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 출신 신임 사장… 농장까지 경영한다는데 JAL, 새로 날아오를까

입력 2018.06.16 03:00

2010년 파산위기 넘긴 전임 우에키 사장
올 4월 회장 오르며 '엔지니어링' 사장 발탁… JAL 중기경영 맡겨

지난 4월 JAL(일본항공) 하네다공항 격납고에서 열린 신입 사원 입사식. 신임 아카사카 유지(赤坂祐二·57) 사장이 환영사에서 2020년까지 JAL이 도전과 성장을 화두로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실패해도 경의를 가지고 환영할 것"이라면서 "도전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가치 있는 도전은 풍부한 상상력, 꿈과 희망, 강한 신념, 용기 등 다양한 요소가 필요하다. 간부들이 보지 못하는 것, 생각할 수 없는 걸 과감하게 시도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아카사카 사장은 지난 6년간 일본항공을 이끌었던 우에키 요시하루(植木義晴·67) 사장(현 회장)의 뒤를 이어 지난 4월 새롭게 사장 자리에 올랐다. JAL은 경영 쇄신 차원에서 사장 교체를 단행했다.

정비사 출신으로 정비본부장이자 JAL 자회사인 JAL엔지니어링을 이끌던 아카사카 신임 사장은 현장과 수익성을 중시하는 경영 철학을 물려받을 적임자로 꼽혔다. 전임 우에키 사장의 전폭적 신임도 받았다. 우에키 전 사장은 조종사 출신으로 2012년 2월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에게 사장직 의뢰를 받고 이후 JAL의 조타수 역할을 해왔다. 조종사 출신답게 2010년 2조3200억엔의 부채 때문에 파산 위기에 처하는 등 '(경영) 난기류'에 흔들리던 JAL을 훌륭하게 정상 궤도에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카사카 사장은 취임 직후 우에키 전 사장이 구상하고 추진한 '2017~2020년도 JAL그룹 중기 경영 계획'을 마무리하기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다. 그 핵심 과제는 LCC(저비용 항공사) 진출, 혁신 연구소 강화, 농업 분야 진출 등으로 요약된다.

아시아·유럽·미국행 LCC 운행

2010년 파산위기 넘긴 전임 우에키 사장

실적 부진과 구조조정 실패가 겹쳐 위기에 빠졌던 JAL은 한동안 신규 노선 개설과 신규 투자를 사실상 제한하는 '경쟁 환경 시정' 조치 대상이었다. 지난해 4월 이 조치가 풀리자 우에키 당시 사장은 하네다~뉴욕, 나리타~멜버른 등 신규 노선을 적극 확대하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 찾기에 나섰다. 이어 아카사카 사장은 지난달 나리타공항을 거점으로 아시아·유럽·미국을 잇는 중장거리 노선을 운항하는 LCC 설립을 발표하면서 이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근거리가 아닌 장거리 노선에 LCC를 투입하는 건 이례적이다. 아카사카 사장은 "LCC 시장에 도전하는 게 JAL 내부에서 점점 쇠락하는 도전 정신을 다시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도쿄올림픽이 개최되는 2020년 운항을 시작해 3년 내 흑자를 거두겠다"고 말했다.

JAL이 LCC 시장에 뛰어들면서 모험을 감수하기로 한 건 중동 항공사들과 LCC 영향력이 커지면서 세계 항공 시장 세력 지도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내 최대 경쟁자인 ANA(전일본공수)가 계열 LCC인 피치항공과 바닐라에어를 통합해 몸집 불리기에 나서기로 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JAL은 오는 7월 준비 회사를 세우고 100억~200억엔을 먼저 출자한 다음, 다양한 외부 기업들로부터 투자를 받을 계획이다.

스타트업과 연계한 혁신 연구소

JAL은 지난 5월 도쿄 시나가와에 있는 본사 근처에 'JAL 혁신 연구소(Innovation Lab)'를 열었다. 대형 물류 창고를 개조한 이 시설에는 공항 탑승 절차 카운터, 출입국 게이트, 기내 공간이나 좌석을 실제 크기 모형으로 만들어 정말 비행기에 탑승하는 듯한 기분을 느끼도록 한 공간이 들어섰다.

여기서 직원들은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하고 새로운 고객 상대 서비스를 시험해 보거나, 로봇으로 수하물을 운반하는 작동 시험 등 다양한 실험을 진행할 수 있다. 이 '혁신 연구소'는 외부 스타트업 100여 곳과 폭넓은 제휴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아이디어를 고민하는 공간, 3D 프린터를 갖춘 제작 공간, 시험 모델 검증 공간(공항과 기내 등을 이미지화) 등 이 기본이다.

모의 기술 실험도 가능하다. AI와 로봇 등 첨단 기술에 특화된 기업들과 협력해 수하물을 자동으로 운반하는 로봇 실험과 VR(가상현실) 기기를 활용해 기내 서비스를 모의 체험한 뒤 좌석을 개선해 나가는 작업도 가능하다. 이곳에서 실험이 끝난 각종 아이디어는 3개월 안에 실제 서비스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진행 중인 수하물 로봇 운반 서비스는 짐이 있는 휠체어 승객들도 편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하자는 승무원 제안으로 채택한 아이템이다. 이 로봇은 짐을 실은 채 행인과 장애물을 감지해 부딪치지 않으면서 승객과 동행할 수 있다. 후쿠오카공항 국내선 터미널에서 실용화에 앞서 모의 운행을 진행한 바 있다.

농업까지 진출해 부가가치 높인다

아카사카 사장은 항공사로선 파격적인 농업 분야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농업 기업인 와쿄(和鄕)와 공동 투자해 지난 4월 나리타시에 'JAL아그리포트(JAL Agriport)'를 설립했다. 나리타공항 인근 지역 유휴지를 활용해 딸기와 고구마 수확 체험 등이 가능한 체험형 관광 농장 시설을 운영하고 수확한 농작물을 가공해 PB(자체 브랜드) 상품을 만들어 판매할 예정. 관광 농장에는 농업 체험 시설뿐 아니라 레스토랑과 야외 바비큐 시설, 지역 농산품을 직접 판매하는 시설도 갖춘다. 겨울에서 봄까지는 딸기 따기 체험, 그 이외 기간에는 고구마와 블루베리, 포도 따기 체험을 제공할 계획. 농장은 2020년 여름, 시식 체험 시설 등은 2019년 봄에 문을 열 예정이다. PB 사업에는 항공 기내식과 공항 라운지 등에 관련 상품을 제공하는 계획도 포함됐다.

이를 통해 지역사회와 유기적 협업망을 갖추고 관광객 유치 과정에서 승객도 늘어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나리타공항 인근에서 먼저 농업 사업을 시작하고 다른 지방 공항 주변 지역에도 확대할 계획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상품을 수출하고 동남아시아 등에도 관광 농장을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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