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도 빠진 G7, G0(제로)로 갈 수밖에 없다

    • 짐 오닐 전 영국 재무부 차관

입력 2018.06.16 03:00 | 수정 2018.06.18 15:45

[WEEKLY BIZ Column]

신흥성장국 계속 배제 과거시대의 유물로… G7보다 G20이 바람직 싱크탱크들 나서야

짐 오닐전 영국 재무부 차관
짐 오닐전 영국 재무부 차관
최근 캐나다 퀘벡에서 막을 내린 G7(선진 7개국)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역시나 환영받지 못했다. 트럼프가 G7에 대해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다. 하지만 적어도 트럼프가 G7를 바라보는 (부정적) 시각에는 일리가 있다. G7은 캐나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영국과 미국 정상이 만나는 자리다. 하지만 만나서 무슨 쓸 만한 결과를 내놓은 적이 있는지는 회의적이다.

2001년 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란 단어가 등장한 이래 이들 국가가 세계 경제에서 갖는 중요성은 시간이 갈수록 남달라지고 있다. 지금은 적어도 BRICs 4개국 모두는 아니더라도 중국이 이런 세계 경제를 의논하는 중요 회의에 빠진다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는 G7에 개별적으로 참여할 이유도 사실 별로 없다. 적어도 원칙적으론 이들은 통화나 통화 정책, 재정 정책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캐나다와 영국이 과연 아직도 경제적으로 중요한 나라인지도 의문이다.

트럼프의 부정적 시각, 당연해

BRICs가 세계 경제 무대 중심으로 떠오른 지 17년이 지났다. 그사이 G7은 매년 모임을 갖지만 회원국 공무원들이 회의 준비로 바쁜 것 말고는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G7은 경제 규모가 '비교적' 큰 서구 민주주의 국가 7개국으로 이뤄져 있긴 하지만 경제 규모 기준도 퇴색되고 있다. 캐나다 경제는 호주보다 조금 크고, 이탈리아도 스페인을 약간 앞서는 수준이다.

G7은 과거 시대 유물이다. 1970년대 G5가 캐나다와 이탈리아로 확대되면서 G7은 실제 세계 경제를 지배하기도 했다. 일본은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었고, 미국을 곧 따라잡을 것으로 예상한 사람이 많았다. 이탈리아 경제도 성장하고 있었다. 그때는 아무도 중국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 중국 경제는 EU 전체를 추월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리고 지금 성장 속도로 볼 때 2년 안에 이탈리아 전체 경제 규모에 버금가는 부를 새로이 창출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인도 GDP(국내총생산)는 이탈리아를 이미 뛰어넘었고, 그건 브라질도 마찬가지다.

G7이 주장할 수 있는 유일한 명분은 소수 민주주의 국가를 대표한다는 것에 불과하다. 2010 년 이후 세계 GDP 증가분의 85%는 미국과 중국에서 왔다. 거의 50%는 중국이 기여한 것이다.

G7보다 G20이 세계경제 대표기구

이런 현실에 비추어 볼 때 G7 구성국 중 캐나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를 중국과 인도, 그리고 EU를 대표하는 단일 기구로 대체하는 게 더 일리가 있다. 물론 지금 G7에 맞서 BRICs를 대표하는 기구도 있다. 이 모두를 포괄하는 G20(20개국)도 1999년 설립됐다. G20은 2008년 정상급 회의로 격상된 이래 세계 경제 선도를 위한 모임으로 분명한 목적을 수행했다. 더 작은 정상 모임(G7)이 정당화되려면 G20처럼 확실한 대표성을 지녀야 한다. 1970 년대 기준으로 경제 규모가 큰 '민주주의' 국가들 간 모임은 더이상 영향력이 없다. 인도(세계 GDP 순위 7위)와 브라질(9위)은 민주주의 체제가 작동하고 있으며, 조만간 경제 규모에서 영국(5위)과 프랑스(6위)를 따라잡을 게 자명하다.

사실 지금 G7은 경제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테러에서 비핵화, 기후 변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국제 현안을 비(非)G7 국가의 도움 없이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은 거의 없다. 그리고 서구 언론은 트럼프를 G7의 '검은 양(Black sheep·하얀 양 무리에 섞여들어 환영받지 못하는 말썽꾼)'으로 묘사했지만, 그건 사안에 따라 미묘하게 다르다.

G7 티격태격해도 금융시장 잠잠

최근 G7이 보여준 '서커스'는 이들이 국제 질서에서 시급한 문제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는 인상을 남겼다. G7에서 정상들이 불안하게 티격태격했음에도 세계 금융 시장은 잠잠했다. G7이 이젠 아무런 관심도 끌지 못하고 의미도 없다는 사실을 극적으로 보여준 셈이다.

지금으로선 G20이 G7보다 세계 중재자로서 더 나은 역할을 한다는 건 분명해졌다. 참가국이 많아 합의에 도달하긴 쉽지 않지만 대표성은 더 강하다. G20 국가들 협조 없이 지금 전 지구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란 불가능하다. 여전히 소규모 대표 그룹도 G20과 더불어 미래 세계에서 유용한 역할을 맡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각 회원국들이 보유한 왕립국제문제연구소(채텀하우스) 같은 다양한 싱크탱크들이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해결책을 풍부하게 제시하면서 지원 사격을 해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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