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유럽 일대일로… 창장경제벨트… 징진지 일체화

입력 2018.06.16 03:00

[시진핑 사활 건 3대 프로젝트]

[시진핑 사활 건 3대 프로젝트]
지난달 31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역에서 10만 마리 민물가재(샤오룽샤·小龍蝦)를 실은 화물열차가 러시아 모스크바를 향해 출발했다. 이 가재들은 러시아월드컵 개막일인 6월 14일에 맞춰 도착했다. 이른바 '월드컵 특수'를 누리게 되는 셈이다.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광경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를 제창한 이후 중국과 유럽을 잇는 화물열차가 냉장시설을 갖추면서 가능해졌다.

시 주석은 집권 이후 3대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공산당이 지난해 '날로 늘어나는 아름다운 생활에 대한 수요와 불균형적이고 불충분한 발전 사이 모순'을 새 모순으로 내세운 것과 무관치 않다. 중국은 3대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 불균형, 환경오염, 부동산 거품, 저임 노동력 의존 등 개혁개방 40년의 그림자를 하나둘씩 지워가고 있다.

[시진핑 사활 건 3대 프로젝트]
일대일로와 창장경제벨트의 접점지역인 충칭의 궈위안항. / 충칭=오광진 특파원
[시진핑 사활 건 3대 프로젝트]
창장경제벨트(長江經濟帶)의 중류 중심지인 우한에서 진행되고 있는 고층 건물 공사. / 우한=오광진 특파원
[시진핑 사활 건 3대 프로젝트]
우한의 첨단산업단지인 광구밸리의 공사 현장. / 우한=오광진 특파원

프로젝트 1

중국~유럽의 一帶一路

일대일로는 중국과 주변국 경제와 무역 합작을 확대하기 위해 2014년부터 2049년까지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육상 실크로드(一帶)와, 동남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해상 실크로드(一路)를 구축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시 주석은 2013년 9~10월 중앙아시아와 동남아시아를 순방할 때 이를 처음 제시했다. 이후 작년 5월 베이징으로 외국 국가원수29명을 불러들여 일대일로 국제협력포럼을 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유럽은 물론 중국 인근 지역에서도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일대일로가 중국의 정치경제적 이익 확대 채널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는 최근 부채 증가와 주권 침해 등 이유를 들어 중국 자본으로 중국 기업이 시공하는 동부해안철도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네팔은 중국 싼샤그룹에 맡긴 수력발전소 건설사업을 회수하기로 했다.

하지만 일대일로는 다시 확장되는 추세다. 작년까지 2년 연속 감소했던 일대일로 국가에 대한 중국의 투자는 올해 들어 4월까지 46억7000만달러(1075억원)를 기록, 전년 대비 17.3% 증가로 돌아섰다. 같은 기간 일대일로 국가들의 중국에 대한 투자 증가율도 57.2% 급증해 중국 외자유치 증가율(0.1%)을 웃돌았다.

일대일로 전략을 펴는 곳은 중국 전역에 걸쳐 있다. 중국과 유럽 사이를 오고 가는 화물열차 운행 횟수는 지난해에만 3673회에 달했다. 충칭에서 처음 개통했던 2011년부터 2016년까지 6년간 전체 운행 횟수를 합친 것보다 많은 수치다. 칭다오는 지난해 모스크바행 중-유럽 화물열차 노선을 개통한 덕분에 한국과 일본을 유럽과 중개하는 거점으로 떠올랐다. 중국 정부는 작년 12월 문재인 대통령 방중 직후 한·중 산업단지로 옌타이·옌청 ·후이저우를 승인하면서 일대일로와 연계를 지시했다. 4월 중국의 첫 번째 자유무역항 개발지역으로 선포된 하이난에는 해상 실크로드 전략 지점 시범구가 조성된다.

