키(金井政明) 회장은 "의류와 잡화를 팔던 우리가 신선식품을 취급한다고 하면 바보 취급을 당할 수도 있지만, 채소와 쌀처럼 첨단화에 묻혀 잊고 있던 정작 소중한 소비자들의 먹거리를 우리가 취급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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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3월 개장한 오사카의 무인양품 사카이키타하나다점 입구(위)와 식품 매장(아래). / 곽창렬 기자
      ①식품부문 강화해 고객 방문 늘려

      무인양품이 신선식품을 취급한 건 처음은 아니다. 2017년 7월 도쿄 유라쿠초점에서 야채와 과일 몇몇 품목을 갖추고 판매를 시작했다. 이 시험 판매 결과를 토대로 매장 모델을 진화시킨 곳이 바로 오사카 매장이다. 오사카 사카이 점포의 마쓰에다 노부히로 커뮤니티 매니저는 "채소뿐만 아니라 다양한 신선식품의 라인업을 갖춰 고객이 매일 방문하도록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평소 선전 광고를 별로 하지 않는 무인양품 특성상 신선식품을 갖춘 식품 매장이 고객을 끌어모으는 부수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마쓰에다 매니저는 "기존 무인양품 매장의 고객 방문 횟수는 월평균 1~2회"라며 "판매 상품에 식품을 추가해 고객들이 매일 이용하는 점포로 키워가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아직 식품 부문이 그룹 매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7.8%(2016년 기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앞으로 식품군을 충실히 갖춘다면 고객 방문 빈도를 높여, 감소 추세를 보이는 고객 발길을 다시 돌릴 수 있다고 무인양품은 보고 있다. 무인양품은 식품 전문 매장을 새로운 운영 모델로 삼아 대형 직영점을 늘릴 계획이다. 사카이 점포 운영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인구가 밀집한 지역 도시로 확대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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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선전에 올해 1월 문을 연 ‘무지호텔’ 프론트. / 무인양품
      ②자체 브랜드 호텔 개장

      무인양품 실험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무인양품 브랜드 이름 '무지(MUJI)'를 입힌 '무지호텔(MUJI HOTEL)'이 올 1월 중국 선전에 처음 문을 열었다. 무인양품 콘셉트와 내장 디자인, 무인양품 가구와 생활용품(매트, 전기주전자, 메모펜 등)으로 채운 호텔이다. 객실은 '호화롭지도 싸지도 않은'이란 개념 아래 흙과 나무 같은 천연 재료를 활용했다. 가구와 실내 장식도 모두 나무 재질이다. 마치 무인양품 매장을 그대로 호텔방으로 옮겨놓은 듯한 분위기이다.

      공간 연출과 가격 체계는 기존 무인양품 철학을 반영한다. 무인양품 상품 가격처럼 객실 요금이 성수기·비성수기 구분 없이 동일하고, 세금과 서비스료를 포함한 가격표시제를 채택했다. 가격 비교 사이트에는 게재하지 않는다는 원칙도 고수한다. 숙박 요금은 더블룸 기준 950위안(약 16만원) 정도다. 지나친 장식은 없애고 투숙객의 편리한 사용감을 강조한 기존 무인양품 브랜드 특성을 그대로 옮겨 담았다. 올해 6월 말에는 베이징, 내년 봄에는 도쿄 긴자에 무지호텔을 연다. 각 호텔엔 모두 무인양품 매장과 레스토랑을 입점시킬 계획이다. 중국 선전 호텔은 현지 부동산개발업체 선예(深業)그룹 회사가 개발하고 운영한다. 내년 봄에 문을 여는 긴자 호텔은 미쓰이부동산이 개발하고 오다큐전철그룹이 운영을 맡는다. 무인양품은 디자인 감수료와 로열티만 받는 사업 모델이다.

      무인양품은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호텔업에 뛰어들었다. 무지호텔 1호점이 문을 연 중국은 특히 무인양품 해외 점포의 50%를 차지하는 최대 시장. 광고 선전에 크게 돈을 쓰지 않는 무인양품 특성상 소셜미디어와 소문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상품 정보를 제대로 접하지 못하는 고객층을 어떻게 끌어들일 것인가 고민하다가 이에 대한 해답으로 택한 사업 모델이 바로 무지호텔이다.

      무인양품의 한 사업 개발자는 "호텔은 무인양품 브랜드를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무인양품 호텔이 특별한 점은 한 가지 더 있다. 호텔과 같은 건물에 대형 무인양품 매장과 레스토랑을 함께 운영한다는 점이다. 이는 무지 브랜드 이미지를 폭넓게 알리는 광고탑 역할을 한다. 또 관광객과 출장객을 포함해 무인양품을 잘 모르는 소비층에게 무인양품 세계관을 알리는 역할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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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말 완공 예정인 오사카 히라가타시의 무인양품디자인역. / 케이한전철
      ③지하철 역사 디자인 사업도

      호텔뿐만 아니라 올해 말에는 무인양품 취향을 담은 '지하철역'도 선보일 예정이다. 게이한전철에서 운영하는 오사카 히라가타시(枚方市)역 역사 디자인을 무인양품이 맡은 것. 게이한전철은 "언제나 사용하고 싶은 역, 한 번은 가보고 싶은 역으로 꾸미기 위해 무인양품에 디자인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히라가타시역을 나뭇결이 살아있는, 단순하면서 개방감이 있는 공간으로 새롭게 단장할 예정이다. 게이한전철 측은 "무인양품 디자인역 특성을 내세워 역을 하나의 관광 상품으로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