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여왕 부군·왕세자, 단 3명만 자격 부여할 수 있어

입력 2018.06.16 03:00

[Cover Story] 英왕실 인증 어떤 기업이 어떻게 받나
英 왕실 인증 받으려면

지난 달 있었던 해리 왕손 결혼식에서 신부 메건 마클이 입은 드레스는 패션 브랜드 지방시(Givenchy) 디자이너 손길을 거쳤고, 반지는 런던 보석 업체인 클리브앤드컴퍼니(Cleave & Company)가 제작했다. 클리브앤드컴퍼니는 엘리자베스 여왕의 공식 보석 업체로 영국 왕실 인증 기업이다. 반면 지방시는 아직 아니다. 어떤 차이가 있을까.

영국 왕족이 해당 업체 제품을 사용했다고 해서 왕실 인증 기업 반열에 오르지는 못한다. 최근 7년간 5년 이상 꾸준하게 왕실에 물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했는지 여부가 첫째 기준이다. 케임브리지 공작인 윌리엄 왕세손이나 서식스 공작인 해리 왕손 가족이 꾸준히 사용했다고 해도 미흡하다. 왕실 인증을 수여할 수 있는 자격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여왕 부군인 에든버러 공작 필립 공, 찰스 왕세자, 이렇게 3명에게 한정되어 있다. 현재 왕실 인증을 받은 기업은 800여 곳에 달하며, 버버리(패션), 재규어-랜드로버와 벤틀리(자동차), 유니레버(생필품), 삼성전자와 소니(가전)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5년 이상 납품 기준'을 충족한 기업들은 왕실인증보유자협회로 해마다 5~6월 중 지원서를 내고, 결과는 이듬해 3월 말쯤 발표된다. 지원서를 접수하면 협회와 왕실이 함께 후보를 추리고, 각 왕궁 소속 왕실인증위원회에서 최종 후보를 선정한다. 제품·서비스의 품질뿐만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 원재료 조달 방법와 생산 절차, 국내외 공급망 관리, 직원 근로 조건까지 광범위하게 심사한다. 해외 제조 시설에서 어린이 등 불법 고용은 없는지, 동물 가죽이나 털을 사용한 제품이라면 윤리적 기준에 어긋나지 않았는지까지 확인한다.

왕궁 소속 왕실인증위원회는 이런 심사를 통과한 기업을 최종 후보로 여왕, 필립 공, 찰스 왕세자에게 추천한다. 이 세 왕족 중 한 명에게서 최종 승인을 얻어야 왕실 인증서를 받을 수 있다.

영국 왕실 인증 마크
매년 20~40개 업체 인증 상실

유효기간은 5년. 4년째 재심사를 받아야 인증을 연장할 수 있다. 유효기간이 남아 있더라도 왕실과 거래가 끊기면 인증도 상실한다. 재심사 과정에서 매년 20~40업체가 기준 미달로 왕실 인증을 잃는다고 한다. 기업이 왕실 인증을 받더라도 구체적으로 어떤 제품을 공급하는지는 비밀에 부친다. 기업들도 공개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유는 제품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면 왕실을 상대로 한 범죄·테러 가능성이 있고, 기업 간 형평성 논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리처드 펙 왕실인증보유자협회 사무국장은 "왕족이 사용하는 제품이라는 사실 자체가 엄청난 홍보 효과가 있기 때문에 자칫 같은 종류 제품을 생산하는 다른 기업들이 본의 아니게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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