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대미 흑자 폭증에 美, 플라자합의로 엔화 가치 대폭 절상 '잃어버린 20년' 불러

입력 2018.06.30 03:00

美·日 화폐전쟁 전말

미국이 동아시아 강국에 무역 불균형을 문제 삼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4월 트럼프 미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 게임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경고한 행태는 1985년 '플라자합의(Plaza Accord)'와 닮은꼴이란 분석이 나온다. 플라자합의를 통해 미국은 일본 엔화 가치를 대폭 평가절상(엔·달러 환율은 하락)시킨 바 있다.

1980년대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경제 대국이었다. 당시 일본은 미국과 무역에서 큰 이익을 남기고 있었다. 1980년대 초 미 레이건 행정부 시절 고금리로 달러 강세가 이어지자 대일 무역 적자는 1985년 429억달러(약 47조5000억원)까지 치솟았다. 미국 내에서 환율 불균형을 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거세지자 미국은 그해 9월 뉴욕 플라자호텔에 프랑스, 독일, 일본, 미국, 영국으로 이뤄진 G5 재무장관 회의를 소집했다. 일본 엔화와 독일 마르크화 가치가 달러 대비 너무 낮아 무역 불균형이 심각하다며 엔화·마르크화 가치를 대폭 올릴 것을 요구해 관철시켰다. 플라자합의 이후 엔화는 1달러당 240엔에서 3년 후 120엔대까지 내려갔다. 미국에서 240엔짜리 일본 제품을 사려면 전에는 1달러만 내면 됐으나 플라자합의 이후엔 2달러를 내야 했다.

일본은 '환율 전쟁' 후유증으로 '잃어버린 10년'으로 불리는 장기 경제 침체에 접어들었다. '엔고'로 경기가 침체되자 일본은 저금리 정책을 썼는데 기업과 국민이 대출을 받아 부동산 등에 마구 투자하면서 '거품'이 생겼다. 위험을 느낀 금융회사들이 금리를 급격히 올리자 한순간에 거품이 붕괴되면서 경제가 수렁에 빠졌다. 미·일 환율 전쟁이 약달러 방향으로 진행됐던 반면, 지금의 미·중 환율 전쟁은 강달러 방향으로 향하는 차이가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이 일본에 했던 것처럼 중국과 노골적으로 '환율 전쟁'에 나서긴 어렵다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 군사·안보 분야를 의존하고 있었던 일본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일본 싱크탱크인 캐논글로벌 전략연구소의 미야케 구니 연구주간은 일 영자지 재팬타임스에서 "플라자합의가 미·일 '동맹' 사이에서 벌어진 마찰이었던 것과 달리 미·중 간 무역 갈등은 두 '적' 사이 경쟁"이라며 "중국이 호락호락하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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