프로젝트 2

충칭·이창·우한 등 長江經濟帶


중국 외교부는 지난달 말 중국 주재 아시아 지역 언론사 특파원을 상대로 시 주석이 시찰한 충칭·이창·우한 등 창장경제벨트(長江經濟帶)를 그대로 따라가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창장경제벨트 사업이란 중국 윈난에서 상하이까지 창장(長江)을 따라 동서로 이어지는 경제권을 물류·운송·통관의 통합을 통해 발전시키고 지역 간 격차 해소 등을 목표로 2014년부터 진행돼왔다.

이창에 있는 싱파(興發)그룹도 이 벨트에 속해 있는데, 공장 주변이 녹지로 둘러싸여 있다. 싱파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창장 변에 있던 공장을 내륙 쪽 방향 1㎞ 뒤로 물리면서 그 자리에 나무를 심었다"며 "시 주석이 2016년 창장경제벨트 구축을 위해 대(大)개발에 기대지 말고 대(大)보호를 움켜쥐라고 지시하면서 이창의 창장 변에 몰렸던 화학공업 공장들이 대거 이전했다"고 전했다. 장옌성 중국 국제경제교류중심 수석연구원은 창장경제벨트의 최우선 순위는 환경보호라면서도 창장 하류·중류·상류 등 3개 핵심 지역 간 불균형 발전도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류에 있는 장쑤성 현급 도시인 장인시의 경제 규모는 3500억위안(약 59조5000억원)으로 상류인 구이저우의 성도 구이양과 같은 수준이다. 2006년 싼샤댐 완공으로 형성된 황금 수로의 안정적 운영에도 힘쓰고 있다. 고속철도와 고속도로 건설을 통해 일대일로와 연계를 강화하는 노력도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내륙 최대 항구인 충칭 궈위안항에도 고속도로와 철도가 연결돼 있다.

프로젝트 3

베이징·톈진·허베이 京津冀 일체화


징진지(京津冀) 일체화는 지난해 시 주석이 천년대계로 내세운 미래 신도시 슝안(雄安)신구 개발로 탄력을 받고 있다. 징진지란 베이징과 톈진, 허베이를 통합해서 부르는 단어. 징진지 일체화사업은 우리로 치면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을 하나로 묶어 개발한다는 말이다.

이 가운데 슝안신구(雄安新區)는 베이징과 톈진으로부터 각각 100㎞ 떨어진 곳으로, 서울의 3배 수준인 1770㎢ 크기로 조성된다. 중국이 선전과 푸둥에 이은 세 번째 국가급 경제특구로 슝안신구를 지정한 지 1년 만인 지난 4월 발표한 개발계획에 따르면 빌딩 숲을 금지하는 대신 전체 면적의 40%를 숲으로 조성한다. 베이징의 비(非)수도 기능을 이전해 균형 발전을 꾀하는 동시에 2035년까지 개인 차를 모두 자율주행차로 운행한다는 야심도 숨기지 않는다. 인공지능·블록체인 등 정보기술은 물론 바이오·신소재·서비스·유기농업 등도 육성한다.

하지만 슝안신구는 시 주석 전임자인 후진타오 주석 집권기에 북방의 선전·푸둥으로 선전되면서 개발된 톈진 빈하이 신구가 유령도시로 전락한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상의하달에 의존하는 경제개발이 범할 수 있는 오류다.

발 빠르게 올라타는 해외 기업들

1인 권력체제를 다진 시 주석이 2022년 이후 장기 집권할 것으로 점쳐지면서 시 주석의 얼굴이 될 3대 프로젝트 역시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발 빠른 외국 기업들은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 6일 베이징에서 일대일로 포럼을 개최한 지멘스는 당일 중국 기업들과 10여 건 협력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3월 글로벌 일대일로 사무실을 만든 조 케저 최고경영자(CEO)는 "일대일로는 90여 국가와 지역에 걸쳐 1조 유로에 이르는 인프라 투자를 이끌어낼 것"이라며 "모든 업종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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